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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수입하던 한국, 올 처음 수출길 텄다

중앙일보 2010.03.13 00:50 종합 31면 지면보기
미국에 진출하는 국산 경주마 ‘위너포스’ ‘파워풀코리아’ ‘코리아선’(오른쪽부터)이 제주육성목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제공]
영국·미국·일본·홍콩 등 경마 선진국에서 경마는 ‘축제’ ‘문화’ ‘산업’의 성격이 크다.


선진 경마 현장을 가다 ④·끝 국내 현황은

한국 경마는 어떤가. ‘경마=도박’이라는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선진국으로 부르는 나라들도 도박의 고리에서 헤매던 역사가 있다. 우리도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한국 경마도 산업이자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KRA한국마사회는 24일 미국 메릴랜드주 로렐경마장에 국산 경주마 세 마리를 보낸다. 이들은 국내 민간 목장에서 태어난 말들로 생후 6개월이던 2008년 말 마사회가 매입해 경주마로 훈련시켰다. 이들 예비 경주마는 로렐경마장 조교사에게 맡겨져 집중 훈련을 받은 뒤 이르면 10월부터 현지 메이든급 경주(우승 경력이 없는 2~3세 신마들의 경주)에 출전할 계획이다.



90년 역사를 지닌 한국 경마는 1998년에야 세계 120여 개 경마 시행국 중 50번째로 서러브레드(경주마로 품종 개량된 말) 혈통서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아 경주마 수출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미국·호주·일본·뉴질랜드 등으로부터 매년 평균 200여 마리의 외국산 경주마를 사들였던 한국이 수출국 자격을 얻었고, 올해 첫 수출길에 나섰다. 이들의 성적이 좋으면 한국 경주마 수출의 길이 열리고, 씨 수말 산업도 활발해진다. 국내 말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김광원 마사회장은 “한국 경마가 단순한 베팅 산업에서 탈피해 경주마 육성 및 해외 진출, 승마 활성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말 산업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며 한국 경마의 변화를 강조했다.



마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인원 2167만여 명이 경마장(서울·부산·제주 3개 경마장과 장외 지점 포함)을 찾았다. 총 매출액은 7조2800억원이었으며 세금(레저세)으로 7280억원을 냈다. 경마장 운영비에서 140억원을 떼 사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올해는 50억원을 더 늘려 기부금 규모가 190억원이 된다.



지난 8일, 부산 강서경찰서는 2억원대 불법 사설경마를 한 조직폭력배 11명을 붙잡았다. 이런 보도를 접하면 ‘경마’라는 단어에서 도박이나 조폭을 연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말 그대로 ‘불법’이고 ‘사설’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2008년 이후 불법 사설경마의 규모를 제도권 경마 시장의 4배에 이르는 30조원대로 추정했다. 대부분 폭력조직과 연계된 불법 사설경마는 정부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아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는 온상이 되고 있으며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 탈루, 각종 범죄 발생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마사회 역시 이런 불법 사설경마를 없애기 위해 감시 인원을 늘리는 등 노력하고 있다.



경마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3~4년 전부터 주말에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장에 가보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소풍객과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남녀가 부쩍 늘었다. 이들의 모습에서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느낄 수 없다.



김광원 마사회장은 “경마의 도박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말 산업의 근간이 될 경마의 진정한 가치를 외면할 경우 경마는 영원히 도박 산업으로 남게 된다”며 “경마를 중심으로 한 말 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키워낸 선진국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류원근 기자




강용식 서울마주협회장 “미국은 말 산업이 영화와 맞먹어요, 새 시각이 필요해요”



강용식(사진) 서울마주협회장은 한국 경마의 선진화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다. “1993년 개인마주제로 전환한 이후 한국 경마가 많이 바뀌고 있다”며 “경마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마의 선진화를 위한 조건이 있다면.



“경마팬을 포함한 마주, 조교사, 기수, 생산자 등 경마인들 스스로 양질의 경마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이다. 정부의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세계는 경마를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는 추세인데 유독 한국은 각종 규제로 합법적인 경마를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도 경마를 21세기 신성장 동력이자 녹색산업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왜 경마가 산업인가.



“경마는 축산업(1차 산업), 장비 제조업(2차 산업), 마권 발매, 중계 등 서비스업(3차 산업), 인터넷 발매 등 지식정보업(4차 산업)이 어우러진 복합산업이다. 특히 종마(씨수말)산업은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미국 말 산업의 경제 유발효과는 115조원 규모로 미국 영화산업과 맞먹는다.”



- 규제 에 대한 마주협회의 입장은.



“모든 갬블 산업은 익명성이 보장될 때 경쟁력을 발휘한다. 익명성이 없어진다면 필연적으로 매출이 떨어져 지방세수는 물론 축산발전기금, 사회기부금 규모 등이 줄어든다. 더 큰 문제는 제도권 경마를 떠난 사람들이 불법 사설경마로 몰리는 풍선효과다. 사감위의 활동은 사설경마와 같은 불법시장을 발본색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류원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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