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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 논 살리기’ 시민운동 불붙다

중앙일보 2010.03.15 01:30 종합 25면 지면보기
지난달 3일 복원된 가천 다랭이 마을 지겟길. 주민들은 삼성전기 임직원 등 ‘한마음 나누기’ 회원들이 보내준 회비로 마을길과 다랭이 논을 되살려 사라져가는 옛 정취를 회복해가고 있다. [남해군 제공]
지난달 3일 경남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 다랭이 마을에 조상의 고단하고 질긴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지겟길’이 복원됐다. 조상이 논밭을 일구기 위해 지게를 지고 다니던 논두렁 길을 복원한 것으로, 홍현마을 옛 해안초소를 돌아오는 너비 1.5m, 길이 2.5㎞짜리 길이다. 지겟길 여러 곳에는 돌탑 쌓기와 지게 지기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농산물 직거래로 기금 마련
‘한마음 나누기’운동 확산

이 지겟길을 복원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은 600만원을 투입했다. 600만원 가운데 300만원은 다랭이 논 보전을 위한 ‘한마음 나누기’ 회원이 낸 돈에서, 나머지 300만원은 마을기금에서 마련됐다.



한마음 나누기 운동은 주민 고령화로 경작하지 않는 논이 증가하면서 논두렁·언덕 등이 훼손되자 논 보전을 위해 2007년 시작됐다. 2006년 5월 마을과 자매결연한 삼성전기㈜부산사업장 직원 100명이 농산물을 팔아주자며 2007년 회비 5만원씩 내 후원활동을 한 것이 계기였다. 삼성전기 직원들은 대신 마을주민이 재배한 마늘 5㎏, 쌀 5㎏, 시금치·겨울초·톳 1㎏을 1년에 세 차례 나눠 받았다.



이 운동은 일반인에게까지 퍼지면서 회원이 2008년 300명, 2009년 700명으로 늘었다. 삼성전기 직원 150여 명은 꾸준히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삼성전기 김영봉(49) 과장은 “회원이 늘어 다랭이 마을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대로 간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올해 회원 2000명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원 1인당 마을 주민에게 떨어지는 이익은 1만원 정도. 5만원을 낸 회원에게 생산원가 4만원 상당의 농산물을 제공해서다. 그렇다고 회원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농산물이 시중 소비자가격으론 7만원 상당이기 때문이다. 농민과 회원 간 농산물 직거래로 다랭이마을을 지킬 수 있는 기금이 마련되는 것이다.



다랭이 마을 주민은 60가구 123명 가운데 45%가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기계 대신 소와 쟁기·지게의 힘을 빌려 경작해야 해 매년 35~40%의 논을 놀릴 수 밖에 없다. 한마음 나누기 운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주민들은 경작 면적을 점차 늘려나가기로 했다. 이창남(52)이장은 “주민들로 영농조합법인을 구성, 올해 경작면적을 80%로 늘리는 등 3년 이내 100% 경작을 달성해 논의 원형을 복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가천 다랭이 마을=산 중턱에서 마을 아래까지 푸른 바다를 향해 층층이 아름다운 등고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45도 경사의 계단식 논이 있다. 다락 논 또는 계단식 논을 남해에서 다랭이 논이라 부른다. 층수로 108층에 크고 작은 논 630여 필지가 있다. 전체 면적은 19만여㎡(6만평). 연간 2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국가지정 명승 제15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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