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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비즈니스 항공’ 시장을 잡자

중앙일보 2010.03.13 00:27 종합 33면 지면보기
비행기로 지구 반대편 케이프타운까지 26시간. 영종도의 인천공항을 출발해 런던을 거쳐 아프리카 남아공에 도착할 수 있는 최단시간이다. 그런데 글로벌 사업가에게는 더 빠른 방법이 있다. 전용기로 김포공항을 출발해 인도 뭄바이를 경유하면 18시간. 무려 8시간이 단축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값진 시간이다. 공항의 전용터미널을 이용하기 때문에 출발과 도착 대기시간이 줄어들고 중간 기착지에서 환승하는 데 드는 시간도 단축된다. 전용기 이용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 이상의 경제적 가치 창출이 가능한 이유다.



전 세계의 ‘비즈니스 항공’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동안 대형기로만 인식되던 제트기가 20인승 미만의 쾌적성을 겸비한 파생형으로 진화하면서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사업 목적의 비즈니스 항공은 미국에서 연간 15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 중동 국가를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만 450대 정도가 운항되는 이 시장은 향후 10년간 세 배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1만4000대의 비즈니스 제트기가 울트라 백만장자들의 쾌적한 여행과 사업가들의 해외출장을 위해 세계의 하늘을 날고 있다. 인도에서는 3일마다 한 대씩 비즈니스 제트기가 늘고 있고, 중국에서는 2015년까지 600대 이상의 구매가 예상된다. 러시아는 수입관세와 부가세를 20%씩 낮춰주면서 시장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 업계의 예측대로라면 2018년까지 2만4000대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국내의 경우 비즈니스 전용기는 아직 극소수지만 향후 시장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서울로 들어오는 인바운드(inbound) 수요도 이에 못지않다. 지리적으로도 우리나라는 미주와 중동, 중국 경제권을 연결하는 중간 기착지로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에게 중소형 항공을 위한 전용공항은 생소하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모든 항공 교통량을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대도시일수록 이용객의 수요에 맞춰 최소 3∼4개의 공항을 두고 기능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런던 지역에는 국제·국내선과 자가용·전세기, 저비용 항공을 위한 공항이 6개나 있고, 미국의 뉴욕 지역에는 7개의 공항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 서울을 찾는 비즈니스 전용기가 크게 늘면서 연간 출입국 횟수가 이미 500회를 넘어섰다. 다행히 수도권에는 제3의 매력 있는 공항이 있다. 현재 국빈급 외에 군용공항으로만 이용되는 성남의 서울공항이다. 소음이 적은 소형기 중심의 자가용 항공, 에어택시는 물론 중형기급 항공기에 부분적인 개방이 가능한 기반여건도 갖추고 있다. 서울 도심과는 불과 24㎞ 거리를 두고 강남권역은 물론 성남·안양·수원 등과도 인접해 글로벌 사업가들에게는 접근성 면에서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세계의 기업가들이 대륙을 오가며 손쉽게 들러 가는 비즈니스 공항, 메가시티 서울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허희영 한국항공대 항공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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