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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요 탁신” 방콕은 ‘레드 셔츠’ 물결

중앙일보 2010.03.13 02:27 종합 12면 지면보기
12일 오후 7시(현지시간) 태국 방콕 사남누엉광장 인근 민주기념탑 로터리 일대.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자들인 ‘레드 셔츠’ 20만~30만 명이 집결했다. 섭씨 33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시위대가 주변 8차선 중 5차선을 점거해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경찰은 신호등 작동을 멈추고 수신호와 호각으로 교통을 통제했다.


본지 정용환 특파원 르포

시위대는 “깝마 탁신(돌아와요 탁신)”을 외쳤다. ‘만수무강하소서’ ‘정치 군인 반대’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서자’는 격문이 담긴 피켓들이 손에 들려 있었다. 곧이어 똑같은 붉은 셔츠 차림에 태국 국기를 든 수백 대의 오토바이 부대가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앞서 방콕 시내 곳곳을 누비며 시위 동참을 촉구했다. 이 광경을 본 탁신 지지자들은 “탁신, 탁신”을 연호하며 호응했다.



아내와 여덟 살짜리 딸을 데리고 나온 솜퐁 보이(37·자영업)는 “우리가 믿는 민주주의도 존중해 달라. 반탁신파인 ‘옐로 셔츠’가 재작년 총선으로 선출된 사막 순다라벳 총리를 탁신파라는 이유로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일으켜 몰아냈다”며 “새 정부 인사들도 무능하고 부패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 지지자들이 12일 방콕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레드 셔츠’라 불리는 탁신 지지자들은 정부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방콕 AFP=연합뉴스]
◆“표로 심판하자”=탁신 지지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 회원 수십만 명은 이날 방콕 안팎에 정한 6개 집결지에 모여들었다. ‘진실, 오늘(Truth Today)’이라고 새겨진 티셔츠엔 탁신의 얼굴이 인쇄돼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탁신은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탁신은 재임 기간 중 부정부패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받은 데 이어 대법원 판결로 재산까지 몰수당하게 됐다. 하지만 탁신 지지자들은 쿠데타 주동자들의 모함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북부 치앙마이에서 온 윌라이 스리파이(60·교사)는 “탁신은 태국이 배출한 최고의 정치인”이라며 “국민을 제쳐 두고 누가 탁신을 심판한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1년간 우리는 아피싯 웨차치와 정부를 지켜봤다. 무능하고 부패한 기득권 정치인의 전형이었다”고 덧붙였다. UDD 측은 “14일까지 100만 명 이상이 모여 정부 성토 집회를 연 뒤 시내를 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점들 철시 준비=방콕 시내는 이날 폭력 사태에 대한 우려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내 수라웡가의 한 중국식당 매니저는 “가두 시위가 예고된 일요일(14일)뿐 아니라 토요일에도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며 “손님들에게도 집회 현장 주변에는 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중앙은행은 시위 예상 지역의 각 은행 지점들에 필요 시 영업을 중단하고 현금인출기(ATM) 가동을 중단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방콕 중심부의 한 은행 앞에서 수류탄 폭발 사건이 발생, 다른 은행들도 비상 근무 태세에 들어갔다.



태국 당국도 비상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주린 락사나위싯 보건장관은 “25개 국영·민간 병원에서 의료진 1000여 명이 대기하고 있다”며 “시위 상황 전개에 따라 대응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콕 내·외곽을 경비하는 군경 5만 명은 시위대의 집결 장소를 중심으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UDD 측은 “정부가 강제 진압에 나설 경우 반드시 힘으로 응수하겠다”고 밝혀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아피싯 총리는 “일설로 떠도는 쿠데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의회 해산과 총리직 퇴임도 고려할 수 있지만 시위대의 압력에는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4일은 평화의 날”=파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거듭되면서 태국의 안정을 걱정하는 평화주의자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평화와 좋은 정부 센터’ 관계자들은 “시위대가 법을 지키고 폭력의 유혹으로부터 인내심을 발휘해줄 것을 호소한다”며 “정부도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존중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용환 특파원  



[정용환 특파원 현지 르포] 태국 방콕 주말 100만 명 시위 곳곳 무장 군경 … 사실상 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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