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UN, 에이즈 전쟁 선포

중앙일보 2000.01.12 00:00 종합 9면 지면보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아프리카의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와 전쟁을 선포했다.





10일(현지시간)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은 유엔 안보리 연설을 통해 '에이즈 퇴치' 를 세계 주요 안보의제로 설정하고 아프리카에서 만연하고 있는 에이즈를 추방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제 안보문제를 논의해온 유엔 안보리가 보건문제를 의제로 올린 것은 55년 안보리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리처드 홀브룩 유엔 대사 주도로 이뤄졌다.





이날 미국 부통령으로는 처음 유엔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한 고어 부통령은 "전쟁과 평화만이 안보문제는 아니며 에이즈 확산이 아프리카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 라고 말했다.





고어 부통령은 또 에이즈 백신 연구와 퇴치를 위해 1억5천만달러(약 1천7백억원)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으며 아프리카에서 경제인 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에이즈 대책이 세계보건기구(WHO).국제아동기금(UNICEF) 등에서 논의돼 왔지만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직접 나선 것은 아프리카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 발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수는 2천만명선. 이는 1347년 전 유럽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으로 인한 희생자수와 같은 수준이다.





특히 케냐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국가는 에이즈로 인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에이즈 치료를 포기하는 등 사회마비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케냐는 지난해 11월 "에이즈 때문에 국가가 흔들린다" 며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공중의료기관들이 에이즈 환자치료를 사실상 중단했다.





안보리 의제상정을 주도한 홀브룩은 미국이 처음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올 1월을 '아프리카의 달' 로 정하고 아프리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임을 예고해왔다.





그는 "아프리카의 에이즈 문제가 아프리카에만 국한될 수는 없다" 며 "지금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안보리 이사국 대부분과 아프리카 주요 보건장관들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곱잖은 시선도 없지 않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의 토의범위를 국제평화와 안보문제로 엄격하게 국한시킬 것을 주장하며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보건의제가 안보리 의제의 확대해석 선례가 돼 궁극적으로 인권문제까지 안보리 토의사항에 포함될 것을 염려한 때문이다.





박경덕 기자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