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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없이 대나무 평상으로 운구 … 신도들 “스님 추우실 텐데 …” 울먹

중앙일보 2010.03.13 02:39 종합 8면 지면보기
법정 스님의 법구가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다비식이 치러질 전남 순천 송광사로 옮겨진 12일 신도들이 길상사 극락전 앞에서 운구 행렬을 보며 기도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2일 오전 서울 성북동 길상사를 떠난 법정 스님의 법구(스님의 유해)가 오후 5시쯤 전남 순천 송광사에 도착해 문수전에 안치됐다. 송광사는 효봉 스님을 좇아 머리를 깎았던 법정 스님의 출가 본사다. 13일 오전 11시 송광사에선 울긋불긋한 만장도 없고, 연꽃 장엄도 없는 소박한 다비식이 열린다. 번거로운 장례의식을 말라는 유언에 따라 방명록도 만들지 않는다. 지장전과 불일암, 두 곳에 분향소를 마련한 송광사에는 이날 낮부터 단체 추모객이 줄을 이었다. 전국 각지의 불자들이 버스 편으로 모여들었다.


송광사 안치 … 오늘 다비식
MB “존경하던 분, 마음 아파”

법정 스님 다비준비위원회는 “다비식 이후에는 49재와 추모법회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스님이 입적한 지 7일째 되는 초재(17일)와 7주째인 마지막 7재(막재·4월 28일)는 송광사에서 치를 예정이다. 나머지 재는 길상사에서 봉행된다. 21일 오전 10시 길상사에선 추모법회도 열린다.



이날 오전 11시50분 법정 스님의 운구 행렬은 길상사를 떠났다. 법당과 뜰, 종루와 난간을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메운 8000여 신도들이 스님의 마지막을 보며 울음을 터뜨렸다. 스님은 마지막까지 ‘무소유’를 실천했다. 운구에는 관(棺)이 없었다. 그저 대나무로 만든 평상 위에 스님의 법구만이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다. 수의도 짜지 않았다. 법구는 평소 입던 괴색 가사로 감겨 있었다. 평생 무소유를 설했던 법정 스님이 토해내는 ‘무언의 할(喝)!’이었다.



바람이 매서웠다. 길상사 신도들은 “(스님께서) 추우셔서 어떡하느냐”며 울먹이기도 했다. 스님은 “강원도 오두막의 대나무 평상 위에 내 몸을 놓고 다비를 해라. 남은 재는 오두막 뜰의 꽃밭에 뿌려라”고 유언했었다. 눈 때문에 길이 막혀 오두막 대신 송광사에서 다비식이 열린다. 대신 제자들은 대나무로 강원도 오두막에서 쓰던 모양의 평상을 짰다.



이날 길상사에는 새벽부터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전 9시30분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호영 특임장관,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과 함께 길상사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대통령은 “평소에 존경하던 분이셨고, 그래서 저서도 많이 읽었는데 마음이 아프다. 스님께서 쓰신 글이나 사상이 이번 기회에 많이 알려질 것”이라며 “그렇게까지 실천은 못 해도, (재산이) 있는 사람들이 나누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백성호·남궁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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