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민층을 살리자 [중] - 채무불이행자 구제 대책

중앙일보 2009.04.08 00:12 종합 20면 지면보기
#1. 중소기업에 다니는 전모(40)씨는 2007년 초 은행과 카드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투자를 했다 큰 손실을 봤다. 전셋집을 줄여 대출금 일부를 상환했지만 원금 3300만원과 이자 250만원을 갚지 못해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됐다. 그는 지난해 8월 신용회복위원회의 상담을 받고 개인워크아웃을 시작했다. 약정이자와 연체이자를 전액 탕감받고 원금 3300만원을 8년에 걸쳐 상환하는 조건이었다. 한 달에 갚아야 할 돈이 35만원으로 줄자 연간 2000만원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을 꾸려갈 수 있게 됐다.


개인 워크아웃 땐 이자 면제 … 1년 뒤엔 신규 대출도 가능
원금만 최장 8년 분할상환
금융사 손실처리 땐 50% 탕감
은행 전산망에 기록 안 남는 프리 워크아웃제 내주 시행

#2. 서울 송파구에 사는 대학생 백모(26)씨는 2003년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받은 1150만원을 갚지 못했다. 4년이 지나자 이자는 970만원으로 불어났다. 견디다 못한 백씨는 2007년 11월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고 30개월간 매달 19만원을 갚는 채무조정을 했다. 연체이자와 이자는 전액 탕감됐고, 할부금융사가 백씨에게 준 대출을 손실처리한 상태라 원금도 절반을 감면받았다. 백씨는 14개월째 빚을 갚고 있다.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3개월 이상 갚지 못해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된 사람이라면 신용회복위원회가 주관하는 개인워크아웃제도를 활용해볼 만하다. 신청하면 신복위가 상담을 통해 소득과 형편에 맞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짜준다. 개인워크아웃이 시작되면 은행연합회 전산망에 올라 있는 ‘금융채무불이행’이라는 정보가 ‘신용회복지원중’으로 바뀐다.





이자와 연체이자는 전액 면제되고 원금만 최장 8년간 나눠 갚으면 된다.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가 기존 대출을 손실처리했다면 백씨처럼 원금의 50%를 감면받을 수도 있다. 1년 이상 성실히 빚을 갚으면 500만원 한도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이달 13일부터는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이 확대된다(문의:신용회복상담센터 1600-5500).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의 연체를 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프리워크아웃’ 제도가 도입되는 것이다. 다만 신청 전 6개월 이내에 새로 빌린 돈이 전체 채무의 30% 이하여야 한다. 예컨대 전체 빚이 1억원이고 이 중 3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최근 6개월 안에 빌렸다면 대상이 되지 않는다. 또 전체 소득 중에서 빚을 갚는 돈의 비율이 30% 이상이어야 하고, 전체 재산은 6억원 미만이라야 한다. 빚을 충분히 갚을 만한 재산이나 소득이 있는 사람들을 지원 대상에서 걸러내기 위해 정한 기준이다.



개인워크아웃과 다른 것은 원금 탕감을 하지 않고, 대출받을 때 정한 이자의 70%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상환기간은 8년에서 10~20년으로 더 길다. 조건으로 보면 개인워크아웃보다 나은 것이 없지만 은행연합회 전산망에 금융채무불이행이나 신용회복지원중이라는 정보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신용회복 지원 대상에 대부업체에서 받은 대출은 제외돼 있다. 대부업체들이 아직 신용회복지원협약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을 조정하더라도 대부업체에서 고금리로 빌린 빚이 있다면 상환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권영준 교수는 “신용회복지원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대부업체들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