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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도 공자도 아시아 사상…동·서양 대표로 가르는 건 유치

중앙선데이 2009.04.07 14:58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본지 ‘도마복음 이야기’ 연재 끝낸 도올 김용옥

지난주 도올 김용옥(金容沃·사진) 선생이 중앙SUNDAY에서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 연재를 마쳤다. 그는 르네상스적 인간이다. 동양과 서양, 여러 학문 분과, 사유와 운동의 세계를 넘나든다. 도올은 최고의 배움터에서 지적 자양분을 공급받았다.



그가 공부한 곳은 고려대 생물과, 한국신학대 신학과, 고려대 철학과, 국립대만대 철학연구소(철학석사), 일본 도쿄대 중국철학과 대학원(철학석사), 미국 하버드대 동아시아어문학과(철학박사), 원광대 한의과대학 한의학과(의학사) 등이다. 도올이 가르친 학교도 다양하다. 고려대·서울대·한국예술종합학교·중앙대·용인대·순천대·세명대에서 제자를 양성했다. 도올은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 『도올의 국가비젼』 『도마복음이야기』 『논어한글역주 전3권』 등 총 47종 58권의 책을 저술했다. 도올은 시대가 부과하는 과도한 집필 부담에도 불구하고 문화운동가로서도 소임을 다한다. 도올은 전통음악·신과학·마당극·영화·태권도문화 등의 영역에서도 업적을 쌓았다. 그가 시나리오를 쓴 『취화선』은 2002년 5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도올 학문 세계의 과거와 미래, 국가적 현안, 도마복음 주해의 의의 등에 대해 묻기 위해 지난달 3일 서울 동숭동 통나무출판사에서 선생을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예수가 걸어간 길은 어떤 길이었습니까.

“예수는 이 세계에서 천국을 실현하고자 한 사회운동가입니다. 그 점에서 예수와 공자는 근원적 차이가 없습니다. 예수는 현실 참여를 지향했으나 운동의 성격은 정치투쟁이 아니었습니다. 로마의 속박을 벗어나는 것은 무의미했습니다. 로마제국은 종교 문제에서 박해를 가하는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유대 민족을 억압하는 요소는 유대교 율법주의의 제식성과 편협성이었습니다. 그가 추구한 것은 철저하게 현실적인 입장의 정신혁명이었습니다. 땅에 있는 사람을 하늘로 올려 보내는 게 아니라 하늘이 땅으로 내려오는 게 예수의 하나님 나라입니다. 예수가 속했던 집단은 세례요한 계열이었습니다. 세례요한은 세례로 많은 이에게 해방감을 주었습니다. 불교적으로 보면 돈오(頓悟)적 운동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자가 예수가 바리새파(Pharisee派) 계열에 속한 것으로 봅니다. 예수는 바리새파의 부정적 측면을 비판하면서 진정한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사용된 게 수많은 사람이 함께 음식을 나누는 공동식사 운동입니다.”



-사도바울과 예수운동은 어떤 관계입니까.

“사도바울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바울은 예수를 일차적으로 ‘기름 부음받은 자’라는 의미의 그리스도, 즉 메시아·구세주로 인식합니다. 바울은 철저한 부활론자입니다. 예수의 부활 사건으로 하나의 메시지를 형성해 모든 이의 의식을 집중시켜 교회운동이라는 거대한 질서를 형성했습니다. 바울의 운동은 신앙운동입니다. 예수의 사회적 운동과 대비됩니다. 바울은 신화적 메시지로 현실 속 인간을 움직이는 데 성공합니다. 프랑스 좌파는 바울이 신화적 메시지로 보편주의적 명제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하며 ‘왜 오늘날엔 그런 보편운동이 불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유교적 입장에서 예수 재해석해야

-예수·무함마드·공자·부처 등 성현들의 사유적·행동적 공통점은 무엇입니까.

“모든 고등 종교는 래디컬(radical)한 인간에 대한 성찰을 통해 기존 체제에 새로운 가치를 제시합니다. 당대의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보편적(universal)인 운동으로서도 기능합니다. 예수는 근본적이고 보편주의적인 사고를 했습니다. 근원적인 평등관을 제시했습니다. 모든 래디컬리즘(radicalism)에는 조직의 이해를 무(無)로 돌릴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현대 종교는 제도적 권익을 유지하는 데 치중합니다. 따라서 21세기에 새로운 종교혁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겸애설을 주장한 묵자와 예수를 많이 비교합니다.

