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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신학교’ 비결은 42개 학습동아리

중앙일보 2010.02.25 01:43 종합 22면 지면보기
18일 오전 11시 대전시 서구 탄방동 충남고 2층 운영위원회실. 1학년 학생 6명이 철학 교양도서인 『소피의 세계』(요슈타인 가더)를 펼쳤다. 윤리 담당 조형주(51·여) 교사가 이끄는 ‘철학동아리’ 시간이다. 철학동아리는 지난해 9월 만들어져 일주일에 두 차례 40분씩 공부한다.



학생들의 소감 발표는 20분간 이어졌다. 장원희군은 “영화 ‘아바타’ 속에 녹아 있는 자연주의 정신이 스피노자의 스토아 철학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권용대군은 “작곡가 베토벤의 작품이 낭만주의 철학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수학 전용 교실. 황은경(32·여) 교사가 이끄는 1학년 수학동아리반 학생 11명이 모였다. 학생들은 집에서 각자 풀어온 2학년 수학 문제 40여 개를 황 교사와 함께 점검했다. 틀린 문제는 오답노트에 풀이과정을 정리했다. 이재희 학생은 “동아리에서는 선생님과 일대일 학습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18일 오전 충남고 조형주 교사(맨 왼쪽)와 1학년 학생들이 ‘철학동아리’ 학습을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대전=김성태 프리랜서]
충남고에는 학습동아리가 42개 있다. 90%가 과학·수학 등 교과목과 관련 있는 동아리다. 만화 등 취미 동아리도 있다. 1, 2학년 1000여 명 가운데 40%가 동아리에 가입해 있다.



양진욱(1학년)군은 “철학동아리에 가입한 이후 다양한 책을 탐독하면서 사고의 폭이 넓어졌다”며 “대학 입시 때 논술고사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충남고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합격자 13명을 배출했다. 지난해보다 4명 늘었다. 비수도권 평준화 지역 공립학교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졸업생 532명 가운데 28%인 152명이 연세대(16명)·고려대(12명) 등 수도권 대학에 합격했다.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은 대전 둔산 신도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이 같은 진학 성과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2007년 8월 이 학교에 부임한 최화중(62) 교장은 “학력 증진 프로그램을 추진한 것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로그램은 교육을 학원에 맡기지 않고 학교 울타리 안에 끌어들이는 게 목표다. 동아리 활동 이외에 명예교사 초빙, 공동 논술수업 등을 도입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9월 KAIST 학생 19명을 명예교사로 위촉했다. 대학생 선생님은 토·일요일마다 학생 5∼6명씩 맡아 수학·과학을 가르친다. 수고비는 시간당 2만5000원. 이들은 문제풀이 등 학원 수업과 비슷한 방식으로 강의한다. 수강생인 1학년 맹주성군은 “수업시간에 어려워 풀지 못한 문제도 꼼꼼히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명예교사로 참여한 KAIST 장능인(21·전자공학과 3년)씨는 “1시간 수업을 위해 보통 5시간 정도 준비한다”고 말했다.



공동 논술수업은 인근 대전고·유성고와 연합해 수업이 없는 토요일에 진행된다. 강사진(5∼6명)을 구성할 때 세 학교 교사가 함께 참여하고, 수강생(21명)을 뽑을 때도 학교를 구분하지 않는다. 논술담당 원영웅(43) 교사는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문호를 넓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학원 수강 비율이 줄었다. 김종석 교사는 “입학 당시에는 40여 명의 반 학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학원에 다녔지만 2학기에 접어들면 25% 이하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천심(47·여)씨는 “학교가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논술지도도 체계적으로 해 주는 덕분에 아이를 학원에 보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충남고는



1962년 개교



대전시 서구 탄방동(공립 일반계 남자고교)



36학급 전교생 1580명(학급당 학생수 40명)



2006년 전국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 표창(교육인적자원부)



2009년 방과후 학교 경진대회 최우수 학교(대전시 교육청)



글=대전=김방현 기자

사진=대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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