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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 딸기’ 만드는 귀한 손들

중앙일보 2009.04.23 01:54 종합 33면 지면보기
충남 논산에서 20년째 딸기를 재배하고 있는 도중엽(50)씨. 5년전인 2004년 만해도 그의 밭(5400㎡·1800평)에서 자라고 있는 딸기 품종은 모두 일본산(레드펄 등)이었다. 생산량과 품질에서 일본산을 능가하는 국산 품종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5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논산딸기 시험장이 개발한 ‘설향’· ‘매화’ 등 국산 딸기 품종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수확량이 일본 품종에 비해 20%정도 많고 병충해에도 강했다. 도씨는 이후 해마다 재배면적의 1000∼1300㎡씩 품종을 국산으로 바꿨다. 현재 도씨의 딸기밭 80%는 국산 딸기가 차지하고 있다. 그는 “수확량도 늘고 시장의 반응도 좋아 연간 소득도 품종 변경이전(6000여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연구원 6명 논산 시험장, 국산 품종 보급률 42% 이끌어

20일 오전 충남 논산시 부적면 논산 딸기시험장에서 연구원들이 국산 품종 딸기인 매향·설향, 금향을 수확한뒤 환하게 웃고 있다. (뒷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인하, 남명현, 이원근, 김현숙, 김태일, 장원석 연구원). [김성태 프리랜서]


지난해 전국(총 재배면적 6500ha) 딸기 농가의 국산 품종 딸기 보급률은 42.4%이다. 국산품종이 보급되기 시작한 2002년(1.4%)에 비해 30배나 늘었다.



국산딸기 품종이 전국에 보급된 것은 충남 논산시 부적면에 1994년 문을 연 ‘딸기 시험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딸기 시험장은 국내 유일한 자치단체 산하(충남도) 딸기 품종 전문 연구 기관이다. 딸기 시험장은 전직원 9명(연구원 6명)에 연간 연구비 5억9000여만원이다.



◆품종개량은 모래밭에서 바늘찾기=20일 오전 10시 논산시 부적면 있는 딸기시험장 비닐하우스. 비닐하우스는 품종 개량용 딸기를 전문으로 기르는 곳으로 모두 22개동(9465㎡)이 있다. 이곳에는 각 동마다 생육기간이 수개월에서 4년 정도 자란 딸기까지 수만 주(품종이 되기 전단계)의 딸기가 자라고 있다.



김태일(51) 연구사 등 연구원들이 딸기 생육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발육상태가 불량하거나 딸기 품질이 떨어지는 개체는 발견 즉시 솎아내는 작업이다.



연구원은 전세계 딸기 170여개 품종을 수집해 품종 개발작업을 하고 있다. 품종별로 꽃가루를 채취해 교배하는 방법으로 1년간 특성이 각기 다른 1만5000여개 개체를 만들어 낸다. 이 개체는 다시 6개월 간 키워 생육 상태가 좋은 100여개(1% 미만) 개체만 남기고 모두 도태시킨다. 김태일 연구사는 “꽃가루로 교배하면 딸기 개체는 모두 다른 성질이 된다”며 “이들 개체를 키워, 우수 품종만 골라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농가 시험재배과정까지 거치면 새 품종이 나오기까지는 6∼7년이 걸린다. 시험장은 ▶매향(2002년)▶만향(2003년)▶설향·금향(이상 2005) 등 4가지 품종을 개발했다. 국산딸기 품종 보급으로 전국 1만3500여 딸기농가의 소득은 300억 이상 늘었다. 또 외국품종을 재배할 경우 물어야 하는 로열티 부담도 크게 줄었다.



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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