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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 단기 차입 강력 규제 필요

중앙일보 2010.02.25 02:58 경제 10면 지면보기
“(당시에는) 경제가 ‘심장마비’에 걸린 것처럼 심각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강연

케네스 로고프(57·사진) 하버드대 교수(경제학)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렸다. 대공황에 비견될 정도로 심각할 것으로 우려됐던 위기는 주요 20개국(G20)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공격적으로 재정·금융정책을 편 덕분에 의외로 빨리 벗어났다. 하지만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그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부 부채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올해 한국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서는 정부 부채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봤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재정정책을 펴는 나라에는 자금을 제공하지 않는 등 자금 제공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로고프 교수는 2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코리아 2010’ 심포지엄에 참석해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국제금융 구조와 성장’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각국에 적용되는) 규칙은 같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글로벌 자금이 감독이 취약한 곳으로 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위기 이후 미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향했던 것도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금융회사는 도산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나 IMF가 포괄적인 지급보증을 남발하는 바람에 부실 금융회사도 여간해선 망하지 않는다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로비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그는 “은행에 대해 조금만 부정적인 얘기를 해도 정치권으로부터 ‘은행 좀 그만 건드려라’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결국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금융감독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금융회사의 파산 절차를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금융회사의 단기 차입을 강력하게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로고프 교수는 미국인들이 한국 기업의 제품을 잘 알고 있고 칭찬도 많이 하지만 정작 일본 제품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 중앙은행 자문위원을 할 때 사람들이 스웨덴을 스위스와 혼동해 좌절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한국인의 창의성을 존경하지만 한국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세계 속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 브랜드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권희진 기자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1953년생.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MIT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현재 하버드대 교수로 있으면서 미국 연방준비은행(Fed)과 스웨덴 중앙은행의 자문을 맡고 있다. 2001~2003년 IMF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 및 연구국장을 맡았다. 옵스트펠드 교수와 함께 저술한 『국제거시경제학의 기초』는 이 분야의 대표적인 교과서로 인정받고 있다. IMF 수석 경제학자로 근무할 때 한국 등에 대한 IMF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조셉 스티글리츠와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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