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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 귀한 줄 알아, 이것들아~

중앙선데이 2009.07.26 07:07 124호 16면 지면보기
이재원(SK)은 손꼽히는 포수 유망주였다. 그는 한줄기 빛처럼 나타났다. 2004년 5월 7일 제38회 대통령배 고교야구 결승전. 인천고 2학년 이재원은 안방을 지키며 팀 우승을 지휘했다. 인천고는 덕수정보고를 4-2로 꺾고 창단 99년 만에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재원은 그날 결승타를 때렸고 김성훈과 배터리를 이뤄 절묘한 화음을 냈다. 초고교급 포수라는 찬사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이태일의 Inside Pitch Plus <119>

이듬해 프로야구 신인 지명에서, 그는 당당히 연고팀 SK의 1차 지명을 받았다. 같은 팀의 에이스 김성훈은 물론 같은 연고 동산고의 유망주 류현진(한화)이 그에게 밀렸다. SK가 류현진이 좋은 왼손투수라는 걸 몰랐던 게 아니다.

그러나 당시 SK는 “좋은 왼손투수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온다”는 야구계의 통념을 깼다. 그만큼 이재원을 놓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기대를 한몸에 받고 프로에 입단한 지 4년째. 이재원은 지금 2군에 있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유도 있지만, 그는 포수로 자리 잡지 못했다. 박경완이라는 확실한 카드와 백업 정상호의 선배 구도에 접근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포수로서 경기 능력이 모자랐다. SK도 당황했다. 분명 최고의 포수 유망주였지만 ① 몸이 민첩하게 움직이지 않을 정도의 몸(1m85㎝·98㎏)이고 ② 정상적인 2루 송구가 되지 않는 데다 ③ 박경완-정상호가 있어 당장 절실하지도 않고 ④ 그를 붙들고 바꿔줄 만한 지도자도 마땅치 않았던 거다.

그런데 지금의 분위기라면 얘기가 다르다. 올해 프로야구에 유난히 포수 기근이 심각하다. 박경완·정상호(이상 SK), 진갑용·현재윤(이상 삼성), 김정민(LG), 강민호(롯데), 강귀태·허준(이상 히어로즈), 최승환(두산) 등 주전 포수들이 최소 한 번 이상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거나 지금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능력을 갖춘 포수가 구단마다 절실하다. 그러나 이재원의 예에서 보듯 포수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포수는 왜 귀할까. 우선 그 자리는 빛나는 위치가 아니다. 별종들이 있긴 하지만 주전 포수가 되려면 3할의 타율, 30개가 넘는 홈런은 포기해야 한다(타격 위주의 포지션이 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리고 힘들다. 무거운 장비, 다른 포지션에 비해 많은 신체접촉 등에서 오는 부상 위험이 선호도를 낮춘다. 또 어렵다. 경기 내내 상황 파악의 맨 앞에 서야 하고, 야수·더그아웃과 소통해야 하며 투수도 돌봐야 한다. 두꺼운 사전 한 권 정도는 머릿속에 외워야 할 난도다. 이렇다 보니 포수를 하겠다는 선수가 적고, 그래서 자원 자체가 부족하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운 만큼 포수는 중요한 자리다. 투수가 제 아무리 공을 던져도 받아줄 사람이 없으면? 야구를 할 수 없다.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도 단호하게 “포수는 투수 다음으로 중요한 포지션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말 야구 용어 가운데 ‘안방 마님’은 아주 잘 지은 말인 것 같다. 유난히 포수가 모자란 올해, 그들이 ‘마님’의 위상을 다시 찾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던지는 것, (남보다 멀리) 치는 것 말고 (다른 사람을) ‘받아주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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