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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삼성 아몰레드폰 탄생 주역 김은아 박사

중앙일보 2010.03.15 00:29 경제 1면 지면보기
‘아몰레드(AMOLED) 폰 탄생의 주역’ ‘수퍼 아몰레드’-.


예술중학서 과학고로 “과학자도 미래 그리니 또 다른 화가 아닌가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김은아(37·사진) 박사가 달고 있는 수식어들이다. 수퍼 아몰레드를 적용한 휴대전화는 ‘아몰레드(AMOLED)’ 휴대전화보다 화질이 다섯 배나 선명하다. 지난달 중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삼성전자가 처음 선보였다. 삼성은 이 기술을 상반기에 출시할 스마트폰 ‘웨이브’에 처음 탑재할 예정이다. 충남 천안 본사의 책임연구원인 김 박사는 아몰레드에 이어 수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개발에서도 중책을 맡았다.



그가 KAIST에서 재료공학 박사를 받고 20대 후반인 2001년 삼성SDI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아몰레드는 불과 몇십 명의 엔지니어가 설계부터 공정까지 도맡아 진행하던 걸음마 프로젝트였다. 김 박사는 “개발품 가운데 일부 불이 들어오면 연구원들이 ‘우와∼’ 하고 탄성을 지를 정도였는데, 지금은 초등학생도 ‘아몰레드’를 흥얼거리게 됐다”며 웃었다. 아몰레드는 당시 이공계 석·박사 논문에나 나올 법한 초기 기술이었다. 삼성이 뒤늦게 뛰어들어 지난해 가장 먼저 휴대전화 화면에 적용했다. 그는 130여 건의 특허를 출원한 사내 최다 신기술 제안자다. 개발 과정에서 불거지는 문제점을 콕콕 집어낸다고 해서 ‘불량 소녀’라는 애칭도 붙었다. 그는 중학 1년 한 과학 교과서의 ‘과학자 탐방 코너’에 두 쪽에 걸쳐 신상이 소개되기도 했다. 같은 회사 연구원인 남편과 네 살 아들이 있다.



김 박사는 원래 서울 선화예술중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화가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과학자가 점점 더 좋아져 마침내 서울과학고로 진로를 틀었다. “과학자도 미래를 그린다는 점에서 또 다른 화가 아닌가요”라는 그의 반문이다.



김은아(37) 박사는 지난해 인기 가수 손담비가 TV 광고에서 화려한 춤과 함께 삼성 ‘아몰레드 송’을 열창할 때 주변 사람들이 함께 흥겨워하는 걸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차세대 ‘수퍼 아몰레드’가 지난달 스페인 MWC 행사에서 첫선을 보였다.



“아몰레드 양산에 성공한 직후 수퍼 아몰레드 분석 표준의 개발에 들어갔다.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선명도가 훨씬 뛰어난 제품이라 회로 설계부터 좀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또 다른 ‘세계 최초’를 위해 애쓰고 있다.”



-아몰레드 개발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2000년대 초 입사 때만 해도 아몰레드 기술은 일본이 훨씬 앞서 있었지만, 정작 종주국 일본은 양산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다. 해결하기 힘든 기술적 난제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문제점 하나 하나를 극복해 가면서 지적 자산으로 남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특허를 하나 둘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특허왕’ 소리를 듣게 됐다.”



-디스플레이 발전의 끝은 어디쯤 될 걸로 보나.



“3D(입체)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를 보면 삼성이 만들었거나 만들려고 하는 디스플레이가 총동원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학 때 미술을 전공하면서도 공상과학(SF)영화를 즐겨보곤 했다. 이제 그 영화 속 꿈들이 현실이 되고 있고, 그 현실화를 위해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이제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 투명 디스플레이 같은 것들이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다. 거기에 일조하는 게 꿈이다.”



-아직 국내에서 여성 엔지니어층이 두텁지 않다.



“아몰레드부터는 마이크로 단위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정밀 분석이 안 되면 그 부족함이 화질 불량으로 연결된다. 특히 세밀한 작업에선 여성 엔지니어의 장점이 발휘된다고 생각한다.”



심재우·문병주 기자



◆아몰레드(AM OLED,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LED의 일종으로, 자체 발광형 유기물질이다. LCD처럼 액정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어서 훨씬 선명하고 얇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구동방식 가운데 효율이 가장 좋은 것이 능동형(AM)이다. 아몰레드는 삼성전자가 ‘AM OLED’를 장착한 휴대전화를 출시하면서 발음나는 대로 작명한 제품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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