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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탐방 ⑦] 의정부 '꿈틀자유학교'

중앙일보 2004.07.18 09:52
활짝 열린 학교 문처럼, 너른 교사(校舍)앞 마당처럼,


"자유롭게"…틀에 얽매인 수업 NO!
교사는 '좋은 관찰자'역할…'학교 못와서 방학이 싫어요"

그들의 배움터도 그렇게 열려 있었다.



'꿈틀 자유학교-.'



환한 웃음이 싱그럽기만 한 14명의 아이들은 그 곳에서 마음껏 뛰놀고 어우르며 그들만의 맑은 '성장일기'를 써가고 있었다.



14일 경기도 의정부 전철역. 아이들을 만나기로 한 시간이 가까와졌다. 수업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에 점심시간을 넘기지 않으려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역에서 10분 쯤 걸었을까. 갑자기 시원스런 공터가 나타나고, 여기에 조용히 둥지를 튼 학교가 보인다. '이게 학교가 맞나?'. 가건물처럼 생긴지라 처음엔 학교가 아닌줄만 알았다.



슬며시 교사 안으로 들어서니 아이들이 다가와 너도나도 먼저 말을 붙인다. "아저씨 어서오세요-"."안녕하세요-". 갑자기 멋쩍어 눈인사로 대신하고 '백곰' 선생님을 찾았다. "아이들이 원래 사람만 보면 친해지려고들 해서요-". 별명답게 곰돌이 아저씨처럼 인상좋은 최현규(30) 교사가 웃으며 반겨줬다.

이 곳에선 선생님이든 아이들이든 별명을 부른다고 한다. 들어올 때부터 옆을 따라 다닌 4학년 우호의 별명은 'KTX(고속철)'다. 기차를 제일 좋아하기 때문. 요즘 제일가는 관심사가 바로 고속철이라고 한다.



마침 내일 모레 방학식을 앞두고 여름나기 계획표를 짜는 수업을 하려던 참이었단다. 최대한 방해하지 않기로 작정하고 함께 교실에 들어갔다. 물론 수업종이나 학년 구분 교실같은건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마치 내 집처럼, 놀이터에라도 온 듯이 그렇게 아이들은 통합 교실과 학교 안을 누비고 다녔다.



이 곳에서 아이들을 얽어매는 숨막히는 '룰(rule)'같은건 없다. 그래야 '벽'을 뚫고 '울타리'를 넘어 아이들이 올곧고 한점 티없이 자랄 수 있다는게 학교를 만든 이들의 생각이다.



'꽃빛'(안지혜.여) 선생님이 칠판에 '나의 하루'라고 쓰고 동그라미를 그렸다. "자 ̄, 이제 방학 때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서 계획표를 만들어 보세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14명 아이들은 하나가 돼서 열심히 연필을 움직인다.



곤충박사 재진(1학년)이. 계획표에 잔뜩 곤충을 그려놓고는 웃으며 말한다. "중앙 아메리카에 가서 사슴벌레랑 큰 뿔***(전문용어라 못 알아들었다)를 보러 갈거야". 승수는 '컴퓨터 하기, TV 보기' 등등을 큼직하게 써 놓았다.



이럴 때 교사들은 '좋은 관찰자'일 뿐이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고 틀을 만들지 않는다. 아이들은 혼자 알아서 생각하고, 쓴다.



崔교사는 "아이들이 오히려 방학을 싫어한다"고 했다. 학교가 재미있으니 집에 있는걸 오히려 싫어한다는 것이다. 계획표 짜기 수업 중에도 열심히 골몰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다른 친구들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보면서 넌지시 참견(?)하는 아이, 선생님에게 자랑스럽게 계획을 설명하는 아이 등 분위기가 자유분방하면서도 생기가 넘친다. 원래 아이들은 이렇게 가르치고 키워야 아이다와지는 것일까.


우연히 눈을 돌려 본 교실 벽. 역시 그들만의 공간이다. 치렁치렁한 환경 미화 대신 이런저런 메모며, 글씨판이 붙어있는게 소박하지만 소중한 그들의 삶의 궤적이 녹아 있다. 한쪽 벽에 있던 '꿈틀 자유학교 지킴이'도 그 중 하나다. 일종의 생활 규칙이지만 이 역시 아이들이 함께 모여 만든 것이다. '소리지르지 않는다, 남의 물건을 가져 가지 않는다, 놀리지 않는다…'등 6개 원칙이 적혀 있다. 그 중 '똥침 찌르지 않는다'는 웃음을 머금게 만든다.



꿈틀 자유학교에선 '모듬'이란 회의를 통해 아이들이 학교 생활과 관련한 모든걸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 청소당번이라든가, 불편한게 있다든가 모든걸 안건으로 붙일 수 있다. 그들만의 작은 '자치 회의'다. 지킴이 규칙도 이렇게 나왔다.



崔교사는 "교육의 3주체는 학생.교사.학부모인데, 기존 학교에선 학생들의 목소리는 묻히게 마련이다. 아이들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해주고 반영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꿈틀 자유학교는 지난해 3월7일 문을 열었다. 입시 위주의 교육 체제를 벗어나, 자연친화적으로,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면서 아이들을 키우자는 4가족이 머리를 맞댄 끝에 대안학교를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학교를 세우는건 만만치 않았다. 개교하기까지 1년여를 준비했다. 대안교육연대 등 관련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연수도 받고, 이곳 저곳에서 자문을 받아가며 꿈틀 자유학교를 만들었다.