“묵자는 공자 사상의 인(仁)을 보다 쉽고 보편적으로 민중화한 사람입니다. 공자에 대한 이단설이 아니라 정통주의를 내세웠습니다. 묵자를 예수와 비교한 것은 20세기 초의 편협한 시각입니다. 예수는 묵자가 아니라 공자와 비교해야 합니다. 지금은 또한 예수를 보다 유교적인 입장에서 해석합니다. 예수를 서양의 대표, 공자를 동양의 대표로 보는 발상은 20세기 초 문화 충격에서 온 그릇되고 유치한 발상입니다. ‘아시아대륙학’의 입장에서 예수와 공자의 사상은 아시아적 사유 속의 공통분모로 교류될 수 있습니다. 예수를 초월주의 대표로, 공자를 상식적 도덕주의의 대표로 대비해 보는 관점은 21세기에 철저히 극복될 것입니다.”



-‘아시아대륙학’은 어떤 시각을 제공합니까.

“이미 한나라 시대부터 아시아 대륙 끝까지 교류가 있었습니다. 최근까지 우리는 아시아 대륙을 편협하게 인식했습니다. 중동 지역이 이슬람화되면서 그 이전 이슬람과 무관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묻혀져 있었습니다. 이슬람은 7세기에나 시작되는 문명입니다. 중동 지역도 아시아 대륙이라는 총체적 사상의 단위와 틀에서 봐야 합니다. 팔레스타인 문명도 아시아 대륙에 속한 문명입니다. 예수 시대에 팔레스타인 문명은 헬레니즘을 배경으로 합니다. 헬레니즘은 인도 문명권과 구체적으로 소통된 상태였습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 동양인에게 어필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 스토아 학파에 동양적 사유의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는 유대교뿐만 아니라 이런 헬레니즘 문화의 틀 속에서 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철학계는 그런 사유를 하지 못했습니다. 철학의 록스타라고 불리는 슬라보예 지젝이 자기 멋대로 떠들고 있습니다만 아시아대륙학적 관점이 보다 탄탄한 관점입니다. 이제 서구 문명을 아시아 문명의 입장에서 규정해야 합니다.”



진보도 보수도 온전한 담론 못 펼쳐

-현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돈을 벌라고 뽑았으니 돈을 벌어야 합니다. 이념에 구애되지 않는 철저한 실용주의로 임기를 아껴 써야 합니다. 이 정부가 최대한의 경제적 성과를 보인다면 국민이 모험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부는 실용주의를 포기했습니다. 인기가 10%대로 떨어지자 나를 굳건히 밀어주는 극보수층의 신임 속에 생존의 길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는지 그들의 논리에 의해 모든 게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남북 경색이 최대 문제입니다. 남북 문제가 경색돼 경제적 회생의 길이 막혔습니다. 외교적으로는 국제 사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leverage)가 사라졌습니다. 대미관계에서 굴욕적이 됐으며 미국이 한반도에서 행동 반경을 넓힐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우리가 이명박 정부에 기대했던 것은 이념에 구애됨 없이 세련된 CEO적 리더십을 전 세계 무대에서 발휘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실용주의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정권과 보수·진보의 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진보정권은 진보적인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진정한 우파를 무기력한 세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극좌·극우·온건중도·강경중도 등 정치 스펙트럼에서 어디에 속하신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모든 입장을 종합하면서도 초월하는 입장입니다. 현재 온전한 담론을 펼칠 수 있는 세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일 문제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남북한 통일 문제는 아주 간단합니다. 자유로운 교류만 이뤄지면 통일은 저절로 눈앞에 다가옵니다. 통일은 어차피 국제 역학에 의해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사건입니다. 그러나 민족 문제는 자결에 의해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가지고 문제를 풀어 가야 합니다. 그런데 뒤꽁무니도 못 따라 가고 있습니다. 이는 비극입니다. 국민 예상을 벗어나 통일은 정말 ‘도둑같이’ 옵니다.”



