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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Knowledge <105> 명의 진료보다 중요한 건강검진

중앙일보 2009.11.20 01:13 경제 18면 지면보기
연말이 가기 전에 꼭 챙겨야 할 일이 건강검진입니다. 사실 불치병·난치병에 완치 희망을 열어준 1등 공신은 ‘건강 검진’입니다. 암·심장병·뇌졸중-. 한국인 3대 사망원인인 이 세 가지 난치병도 조기 발견해 관리·치료하면 극복이 가능합니다. 가정 파괴범으로 불리는 치매도, 자살 공화국의 오명을 초래한 자살도 정신건강검진을 통해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명의 진료보다 100배 이상 중요한 건강검진을 효율적으로 받는 법을 안내합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정신건강검진, 치매·자살 막는 ‘예방주사’ 랍니다



증상은 말기에 나타나




급성 질환과 달리 병세가 상당히 진행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나는 만성병과 암은 내 몸에 맞는 ‘맞춤 건강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해야 극복할 수 있다. 사진은 위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서울대병원 제공]


건강 검진의 목적은 건강한 듯 보여도 알고보면 숨어 있는 병을 일찍 찾아내는 데 있습니다. 무서운 질병일수록 말기가 돼서야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뼈 도둑’라는 별명이 있고 심장병은 ‘돌연사(突然死)’로 얼굴을 드러냅니다. 암도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했는데 4기인 경우도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고혈압의 경우 뇌졸중같은 합병증이 생기기전까진 불편한 증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고혈압 진단은 우연히 측정해 140/90㎜Hg 이상일 때 내립니다.



뼈에 구멍이 숭숭 난다는 골다공증도 골절이 생긴 뒤에야 병을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뼈는 밀도가 아무리 낮아도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이죠. 반면 노인이 엉덩이 뼈가 부러질 경우 20%는 반년 이내에 사망하고 40%는 평생을 누워서 지내야 할 정도로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심각한 병입니다.



“그렇게 건강해 보였던 사람이 왜 갑자기 사망했을까?” 이런 말을 듣게 되는 돌연사의 주범은 심장 혈관이 막힌 탓인데 이 역시 70% 이상 막힐 때까지는 별반 증상이 없습니다. 건강한 줄 알고 지내다 변을 당하는 거지요. 만일 일상생활이 힘들어 병원을 찾아 심장병 진단을 받았다면 이미 심장 혈관은 90% 이상 막혔다고 봐야 합니다.



유병율이 8~10%까지 보고되는 당뇨병 역시 첫 발병후 10년이 지나야 다음(多飮)·다뇨(多尿)·다식(多食) 등 전형적인 당뇨병 증상이 나타나며 빈혈도 혈색소(헤모글로빈 Hb) 수치가 정상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때까진 아무런 증상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건강검진은 병이 한참 진행된 뒤 발견되는 ▶빈혈·간염 등 흔한 질병 ▶고혈압·당뇨병·성인 심장병·만성 신부전 등의 만성병 ▶위암·대장암·유방암 등 흔한 암을 조기 발견하는게 목적입니다.



흔한 질병과 만성병은 기본적인 혈액검사·대변검사·소변검사·가슴 X-선 촬영·혈압측정 등을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이런 검사는 연령과 성별을 막론하고 받는게 좋습니다.



암 검진은 종류별로 받아야 하는데 통상 ‘40세 이상의 건강한 비흡연자’는 일단 한국인에게 빈발하는 6대암 중 위암·유방암·자궁암 등 세 종류에 대한 조기검진을, 50세 이상부턴 대장암 검사를 추가해야 합니다.(대장암 검사는 5년에 한 번만 받아도 됩니다.)



위암의 경우 내시경 검사가 위장 조영술보다 정확한데 검사과정을 견디기 힘든 분은 수면내시경 검사가 좋습니다. 자궁암은 질세포진 검사를, 유방암은 유방 X-선 촬영과 초음파를 같이 받는게 안전합니다. 사망원인 2위인 심장병은 일반적인 심전도검사 만으로는 병을 조기 발견하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남자 45세, 여자 55세 이후부터는 누구나 심장 정밀검사(뛰면서 검사하는 심전도,심장 초음파 등) 를 받는 게 권장됩니다.



건강검진 하면 잊어버리기 쉬운 항목이 치아 검진입니다. 매일 수시로 사용하는 치아는 충치·치주 질환 여부를 점검하고 스케일링도 받을 겸, 매년 한 번씩은 치과를 찾아야 합니다.





고위험군은 맞춤형 건강검진 받아야



한국인에게 빈발하는 6대암 중 하나인 간암은 대부분 병든 간에서 발생합니다. 실제 국내 간암 환자중 60~70%는 B형, 15~20%는 C형 바이러스성 만성 간질환을 앓던 환자입니다. 간암 발생 위험도가 정상인에 비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100∼200배 높고,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도 10배 이상 높기 때문입니다.



알콜성 간질환 역시 만성화 된 후엔 간암발생율이 높아 전체 간암 환자의 10%쯤을 차지합니다. 따라서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물론 원인에 상관없이 만성 간염이나 간경화증 환자는 6개월마다 복부 초음파 검사와 혈중 태아단백 검사를 통해 간암을 조기 발견해 완치해야 합니다.



직계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을 때·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경우·출산과 모유 수유 경험이 없는 여성·비만·호르몬 장기복용 등 유방암 발생 ‘고위험군’에 속할 땐 40세가 아닌 30세부터 유방암 검진을 받는 게 안전합니다.



