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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오늘] 냉전시대 최대 핵전쟁 위기, 쿠바 미사일 사태 종료

중앙일보 2009.11.20 01:53 종합 37면 지면보기
백악관에서 동생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오른쪽)과 숙의하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1962년 11월 20일 미 케네디 행정부가 쿠바에 대한 격리(quarantine) 명령을 해제하면서 쿠바 미사일 위기는 종료되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그해 10월 14일 미국의 정찰기인 U-2기가 쿠바에 건설 중인 미사일 기지를 촬영한 사진이 보고되면서 시작되었다. 미 정부 내 강경파들은 미사일 기지 폭격을 고려하였고,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해상 격리 명령을 발동하였다. 해상 격리 명령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미사일 수송선이 쿠바 인근에 접근했고, 미국의 U-2기가 격추되는 등 위기가 고조되어 냉전 기간 중 핵전쟁 발발에 가장 근접했던 시기로 평가되고 있다. 다행히 케네디와 흐루쇼프 사이의 직접 협상을 통해 미·소 간의 타협이 이루어져 미·소 상호 간의 미사일 기지 철수와 미국이 터키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약속이 이루어지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표면적으로는 소련과 쿠바의 공세적인 정책 때문인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누구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안보 딜레마의 과정 속에서 발생했다. 61년 미국이 터키에 설치한 미사일들이 소련의 주요 도시들을 사정권에 두고 있었으며, 동년 4월에는 중앙정보국(CIA)의 지원 아래 망명 쿠바인들이 쿠바의 피그스만을 침공했다. 피그스만 침공은 실패로 끝났지만, 쿠바가 군비 증강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충분한 동기가 되었다. 피그스만 침공 실패는 한 달 후 한국에서 발생한 5·16 쿠데타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 하나의 배경이 되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후 47년이 지났고 냉전체제도 막을 내렸지만, 최근 쿠바 미사일 위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부시 행정부에서 동유럽 국가에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모색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쿠바 미사일 위기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MD 체제의 재고를 선언하고 러시아 역시 폴란드 인근에 탄도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을 철회했지만, 동유럽 국가들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및 가입 희망으로 인해 갈등의 불씨는 아직도 남아있다.



동북아 지역 역시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94년 미국의 핵시설 폭격 계획의 위기를 벗어났지만, 아직도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또한 한국과 일본 정부는 핵 위협으로부터 방어를 위해 MD에 대해 적극적 입장을 갖고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안보 딜레마는 누구의 책임을 묻기 이전에 상호 상승작용에 의해 ‘치킨게임’에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혜안이 요구되는 시기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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