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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전하는 법정] “이만큼도 오래 산 편이니 슬퍼 마라”

중앙일보 2010.03.15 02:40 종합 8면 지면보기
14일 법정 스님의 유골을 수습한 스님들이 송광사 일주문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다비식장에서 법정 스님의 ‘입적 뒷얘기’를 들었다. 법정 스님에 대한 세상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대목도 더러 있었다.



먼저 “담배도 안 피우는 스님이 왜 폐암에 걸렸을까”란 의문이다. 그런데 법정 스님은 병실을 찾는 문병객에게 이렇게 말했다. “속가의 가계는 거의 단명했다. 아버지도 내가 네 살 때 폐질환으로 돌아가셨다. 집안 내력이다. 친지들에 비하면 나는 무척 장수하는 편이다. 그러니 내가 일찍 간다며 슬퍼하지 마라.”



20년 전에 법정 스님은 주위 사람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받았다. 결과는 ‘콜레스테롤이 기준치에 미달한다’였다. 그래도 스님은 간결하게 채식만 했다. 이웃 종교의 성직자(신부·목사)와 함께 식사를 할 때도 “고기를 좀 먹으라”는 얘길 들으면 “지금까지 참은 게 아까워서 못 먹는다”고 대꾸했다고 한다.



오랜 세월, 법정 스님은 강원도 오두막에서 살았다. “절집에서 대중생활을 하지 않았으니 느슨하고 편하게 지낸 것 아니냐?”는 속세의 시선도 있다. 송광사 유나(선원의 수장)인 현묵 스님은 30년 전 얘기를 꺼냈다. “79년에 법정 스님과 송광사 스님 등 네 명이 제주도로 첫 여행을 갔다. 여행 중에도 법정 스님은 새벽 예불 후 아침공양까지 1시간, 빠짐없이 좌선을 했다. 한라산 등반을 했던 터라 송광사로 돌아와선 다들 잠에 떨어졌다. 한숨 자고 불일암에 올라갔더니 법정 스님은 괭이를 들고 밭일을 하고 있었다. ‘스님 좀 쉬시지 그러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여행 다녀온 원고를 정리하다가 너무 졸려서 졸음을 쫓으려고 괭이를 들었다’고 하더라. 그때 ‘아! 법정 스님은 이런 분이구나’ 싶었다. 혼자 사셨어도 낮에는 결코 눕지 않는 분이셨다.”



순천=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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