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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이명박 정부 2년 경제 성적표

중앙일보 2010.02.25 02:00 경제 2면 지면보기
이명박 정부 2년의 경제 성적표, 지표만으론 ‘수’를 주기가 어렵다. 다른 사정 안 보고 숫자만 따지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경제성장률이 그렇다. 2007년 5.1%였던 성장률은 2008년 2.2%, 지난해에는 0.2%로 떨어졌다. 그러나 2008년은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해였다. 따라서 이를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경기회복 속도가 두드러진다. “한국을 배우라”는 외신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위기극복은 우등생 … 재정·고용은 미흡

수출과 수입 모두 줄어든 ‘불황형’이긴 했지만 경상수지는 2007년 58억8000만 달러 흑자에서 지난해 426억7000만 달러 흑자로 7배 이상으로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미네르바’가 등장하고 국가 부도설 같은 악성 루머가 나돌았지만 한·미 통화 스와프 등으로 위기를 넘겼다. 2000억 달러 선이 간당간당하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2699억9000만 달러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한때 달러당 150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화가치도 1150원대로 돌아왔다.



경기의 선행지표인 주가도 나쁘지 않다. 물론 “(코스피지수) 3000포인트를 돌파할 것”이라던 이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일단 공수표가 돼버렸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1000선 밑으로 주저앉았던 코스피지수는 1610포인트대로 올라섰다. 산업생산 증가율도 돋보인다.



국가기관도, 민간기업도 아닌 어정쩡한 자리에서 방만 경영에 안주하던 공공기관엔 과감히 메스를 들이댔다. 15년간 못하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하고, 불필요한 공공기관 5곳을 없었다. 신규 지정된 기관을 빼면 30개가 줄었다.



그러나 재정과 고용 쪽의 성적은 부진하다. 2007년 33조8230억원 흑자이던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 10조830억원 적자를 냈다. 국가채무도 급증해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2년이면 474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007년 28만2000명 늘었던 취업자 수는 지난해엔 되레 7만2000명 줄었다. 희망근로, 청년인턴제 등으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취업자 수 감소를 막지 못했다. 이 또한 갑작스럽게 몰아닥친 금융위기와 경기 위축의 영향이 컸다.



권호 기자




교육부에 흡수된 과학기술 ‘행정 답답증’



정부부처 통폐합 득실은
 지난해 지식경제부는 ‘연구개발 속도전’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정부 조직 개편으로 이공계 정부출연연구소 26개 가운데 13개를 넘겨받은 지식경제부가 연구개발도 산업정책처럼 밀어붙인 것이다. 당장 과학기술계에서는 “세계에서 유례 없는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자는 취지로 정부 부처가 통폐합된 지 2년이 지났다. 그러나 통폐합의 결과가 당초 취지를 반영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가가 엇갈린다. 특히 일부 경제부처에서는 기계적 통합 수준을 넘지 못했다거나, 부처 간 조율이 안 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게 과학기술부와 교육부의 통합이다. 대입과 사교육 등 현안이 산적한 교육부에 사실상 흡수된 이후 과학기술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소관 연구소마저 절반을 지경부에 넘겨주다 보니 소통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 10조원의 과학기술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기술(IT) 정책을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보통신부에서 우편 기능을 떼어낸 뒤 방송위원회와 조직을 합친 방통위는 지난 정권에서 표류하던 방송통신 융합을 처리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IT 부문의 산업진흥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하드웨어는 지식경제부로, 소프트웨어는 방통위와 문화체육관광부로 흩어져 있다는 점이 정책 추진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경제부총리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둘러싼 정부 내 혼선에서 보듯이 경제 분야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로 나누어져 있는 국내외 금융정책을 한데 묶어야 금융위기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비해 식품과 수산 분야를 농축산 업무와 통합한 것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농장의 생산과 식품공장에서의 가공, 외식산업의 소비가 통합된 정책으로 맞물리면서 농어업이 1차 산업에서 2, 3차 산업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식품 안전 측면에서도 따로 놀던 농산물과 수산물이 통합 관리돼 효율성이 커졌다.



인하대 김영민 행정대학원장은 “그동안의 정부조직 개편은 정치적 필요에 의해 땜질식으로 하다 보니 사회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2년간의 운영을 통해 문제점이 드러났다면 근본적인 기능 조정에 대해 논의해볼 기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현철 기자




일자리가 최우선 서비스 규제 개혁 정면 돌파를



3년차 MB정부의 과제
 3년차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둘러싼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자신감에 차 있다. 금융위기에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해 가장 앞서 위기에서 탈출하는 능력을 보였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 선정과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전 수주 등 쾌거도 이뤘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년간 국민에게 했던 큰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과 연간 60만 개 일자리 창출 공약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국민은 크게 나무라지 않는다. 위기 국면에서 새롭게 부여된 임무를 잘 처리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가 이제 정상화의 길로 접어든 만큼 국민들의 기대도 달라지고 있다. 고통분담의 호소는 먹혀들기 힘들어졌다. 당연히 정책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시시콜콜 정부가 나설 필요도 없어졌다. 과욕은 금물이다. 큰 줄기만 잡아내는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지금 국민은 무엇보다 투자가 다시 활발해지고 일자리가 늘어나길 바라고 있다. 희망근로와 같은 임시변통형 일자리가 아니라 미래를 의지할 괜찮은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 돌파구는 내수 중심의 서비스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최근의 경제위기 상황은 수출 제조업에 의존한 경제성장의 한계를 다시금 노출시켰다. 삼성·LG·현대차 등이 정말 잘 해주면서 한국 경제의 위상을 한껏 높였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정부의 정책방향은 서비스업 선진화를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과 관련 인프라 확충에 집중돼야 한다. 지난해 영리 의료법인 설립 논의 때 드러났듯이,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기득권층의 반발이 거세겠지만 정면 돌파해야 한다.



또 하나의 중요 과제는 위기 수습을 위해 과도하게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이다. 이는 서둘러서도, 마냥 미뤄서도 안 될 민감한 사안이다. 그래서 시장과 끊임없이 교감하며 막연한 불안감을 줄여 나가는 정책 수완이 요구된다. 미국과 중국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전략은 과연 무엇인지 아직 오리무중이다. 가급적 늦춰야 한다는 소리만 크게 들린다.



위기 대응을 위해 크게 불어난 정부 지출도 다시 줄여 나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세금을 덜 거두고 지출도 억제하는 ‘작은 정부’를 표방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나라살림 규모가 급팽창하면서 국가부채가 크게 늘었다. 당장의 경제 부양을 위해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안기고 있는 꼴이다. 재정 지출의 축소에 시간이 걸린다면 감세의 속도도 보조를 맞춰 늦추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MB정부의 경제 운영은 그동안 재정 투입을 통한 단기 성과에 집착한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규제 완화 등 시스템 변화를 통해 성장 잠재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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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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