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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사람과 세상을 바꾼다 사진 한 장의 위대한 힘

중앙일보 2010.03.13 01:53 종합 23면 지면보기
찰칵, 사진의 심리학

마르틴 슈스터 지음, 이모영 옮김

갤리온, 240쪽, 1만3000원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기억이다. 연인과 결별한 여성이 옛날 사진을 찢어버리는 행위는 남아 있는 미련을 찢는 것이고, 이럴 때 사진은 ‘종잇장’이 아니라 적극적인 망각 의식의 도구다. 대부분 여행 사진으로 채워진 사진 앨범 역시 기록 이상이다. 지루한 일상에서 탈피해 행복을 간직하고픈 열망까지 담았다는 점에서다.



독일 쾰른대 심리학과 교수인 지은이가 쓴 사진 심리학 이야기다. 저자는 사진을 둘러싼 다양한 사례를 예로 들며 사진이 우리의 생각·경험과 어떤 관계를 맺고, 또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왜 사람들은 결혼 사진을 공들여 찍을까’ ‘사진 한 장이 어떻게 상처를 치유할까’ ‘왜 선정적 사진에는 자동차가 등장할까’ 등의 물음에 답한다. 책은 요즘 묵직한 카메라를 손에 들고 시내 곳곳에 출몰하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을 이해하는 통찰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사진은 우리 모두를 화가로 만들어줬다. 과거에는 일부 예술가들만이 마음 속 그림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지만, 카메라를 통해 각 개인이 예술적 행위의 주체로 부상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엔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자아상을 강화하는 기능도 있단다. 사진은 과거의 순간을 선택해 담는데, 사람들은 고통보다는 행복한 순간을 골라 담아내기 때문이다.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두고 두고 자기 암시를 위한 ‘회상 단서 자극’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외모에 관한 한은 예외란다.



사진은 생각을 바꾸게 한다는 점에서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한 예로 위성에서 찍은 최초의 지구 사진이 세계 환경 운동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 멀리서 바라본 동그란 지구 사진은 우리 모두가 마치 한 배에 탄 사람들처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분명히 보여줬다. 선정적인 사진의 배경에 종종 자동차가 등장하는 이유는 자동차의 차갑고 매끈한 속성이 여성 피부의 따뜻하고 부드러움을 더 돋보이게 해서라고 설명했다.



지은이는 한 장의 사진만 봐도 그 사람의 인간관계와 삶에 대한 시각까지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가족 사진엔 구성원의 관계가 들여다보이고, 어떤 것을 찍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측면까지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진 심리학’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이론이 성글어 심리학자가 쓴 사진에 대한 에세이에 가깝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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