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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내 사랑 내 곁에

중앙일보 2010.01.24 20:20 종합 35면 지면보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노래는 비틀스의 ‘예스터데이’다. 1965년 발표한 앨범 ‘헬프!’에 실린 이 곡은 3000번 이상 다시 불려 기네스북에 올랐다. 숫자로는 비교가 안 되지만 국내에도 리메이크가 유난히 많이 된 곡이 있다. 90년 간경화로 세상을 뜬 고(故)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다. 음원 사이트에서 ‘내 사랑 내 곁에’를 입력하면 50여 곡이 나온다. 양희은·최진희·김수희·문주란·김란영·노고지리·전인권·박강성·김장훈·JK김동욱·럼블 피쉬 등이 불렀다. 지난해엔 배우 김명민도 불렀다. 촬영 과정에 맞춰 20㎏을 감량했던 같은 제목의 영화에서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장면에서 흐르는 애절한 목소리가 그의 것이다.



이 노래가 실린 김현식의 6집 앨범은 그의 사후인 91년 6월 나왔다. “음악 좀 듣는다는 사람이면 (그 음반이) 없는 집이 없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였다(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 특히 ‘내 사랑 내 곁에’는 “그해 연말 크리스마스 캐럴보다 많이 불렸다”고 할 정도였다. 전주와 간주, 후주에서 반복되는 애절한 현의 선율은 강한 중독성이 있다. 소위 ‘뽕기’라고 불리는 트로트풍 멜로디다. 여기에 밤무대 시절 ‘공포의 빨간 점퍼’로 불렸던 고인의 폭발적인 가창력, 요절 가수의 신화가 더해져 이 앨범은 200만 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내 사랑 내 곁에’가 히트했을 때 가장 놀랐던 사람은 작사·작곡을 한 오태호다. 88년 당시 신촌블루스 멤버였던 오태호가 연습실에서 흥얼거리던 가락을 듣게 된 김현식이 노래를 달라고 했다. 오태호는 그러마고 한 후 까맣게 잊어버렸다. 김현식은 90년 죽음을 앞두고 녹음을 시도한다. 한 음악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아파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죽음은 가까이 와 있었다. 혼을 실어 토해내듯 부른 마지막 노래였지만, 결국 가녹음본을 남기는 데 그쳤다. ‘시간은 멀어 집으로 향해 가는데’는 ‘시간은 멀어짐으로 향해 가는데’를 잘못 부른 것이다.



올해는 가객(歌客) 김현식의 20주기다. 20년이 지났건만 그가 못다 들려준 노래에 대한 그리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주말 한 케이블 채널에서 추모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이에 맞춰 헌정음반도 나왔다. ‘내 사랑 내 곁에’도 다시 한번 불렸다. 고인의 아들이자 가수로 성장한 김완제가 부른 사부곡이다.



기선민 문화스포츠 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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