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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흔드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 싸딩딩 주의보

중앙일보 2010.03.15 01:15 종합 26면 지면보기
동양적 선율과 빼어난 외모로 월드뮤직계의 스타로 떠오른 싸딩딩. 전통과 현대의 성공적 접목을 보여준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중국 가수 싸딩딩(薩頂頂·27)에 입문하는 법. 먼저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몰라도 아는 척 고개를 까딱이며 들어본다.



주의! 주술사의 주문 같은 기묘한 소리가 들리더라도 꾹 참을 것. 볼륨을 슬쩍 올려본다. 이번엔 음표들의 수런대는 소리다. 티베트 불교 음악의 일렉트로닉 버전이랄까. 엄숙한 독경(讀經) 의식을 치르듯 멜로디를 따라 중얼댄다. 몸의 세포들이 들썩이는 느낌마저 들었다면, 당신은 비로소 싸딩딩 음악의 기슭에 첫발을 들인 것이다.



싸딩딩은 중국 전통 음악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입힌 개성 강한 음악으로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뮤지션이다. 그는 중국령 내몽골에서 한족 아버지와 몽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까지 유목 생활을 했는데, 양떼를 몰던 유년기가 그의 독특한 음악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초원을 뛰놀며 노래를 불렀고, 유목민 틈에서 전통 악기를 익혔다. 토속 문화를 글로벌 뮤직으로 끌어올린 싸딩딩. 그의 신비한 음악 세계를 주제로 e-메일을 주고 받았다.



“내몽골은 음악과 자유에 대해 가르쳐 준 곳이죠. 색다른 유년기가 제 음악에 영향을 끼친 건 분명합니다.”



불교풍이 진동하는 그의 음악은 서구에서 특히 환영 받았다. 산스크리트어·티베트어·만트라 등 낯선 언어를 입힌 그의 노래에 중독된 이들이 적지 않다. 중국 전통 복장과 전통·전자 악기를 조화시킨 동양적 무대 역시 서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2008년 영국 BBC 방송은 그에게 ‘월드 뮤직 아티스트 상’을 건넸다. 우리 식으로 말해 ‘가장 중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명제를 입증해낸 셈이다.



“제 음악엔 중국 고유 문화는 물론 티베트·인도까지 아우르는 동양적 요소가 가득해요. 여기에다 서양의 일렉트로닉 음악까지 가미되니 흥미롭게 제 음악을 받아들인 것 같아요.”



그의 맨 처음도 중뿔날 건 없었다. 2001년 TV 오디션에서 입상했고, 여느 아이돌처럼 댄스 음악으로 데뷔했다. 반응도 꽤 괜찮았다. 하지만 그는 제 음악적 욕심을 드러내기로 한다. 6년간 작곡·프로듀싱을 익혔고, 2008년 초 불교 색채가 강하게 묻어나는 앨범 ‘얼라이브-만물생(Alive· 萬物生)’을 내놨다. 아이돌의 발랄함 대신 종교와 인간이란 진지한 테마로 일관한 앨범이었다. 일각에선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서양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에 기댄 상업 가수란 비판도 일었지만, 서구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쇼케이스에 BBC· 뉴욕타임즈 등 유수 언론이 몰렸다.



“불교 신자는 아니에요. 불교를 통해 사물을 바라볼 뿐이죠. 그런 음악적 관점이 서양인에게 독특하게 여겨진 것 같습니다.”



그는 16일 두 번째 앨범 ‘하모니-천지합(Harmony·天地合)’을 한국에 발매한다. 타이틀곡 ‘하하리리(Ha Ha Li Li)’에서 엿보이듯 중국 전통 현악에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강렬한 비트감을 더한 음악이 주를 이룬다. 전작에 비해 현대 음악의 요소가 좀 더 강조됐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신·구 음악의 조화를 고려한 앨범이기도 하죠. 중국 전통 음악을 전자 음악으로 발전시키려고 애썼습니다.”



싸딩딩은 4월 초 한국에 온다. 동·서양을 두루 자극하는 그의 발칙한 음악에 빠지고 싶다면, 슬슬 싸딩딩 입문법부터 익힐 일이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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