또 나이가 젊더라도 기본 검사에서 고혈압·고지혈증·흡연자 등 심장병·운동 후 가슴 통증 등 심장병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은 그 순간 심장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흡연자는 폐암 고위험군입니다. 따라서 흡연 경력이 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인 사람은 저용량 폐 CT촬영 대상입니다. 만일 하루 두 갑씩 피운 애연가는 흡연 10년후부터 검사를 받아야죠. 폐암은 국내 암사망율 1위인 암 입니다.



최근엔 뇌출혈 고위험군에겐 뇌혈관 CT 검사도 권장됩니다. 따라서 가족 중에 뇌동맥류 환자가 있었던 사람, 40세 이후의 고혈압 환자, 갑자기 뒤통수를 치는 듯한 두통이 발생한 환자 등 세 가지 경우에 해당할 땐 뇌혈관 CT를 찍어서 뇌동맥류 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뇌동맥류는 일단 터지면 즉사할 위험이 30%나 되는 치명적인 병인 반면 미리 알고 치료하면 출혈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노인은 정신건강도 필수 검진 항목



정신 기능은 뇌세포로 구성된 뇌가 담당하므로 노화와 더불어 기능이 떨어지고 병 들기 마련입니다. 흔한 증상은 기억력이 떨어지는 걸로 나타나지만 이전과 달리 화를 잘 내거나 불평과 말다툼도 잦아지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르신이 이런 변화를 보일 때 가족들은 ‘나이들면서 성격이 이상해졌다’고 방치하는 대신 정신건강 검진을 받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우선 노인 우울증은 뇌졸중·당뇨병·심장병·암·만성폐질환·관절염·파킨슨병 등의 질병이 촉매제 역할을 합니다. 몸이 병 들면 마음도 병 들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인데 환자들은 우울감 자체보다 여기저기 아프고 소화가 안 되는 등 신체의 불편한 증상을 더 많이 호소합니다. 또 기억력이나 집중력도 치매로 생각될 정도로 많이 떨어지기도 하며 피해망상이 동반돼 “누군가 날 싫어해 밥에 몰래 나쁜 음식을 넣었다” 는 식의 부당한 말을 하는 분도 있습니다. 우울증은 발견해 약물치료를 하면 증상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환자는 8.4%입니다. 따라서 노년층은 매년 인지기능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치매도 일찍 발견해 발병 초기부터 적극 치료하면 최소한 진행을 늦출 수 있고 진행을 막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생아때부터 선별 검진 필요



건강검진은 신생아도 필요합니다. 의사 진찰만으로는 발견하기 힘든 병이 많기 때문이죠. 일례로 언어·지능 발달과 직결되는 선천성 청력장애는 출생후 간단한 청력 검사로 발견되는 반면 방치한 아이는 30개월이 되서야 진단을 받습니다.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유전성 대사질환(페닐케톤뇨증)·선천성부신 과형성증 등의 선천성 대사증후군은 48~72시간 이내에 검사해 곧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심각한 후유증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병들을 생후 1개월부터 치료를 시작해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예컨대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을 6개월 이후에 치료하게 되면 아무리 열심히 치료해도 평균 지능지수(IQ)는 54에 머물게 됩니다. 반면 신생아 때부터 치료하면 정상 지능을 갖게 됩니다.



‘건강한’ 영·유아도 2~3년에 한 번씩은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즉 유치원· 초등학교 1~2학년·초등학교 3~4학년· 초등학교 5~6학년·중학생·고등학생 때 한 번씩 체격·소변·혈액·가슴 X선 촬영·시력·청력· 등을 검사해야 합니다. <표참조>



치아 검진은 더 자주, 즉 유아기부터 6개월~1년에 한 번씩 받아야 합니다.



어린이 역시 정신 건강이 매우 유용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1학년, 혹은 3학년 땐 적성검사·지능검사를 받아야 아이의 학습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더 나아가 진로 지침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속 검진도 효과는 명품 검진 못지 않아



본인은 물론 어린 자녀와 부모까지 온 가족이 건강검진을 해마다 받으려면 비용이 부담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요즘은 대형 병원에서조차 명품 검진을 내세우며 1인당 수 백만원하는 건강검진 프로그램까지 홍보합니다. 하지만 명품 검진이 일반검진에서 못찾는 질병을 찾아주는 마법의 열쇠는 아닙니다. 물론 호텔식 시설을 갖춘 병원에서 검진 과정마다 의료진이 안내하는 식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건 사실입니다.



건강검진의 목표는 고가의 시설이나 장비를 이용하는 데 있는게 아니라 숨겨진 질병을 정확히 찾는데 있습니다. 실제로 고가의 장비가 기존의 검사법 보다 꼭 정확한 것도 아닙니다. 일례로 전신 어디에 있는 숨은 암도 한 번의 검사로 찾아낸다고 알려진 PET(양전자 단층촬영) 검사는 암이 아닌데 암으로 진단내려지기도 하고, 암이 있는데도 없다고 판독되는 오류가 기존의 각 장기별 검사법보다 높습니다. 예컨대 위암이나 대장암 발견은 내시경 검사가 PET검사보다 훨씬 정확합니다.



실속 있는 건강검진을 원할 땐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제공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기본 건강검진을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위암·대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간암 등의 검사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이요하면 검사비용의 2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되는데 모두 검사해도 10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됩니다. 만일 나이가 생애전환기인 40세, 66세 때라면 암 검사마저 무료입니다. 지병이 있거나 특정 질병에 대한 고위험군도 일단 기본 검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고 그 이외의 항목만 해당 진료과에서 진료에 필요한 검사를 받으면 됩니다.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e-메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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