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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깊이 읽기] 헤밍웨이는 과연 누구를 위해 종 울렸나

중앙일보 2009.05.16 01:24 종합 23면 지면보기
스페인 내전



앤터니 비버 지음, 김원중 옮김

832쪽, 3만6000원



  어떤 아나운서가 쓴 여행기 『스페인, 너는 자유다』는 그곳의 뜨거운 태양과 자유의 공기를 소개했다. 그런 낭만 이미지는 잠시 접자.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 그라나다도 마찬가지다. 그라나다, 70여년 전 그곳은 피의 냄새로 가득한 백색테러의 고장이었다. 『스페인 내전』에 따르면, 1936년 프랑코 총통의 우익세력은 그곳에서 좌익 수백 명씩을 구덩이 앞에서 즉결처분했다.



처형당하던 좌익들은 그 순간 “공화국 만세!”를 외쳤다. 삽시간에 2000명이 죽어갔다. 좌익이 저지른 적색테러는 더 끔찍했는데, 희생되는 우익들은 죽어갈 때 “스페인 만세!”라고 외쳤다. 소문은 유럽을 전율케 했다. 수녀 강간, 성직자 유골을 파헤치기 등의 미확인 소문을 서구 신문들이 써댔다.



스페인 내전은 유럽 전체를 전율케 했는데 피카소도 ‘게르니카’로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했다.
내전 양 진영의 선전전에 놀아난 것인데, 가톨릭 사제 2만 명의 학살 소식에 분노한 지식인이 앞다퉈 참전했다. 조지 오웰·어네스트 헤밍웨이·앙드레 말로·생 텍쥐페리·호앙 미로…. 헤밍웨이는 그 체험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썼고, 피카소는 ‘게르니카’를 그려 우파 비행기들의 게르니카 융단 폭격을 고발했다. 하필 장날이었으니 민간인들이 속절없이 죽어갔다.



오해 마시라. 『스페인 내전』은 부글부글 끓기보다는 차분한 서술이 특징이다. 좌우 어느 쪽에도 서지 않으며, 전쟁의 진상을 가려온 이른바 혁명적 낭만주의 태도와 작별한다. “역사는 결코 깔끔하지 않다. 항상 질문으로 끝나야 한다. 결론은 위험하다”(740쪽)는 것인데, 스페인 내전은 대체 무엇일까? 왜 한 나라 내전이 유럽을 흔들었을까?



참고로 사제 2만 명의 학살 소문과 달리 실제는 7000명이 채 안됐다. 수녀 강간의 증거도 찾을 수 없다. 게르니카 학살은 도시 3분의 1이 죽었다는 소문과 달리 200명 선이라는 게 최근 연구 결과다. 내전 양편이 국제여론을 업기 위해 엄청 과장을 했고, 그 선전전은 기름을 부었다. 양쪽에 ‘자포자기적 용기’(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어휘다)와 잔혹성을 키운 것이다.



헤밍웨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의 주인공은 로버트 조던이다.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본이자, 파시즘을 몰아내는 영웅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좌익 편에 섰던 헤밍웨이는 선전전에 놀아났던 기회주의적 지식인이라는 인상마저 준다. 어쨌거나 『스페인 내전』은 ‘물건’이다. 러시아 혁명, 제2차 세계대전과 함께 20세기의 핵심 사건이었던 스페인 내전 보고서로 썩 훌륭하다. 신뢰감을 주는 번역은 물론 편집·장정 등 만듦새 역시 완성도가 높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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