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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민퇴’ … 중국 양회 화두로

중앙일보 2010.03.13 02:52 종합 1면 지면보기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중국에서 ‘국진민퇴(國進民退)’ 논쟁이 뜨겁다. 국진민퇴는 국유기업이 일어서고 민영기업이 쇠퇴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재정투자·정책금융 등 명목으로 푼 돈이 국유기업에 지나치게 몰렸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흑자 민영기업이 부실 국유기업에 강제 인수합병되기도 해 앞으로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복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12일 “국진민퇴를 방지하고 민영기업의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이번 양회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 민영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정책 초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논쟁은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의 아들 후더핑(胡德平) 정협 경제위원회 부주임(차관급)이 불을 댕겼다. 후 부주임은 지난 4일 정협에서 “국유기업은 종종 시장원리와 상관없이 행정명령을 이용해 각종 자원(민영기업)을 사들인다”고 비판했다. 홍콩 명보(明報)도 8일 “차가 후진하고 있다”며 국유기업의 독주를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민간부문보다 경영 효율이 떨어지는 국유기업 위주로 산업이 재편되면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위원장은 10일 “국진민퇴로 볼 게 아니라 적자생존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관영통신 중국신문사도 정협 위원 닝가오닝(寧高寧)의 말을 인용, “국유기업이 대출을 쉽게 받아 민영기업을 사들이게 된 건 상대적으로 민간부문에 비해 자금 상환 능력이 높고 발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후퇴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10대 산업 진흥계획’을 마련했다. 철강·조선·석유화학·비철금속 등 주요 산업에서 부실 민간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해 국유기업에 민영기업 인수 자금을 지원하는 게 골자였다.



이에 따라 국유기업 산둥철강은 지난해 9월 민영기업인 르자오철강을 인수, 중국 2위 철강업체가 됐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부실 국유기업이 우량 민영기업을 인수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민간 주유소들도 잇따라 국유기업에 인수되고 있다. 중국 언론은 민영 둥싱항공이 지난해 파산한 이유도 국유 항공사로의 합병을 거부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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