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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도둑질’ 권유한 공무원

중앙일보 2010.03.13 02:14 종합 20면 지면보기
2004년 6월, 서울 강남수도사업소 요금과에서 근무하던 안모(46)씨가 서울 서초동에서 막 개업을 앞두고 시험가동을 하고 있던 대형 사우나를 찾아갔다. 안씨는 이 사우나 관리부장 오모(52)씨를 만나 “수도요금을 3분의 1로 줄이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 원한다면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오씨가 동의하자, 그는 일명 ‘안선생’이라고 불리는 계량기 조작기술자에게 이 사우나의 수도계량기를 조작하도록 시켰다. 기술자가 미터기를 돌리는 톱니바퀴에서 톱니의 일부를 제거하자, 미터기가 헐겁게 돌아가면서 실제 사용량보다 적은 양이 기록됐다.


수도 요금과 직원이 계량기 조작해 주고 억대 받아

이런 방법으로 이 사우나는 수도요금을 사용량의 30% 정도만 냈다. 정상적이라면 매달 1400여만원 정도의 수도요금을 내야 했지만, 실제로는 300만∼400만원씩만 낸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빼돌린 요금은 모두 7억여원에 이른다. 개업할 때부터 조작된 계량기를 이용했기 때문에 전월 대비 사용량 심사도 의심을 받지 않고 계속 통과할 수 있었다.



안씨는 그 대가로 오씨로부터 매달 200여만원을 현금으로 직접 건네 받았다. 안씨는 중간에 강남수도사업소에서 강동수도사업소로 발령을 받았지만 그 뒤에도 이 사우나에 대한 검침량과 부과금액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다. 경찰에 적발된 이달 초까지 만 6년 동안 그가 챙긴 돈은 모두 1억5500여만원에 달한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안씨와 오씨에 대해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가 개업 직전의 사우나를 먼저 찾아가 조작을 제안한 점, 전문 조작기술자가 개입한 점 등으로 볼 때 공무원이 관여된 유사 범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계량기 조작기술자 ‘안선생’의 행방을 쫓고 있다. 또 수도 사용량이 많은 다른 업소에도 공무원이 가담한 조작이 있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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