-기철학과 아시아대륙학은 어떻게 연결됩니까.

“기철학은 서양에서 초월적이라고 생각했던 하나님이나 이성과 같은 관념을 몸으로 환원합니다. 하나님도 현현(顯現·emergence)하는 것입니다. 기(氣)의 집합인 몸에 대한 인식은 아시아 대륙에서 발생한 사유들을 파악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기철학적 사유를 통해 세계 문명의 다양한 사유가 합리적으로 통합될 수 있다는 게 내 신념입니다. 새로운 기철학적 패러다임이 정착되면서 아시아연합 같은 것도 가능해집니다. 21세기는 인류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아시아가 제시하는 세기가 돼야 합니다.”



-영(young) 도올과 올드(old) 도올의 차이와 그 차이에서 도마복음이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우리 학창 시절에는 동서비교론이 난제였습니다. 동양은 무엇인가, 서양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였죠. 일원론·이원론·내재적·초월적 등의 비교 개념들이 사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추구한 학문 세계는 ‘문화유형론’에서 ‘보편인식론’으로 나아갔습니다. 문화유형론은 문화마다 상대적 가치가 있다는 것이고, 보편인식론은 각 문화 유형을 다 합쳐야 인간이라는 보편자의 인식체계가 설명된다는 관점입니다. 모든 문화에 대한 편견 없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나는 래디컬하게 보였고, 젊은 시절 나에 대한 불필요한 증오와 터무니없는 비판에 대응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사용했습니다. 도마복음 주해는 영 도올에서 올드 도올로 가는 과정에 기묘하게 끼어 있는 한 챕터(chapter)입니다. 동서양은 만날 길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마복음은 내가 서구 문명 전통을 새롭게 볼 수 있게 하는 시각을 제공했습니다. 예수가 초월적 하나님에 대한 환상 속에 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도마복음은 기독교가 해체돼 예수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예수가 기독자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예수 자체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마복음은 동서양을 소통시키는 구체적인 열쇠를 제공합니다. 앞으로 젊은 날 꿈꿨던 보편인식론을 말하며 우주론의 건설에 전념할 수 있을 것 입니다.”



큰 그릇은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보여

-도올 선생의 스승은 누구입니까.

“뚜렷한 스승이 없으면서도 어마어마한 스승들이 있습니다. 매일 스승을 만납니다. 오늘도 효경을 주해·번역하는 데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성씨의 고향』이라는 신문 연재물이 히트한 적이 있습니다. 각 지방 유명한 사람을 소개하는 연재물이었습니다. 전통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에 열독했는데 사회주의적 성향이 있었던 친구가 토론 중 나를 맹공했습니다. 가장 더러운 편협한 종파주의의 원천이 성씨라는 것이었죠. 그때 받은 부끄러움에서 나는 평생 어떤 계보·계파에도 속하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나는 제도나 기관에 소속되지 않고 오로지 나의 지식으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해 가면서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나 같은 사람이 사회에 많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순수한 학문적 학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외할아버지는 내게 대기만성(大器晩成)의 뜻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큰 그릇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게 대기만성의 참뜻입니다. 그 뜻을 반영한 게 내 삶입니다.”



-국제적인 활동 계획이 있으십니까.

“지금부터 신경 쓸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영어로 내 인생을 살면 이류 사상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귀국한 후에는 오로지 우리말에 전념했습니다. 앞으로는 열심히 공부해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글쓰기로 글로벌 독자를 얻고 한국에 사상가가 있다는 민족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겠습니다.”



-22세기가 도올 선생을 어떤 인물로 기억하기를 바라십니까.

“인류가 최소한 신화적인 환상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동방적인 견고한 상식(hard commonsense)으로 공헌한 사상가로 기억되는 게 일차적 목표입니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습니까.

“공자는 호색(好色)하는 만큼 호덕(好德)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호색의 에너지를 호학의 에너지로 치환해야 합니다. 섹스 충동처럼 강렬한 것은 없지만 학문은 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입니다. 모든 학문의 기초는 어학(philology)입니다. 어학은 진짜 미련하게 공부해야 합니다. 자라나는 세대에서 정신적으로 탁월한 지도자들이 각 분야에서 나오지 않으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불행한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교육이 빈곤하기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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