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수대] 사리

중앙일보 2010.03.13 00:19 종합 35면 지면보기
사리(舍利)란 본래 ‘몸’을 가리키는 산스크리트어 샤리라(Sharira)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대로 음역해서 설리라(設利羅), 또는 뜻을 옮겨 영골(靈骨)이라 부르기도 한다.



‘금광명경’은 석가모니의 말을 빌려 ‘사리는 정혜(定慧)를 닦은 데서 나오므로 보기 드물고, 사리를 얻는 것은 상등의 복전(福田)을 얻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설에는 세존의 사리가 여덟 섬에 이른다고도 하고, 속세의 신도들은 고승일수록 입적할 때 사리가 많이 나온다고 믿기도 한다.



사리에 대한 신비로운 믿음은 불교의 전파와 함께 널리 퍼졌다. 중국 의약서 ‘본초강목’은 사리는 영양의 뿔(羚羊角)로만 깰 수 있을 뿐 망치로도 부서지지 않는다고 했다. 실학자 이규경도 저서 ‘석전총설(釋典總說)’에서 사리는 극음의 산물이므로 극양의 재료인 코뿔소의 뿔이 닿으면 바로 녹는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이런 믿음을 틈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일도 적지 않았던 듯싶다. ‘고려사절요’에는 효가(曉可)라는 요승이 등장한다. 그는 꿀물과 쌀가루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모두 내 몸에서 나온 감로사리(甘露舍利)”라고 주장하며 세를 불려 사기 행각을 벌이다 충선왕 5년(1313년) 처벌을 받았다. 또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사리는 옛날에도 얻기 힘들었다는데 지금은 조금만 이름이 있는 승려가 죽어도 반드시 사리가 나왔다며 부도(浮屠)를 세운다. 전에는 사리의 진위를 놓고 승려들이 소송을 하더니 부도를 허물고 진짜 사리인지 깨 보는 일도 있었다”고 꼬집기도 했다.



아예 사리는 인간의 신체 내부에 있던 물질이 화장 때의 열로 인해 변형된 것일 뿐 득도와는 무관하다는 주장도 있다. 회의론자들은 1995년 국제 법의학 저널에 인간의 넓적다리 뼈를 섭씨 1400도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할 때 수정 형태의 물질이 형성된다는 연구가 실렸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사리를 보물로 만드는 것은 구슬의 가치나 성분이 아니라 바라보는 사람의 지극한 불심이다. 그저 사리의 개수를 따져 대덕(大德)의 법력을 가늠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히 경계할 일이다. 11일 열반에 든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13일 열린다. “절대 사리를 찾지 말고 탑도 세우지 말라”는 스님의 유언은 세간의 저속한 관심을 꾸짖는 지엄한 가르침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듯싶다.



 송원섭 JES 선임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