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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과 빈국 가르는 변수는 미래 향한 정책 선택에 있다”

중앙일보 2010.02.25 02:58 경제 10면 지면보기
“국민과 국가와 세계의 진정한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 할지라도 과감하게 그 길을 열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공동 주최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코리아 2010’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600년 흥망사를 연구한 한 학자의 말을 인용해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가르는 변수는 국토나 자원과 같은 이미 가진 물리적 요소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정책의 선택에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개도국과의 개발 협력 과정에서 정부나 공공기관의 추천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연수교육과 경제교육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앞으로는 그 범위와 대상을 민간 부문으로까지 넓히는 ‘지식 파트너십’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술회의는 국제시각에서 본 대한민국 2020년 대전망을 주제로 한 기조세션과 ▶금융위기 이후 새 국제경제질서 ▶개발을 위한 효과적인 파트너십 ▶글로벌 녹색성장 파트너십 등 3개 세션에 걸쳐 토론이 진행됐다.



24일 미래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린 ‘글로벌 코리아 2010’ 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디자인으로 전 세계 사랑 얻어야”=크리스토퍼 그레이브스 오길비 PR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이 훌륭한 디자인을 국가 브랜드와 연계시키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 세계는 한국과 사랑에 빠지고 싶어하지만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모른다”며 “과거 1882년에 그리피스라는 작가가 『은둔의 한국』이라는 책을 쓰면서 왜 일본은 인정을 받고 한국은 좋은 점을 갖고도 인정을 못 받는가 궁금했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도 바뀐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류가 성공적이었지만 이는 패스트푸드에 불과하며 전 세계인이 한국과 데이트를 하는 수준이지 깊은 사랑에 빠진 단계는 아니다”며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한국만의 스토리와 디자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 손턴 브루킹스 연구소 이사장은 한국이 중국과 심층적 관계를 맺는 게 향후 발전에 매우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대중 수출량이 대미 수출량의 두 배가 넘고 중국에 대한 투자를 미국과 일본보다 많이 하는 게 한국의 장점”이라며 “한국은 좀 더 심층적으로 중국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은 그레이브스 CEO가 강연에서 ‘국가브랜드위가 태권도 전파 같은 정형적인 부분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에 대해 강한 어조로 항의해 장내 분위기가 잠시 어색해지기도 했다.



어 위원장은 “인도의 관광 캠페인 ‘인크레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를 성공사례로 거론한 그레이브스 CEO에게 “한국 정부의 (브랜드 전략과 관련해) 부족한 부분을 지적했는데 남의 나라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지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 정부의 중요한 과제는 대외원조를 다른 국가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영국이나 미국처럼 신사국이 되려고 한다”면서 “우리는 국가브랜드 인덱스를 만들었고, 기술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 이후의 새로운 국제경제=이날 행사에서 티에리 드 몽브리알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설립자 겸 소장은 “부채가 과도하게 누적돼 발생한 위험은 금융위기 역사에서 공통으로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모임에서 ▶금융위기 출구전략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와 중국의 흑자로 나타나는 글로벌 불균형 ▶금융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글로벌 규제 강화 등의 이슈를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G20 의장국으로서 회원국과 국제금융기구 간의 효율적인 공조를 돕고 G20에 속하지 못한 국가들의 이해가 반영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의 중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는 미국의 금융위기는 10년 전부터 예견됐던 것으로 인과응보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0년 전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터졌을 때 미국인들은 너무 자만했다”며 “현재 미국에서 (은행 규제를 강화하는) 볼커 룰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됐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세계 경제의 중심축은 중국과 인도로 옮겨지고 있다”며 “G20은 회원국이 너무 많아 효율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만큼 하부 위원회나 전문가 집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한국의 경우 주택 가격의 폭락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가계 부채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다”면서 “한국은 주택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경호·권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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