'꿈틀거리다'는 동사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뜻. 학교 이름을 이렇게 지은건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틀로 만들고 싶어서였다.



아이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꿈과 개성을 누르고, 획일적인 것만을 강요하는 세상의 소리에 묶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꿈틀거리겠다는 의지다. 그래서 자기결정권, 개성, 다름과 어울림의 조화, 배려, 지덕체의 온전한 인격, 이런걸 아이들이 배워나가길 희망한다.



그래서 만든 꿈틀 자유학교의 대표적인 교육과정이 '테마 학습'이다.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과 학교 안팎의 여러 일들을 고려해 테마를 골라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읽기.수 등 다른 과목과도 연계시키는 방법이다.



------- < 테마학습 예 > ------------------------------------



1) 테마의 선정



"꽃빛! 왜 배를 때리면 안 되는 거야?"



"그건 배 안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이 많거든."



"기관이 뭐야?"



"위, 간, 신장 이런 거 들어봤지? 우리 몸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들"



"응! 그런데 그게 뭔데?"



"그럼 우리 다음번에는 우리 몸에 대해서 알아볼까? 테마카드에 적자!"



"좋아! 근데 나는 우리 몸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보고 싶어."





2) 테마의 탐색



▶우리 몸 내부의 기관을 알아보기 위해 함께 과학 도서를 본다(기초교과)



제비를 뽑아 선정된 친구의 몸을 따라서 테두리를 그리고 책을 보고 신체 내부 기관을 사실적으로 그려본다(창의적 재량 활동)



▶우리 몸의 신체기관의 수를 가지고 덧셈을 익힌다 (기초교과)



▶탁틴 스쿨(박물관)을 방문하여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에 대한 교육과 성교육을 받는다. 신체 내부의 기관 모형을 본다. 배를 때리면 안 되는 이유를 공감한다 (학교 밖 학교)



▶놀이 중에 싸움이 일어날 때 "싸워도 되지만 서로 오해를 잘 풀길 바래! 그리고 배는 때 려서는 안되는 거 알지?" "응, 알고 있어. 배에는 자궁이 있잖아." "자궁이 뭔데?" "아기 집이잖아" (학교생활)





3) 테마의 정리



▶장난을 치더라도 성기부분이나 복부를 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한다.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의 정식 명칭을 안다.



▶신체 내부 기관의 이름과 명칭을 한두 가지 씩 기억한다.



▶나중에 다시 한번 몸을 주제로 뼈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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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교사는 "테마학습은 학습하는 사람(아이들)을 중심에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테마학습이 교육과정의 전부는 아니다. 崔교사는 "다양하고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들살이도 다른 초등학교에선 보기 힘든 교육이다. 학기마다 가는 일종의 수학여행인데 날짜가 3박4일로 길다. 지난 봄엔 강원도 양양 일대를 돌았다. 설악산 흔들바위며 유적지들을 둘러 봤다. 아이들은 직접 밥을 해먹고, 뭐든지 스스로 몸을 움직여 해야만 했다.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물론 부모들은 "우리 애는 집 떠나서 하루도 못 자봤다"며 걱정도 많이 한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은 "집에 가고 싶지 않다", "여기서 살고 싶다"고 한단다. 崔교사는 "여행을 통한 자기 발견, 친구과의 관계 맺기, 교실에선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친구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 나가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꿈틀 자유학교에 아이들을 보낸 학부모들은 어떤 이들일까. 자기 자식을 건강하고, 올바르고, 귀중하고, 쓸모있게 키우고 싶은건 모든 부모들의 영원불멸한 바람일텐데-. 기존 학교를 과감히 접어 버리고, 영어와 수학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꿈틀 자유학교를 만들어 아이들을 보낸 부모들이야말로 대단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으리라. 꿈틀 역시 비인가 학교다. 쉽게 말해 졸업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崔교사는 "학부모들도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보통 시민들"이라며 "다만 아이들을 좀 더 자유롭고 얽매이지 않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어하는 소망을 가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반 학교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1.2.3 등을 위한 들러리로 치부되고, 패배감에 젖어 지내는 현실이 만든 자화상이라는 것이다.



기존 학교든, 대안 학교든 자식맡긴 부모들이 늘 조바심을 내고 걱정하는건 당연한 이치일게다. 꿈틀 자유학교에선 일단 아이를 맡긴 부모들과 최대한 투명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강연회나 월례회의가 그 통로다. 또 개인적인 모임 등을 통해서 교사와 학부모가 최대한 인간적인 관계도 유지하려 애쓴다. 부모의 삶을 아는 것도 아이들을 잘 이해하는 하나의 길이라고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와 관련한 중요한 결정도 교사.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한다.



장기적으론 아이들의 진로가 고민이다. 일단 꿈틀 자유학교는 12년제로 확장할 생각이다. 그래서 내년부터 위원회를 만들어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崔교사는 "대안학교에 보내려면 아이나 학부모나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며 " 특히 부모의 철학과 신념,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 홈페이지 : www.ggumtle.or.kr (031-837-3366)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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