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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쌀 때 세탁기 돌리고 전기쿠폰으로 차 충전할 수 있지요

중앙일보 2009.10.15 00:45 종합 43면 지면보기
랜디 자일스(사진 왼쪽)

캐나다 빅토리아대 물리학과를 나와(1976년) 박사까지 했다. 초고속 광통신 분야의 세계적 석학. 그가 만든 광증폭기는 원거리 광통신을 가능케 했다. 또 초미세 거울을 이용한 광 교환기는 네트워크 전체를 광통신화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기존에는 빛-전기-빛 형태로 통신 신호를 전환하며 전송해야 했었다. 노벨상에 버금간다는 ‘밀레니엄 월계관 상’(2008)을 비롯해 프라운호퍼상(2004) 등을 받았다.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개발 나선 경원대 - 미국 벨연구소
이길여 총장 - 랜디 자일스 박사 대담

이길여(사진 오른쪽)

서울대 의과대를 졸업(1957년)한 뒤 일본 니혼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천에 길병원을 세워 의료사업을 시작해 가천의대까지 설립했다. 이어 경원대를 인수하는 등 교육사업에도 뛰어들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사재 1000억원을 넘게 투자해 ‘뇌과학연구소’ ‘암당뇨연구소’ 등을 세워 기초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국민훈장 무궁화장(2003)과 과학기술훈장 창조장(2009)을 받았다.


현대의 필수품인 전기. 그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망의 진화로 녹색성장의 한 축을 맡게 하려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지능형 전력망)’ 계획이 각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알카텔루슨트사 산하의 미국 벨연구소와 경원대는 한 발 더 나아가 차세대 스마트그리드를 공동 개발할 연구소를 경기도 성남 경원대에 세웠다. 이길여 경원대 총장과 랜디 자일스 벨연구소 박사는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나 차세대 스마트그리드와 녹색성장의 미래를 논했다. 광통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자일스 박사는 경원대에 설립한 ‘가천벨에너지연구원’의 개원식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사회=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한 녹색기술이 많다. 그 가운데 차세대 스마트그리드를 개발과제로 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자일스 박사=현대인에게 전기는 물과 같은 존재다. 그런 전기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환경에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소비자들이 전기를 능동적·선택적으로 쓸 수 있게 한다. 가령 요금이 쌀 때 쓰거나,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전기를 골라 쓰게 만들 수 있다. 차세대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인터넷처럼 전력망 사용처마다 주소 체계와 보안 기능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라 이 과제는 세계 녹색성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길여 총장=현재 추진되는 스마트그리드에는 단순 반복적인 수준의 지능이 들어간다면 차세대 스마트그리드는 복잡한 고도기능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세계적 통신·보안 기술을 보유한 벨연구소와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보유한 경원대가 공동연구에 나섰다. 차세대 스마트그리드는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적인 선택을 할 여지를 늘려 준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으로 연결된다.



▶이 총장=차세대 스마트그리드 시대가 되면 많은 신산업이 생기고, 전력망 관리 체계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백화점에서는 상품 할인 쿠폰 대신 전기를 얼마만큼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쿠폰’이 나올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기업과 소비자에게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다.



▶자일스 박사=그렇다. 현재 전력망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 다. 그러나 차세대 스마트그리드 시대가 되면 주소체계에 의한 관리 상태로 넘어간다. 이때 기업이나 소비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게 전력망이 운용돼야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는 만큼 그런 시대를 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우리에게 엄청난 도전 과제다.



▶사회=미래의 주요 녹색기술은 무엇이며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이 총장=가장 대표적인 새로운 녹색기술은 전기자동차와 그 관련 기술, 전력 저장 장치(배터리)에 대한 기술이 될 것이다. 그동안 한국전력이 제공하던 전력 서비스가 유선전화라면, 전기자동차는 이동전화 서비스에 해당한다. 전기자동차는 이동 전력 서비스 시대를 여는 셈이다.



▶자일스 박사= 휘발유 등 화석연료만으로 가는 자동차는 얼마 가지 않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대신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차가 주종을 이룰 것으로 예측된다. 녹색기술은 이 밖에도 다양하다. 에너지의 경우 ‘에너지를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측면에서 스마트그리드와 전기차는 많은 영향을 줄 것이다. 영상회의시스템은 사람의 이동을 줄여 에너지를 절감시킬 것이다.



▶사회=한국과 미국의 녹색기술 수준을 비교한다면.



▶자일스 박사=한국의 녹색기술 개발은 활발한 것 같다. 발광다이오드(LED)의 개발과 대중화에 앞장서고, 제주도에 스마트그리드 시범지역을 운영한다. 발 빠르게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총장=미국은 녹색기술 분야에 다양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미국 대학원에서는 전력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지가 10년 넘었고, 대규모 발전소 플랜트를 손수 지은 지도 오래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도 전력 분야 인재가 풍부하고 개발 기술을 상품화할 제조업이 든든하다. 이게 한국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지구온난화의 책임은 선진국에 있다고 하는데.



▶자일스 박사=교토기후협약도 있지만 세계적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놓고 개발도상국 등 후발국가들의 불만이 많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녹색기술을 개발해 지구온난화에 대처함으로써 후발국들도 이득을 얻는다. 이런 기반구조를 만들어야 선진-후진국 간에 상생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이 총장=선진국은 후발국을 도와 ‘녹색의 땅’으로 가도록 인도할 책무가 있다. 후발국 이 녹색으로 바뀌어야 선진국의 삶도 건강해진다.



▶자일스 박사=개인적으로 녹색성장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집안의 전등을 거의 다 LED로 바꾸었다. 집이 숲 속에 있지만 잔디밭도 만들지 않는다. 잔디를 관리하려면 비료나 전기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녹색성장은 국가나 큰 조직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다.



사회·정리=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차세대 스마트그리드=전력망에 지능을 부여해 고도화하는 것이 스마트그리드다. 차세대엔 인터넷처럼 주소체계와 보안 기능이 도입된다. 일정량의 주유 쿠폰처럼 전기차 충전용 전력을 쓸 수 있는 쿠폰을 발행하고, 요금이 싼 심야에 자동으로 세탁기를 돌리는 등의 일이 가능해진다.



랜디 자일스 캐나다 빅토리아대 물리학과를 나와(1976년) 박사까지 했다. 초고속 광통신 분야의 세계적 석학. 그가 만든 광증폭기는 원거리 광통신을 가능케 했다. 또 초미세 거울을 이용한 광 교환기는 네트워크 전체를 광통신화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기존에는 빛-전기-빛 형태로 통신 신호를 전환하며 전송해야 했었다. 노벨상에 버금간다는 ‘밀레니엄 월계관 상’(2008)을 비롯해 프라운호퍼상(2004) 등을 받았다.



이길여 서울대 의과대를 졸업(1957년)한 뒤 일본 니혼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천에 길병원을 세워 의료사업을 시작해 가천의대까지 설립했다. 이어 경원대를 인수하는 등 교육사업에도 뛰어들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사재 1000억원을 넘게 투자해 ‘뇌과학연구소’ ‘암당뇨연구소’ 등을 세워 기초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국민훈장 무궁화장(2003)과 과학기술훈장 창조장(2009)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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