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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맨유와 경기, 베컴 녹황색 목도리 두른 사연 …

중앙일보 2010.03.13 01:02 종합 30면 지면보기
데이비드 베컴이 ‘안티 글레이저’를 상징하는 녹황색 머플러를 두른 채 맨유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맨체스터 AP=연합뉴스]
지난 11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퍼드. 맨유와 AC밀란의 경기에서 박지성(맨유)은 쐐기골을 터뜨리며 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으로 이끌었다. 그런 가운데 7년 만에 이곳을 찾은 맨유의 옛 영웅 데이비드 베컴(35·AC밀란)은 경기가 끝난 뒤 녹색과 황색이 섞인 목도리를 두르고 관중을 향해 박수를 쳤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맨유의 홈 팬들이 ‘베컴,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Back Beckham)’라는 현수막으로 환대해준 것에 대한 답례였다. 맨유를 떠난 뒤에도 팀에 대한 애정을 보였던 베컴이 녹색-황색 조합의 머플러를 두른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팀의 애칭인 ‘레드 데블스’에서 알 수 있듯이 맨유를 상징하는 색깔은 붉은색이다. 홈 경기 유니폼도 강렬한 빨간색이고 올드 트래퍼드의 7만여 좌석도 모두 같은 색이다. 그런데 이날 관중석에는 녹색과 황색 머플러를 두른 팬들로 가득했다. 맨유 팬들이 벌이는 ‘그린 앤드 골드’ 캠페인 때문이다.



녹색과 황색은 맨유의 뿌리인 뉴튼 히스 구단의 색깔이다. 팬들은 2005년부터 운영을 맡은 구단주인 글레이저 가문에 항의의 뜻을 드러내기 위해 팀의 초창기 정신을 상징하는 색을 꺼내들었다. 글레이저 가문은 맨유를 인수할 당시 7억9000만 파운드(약 1조3000억원)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후 불어닥친 금융위기 탓에 부채만 늘었다. 헤지펀드 등에서 끌어들인 높은 금리의 자금이 문제였다.



궁여지책으로 입장료를 해마다 올렸지만 팬들의 화를 돋울 뿐이었다. ‘빚을 갚기 위해 스타인 웨인 루니를 이적시킬 수 있다’ ‘올드 트래퍼드와 연습구장을 팔 수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자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올드 트래퍼드에서 세계 최고 축구선수로 성장한 베컴은 이 같은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목도리를 통해 맨유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것이다.



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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