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수대] 胎內환경과 IQ

중앙일보 1997.08.04 00:00 종합 6면 지면보기
중국 한 (漢) 나라때 유향 (劉向) 이란 사람이 지은 '열녀전 (列女傳)' 은 태교 (胎敎) 와 육아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으로 알려져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똑똑한 아이를 낳기 위한 임신부의 자세를 이렇게 가르친다.


"아이를 가졌을 때는…바르지 않은 자리에 앉지 말며, 눈으로는 옳지 않은 빛을 보지 말며, 귀로는 음란한 소리를 듣지 말며, 밤이면 눈먼 이로 하여금 좋은 시를 외게 하여 이를 듣고 항상 바른 일을 말하라. 이리 하면 얼굴과 모양이 단정하고 재주가 뛰어난 아이를 낳을 수 있다.


" 그 이후에나온 태교와 육아에 관한 많은 책들도 임신중 어머니의 정서적.심리적.신체적 조건이 태아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조 사주당이씨 (師朱堂李氏)에 의해 저술된 '태교신기 (胎敎新記)' 에도 "임신부가 화내면 태아의 피가 병들고, 두려워하면 태아의 정신이 병들고, 근심하면 태아의 기운이 병들고…" 라는 대목이 있다.


재주가 뛰어나다거나, 정신이 병든다거나 하는 대목은 태어난 후 아기의 지능발달이나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서양 의학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산모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태아의 지능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각도로 연구해 오고 있다.


단백질.철분.비타민이 부족한 산모에게서 태어난 어린이는 대체로 지능지수가 아주 낮다는 사실도 밝혀진지 오래다.


출생 3~4년 후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IQ검사를 실시한 결과 비타민 결핍의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정상적인 아이보다 평균 3.7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사람의 지능 결정은 대체로 절반씩 작용하지만 아무래도 태내환경보다 유전학적 요인이 강하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의 어떤 학자팀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양육된 중년의 쌍둥이 1백쌍을 대상으로 IQ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IQ 변동에 대한 유전적 요인이 무려 70%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낸 적도 있다.


이번 미국의 한 연구보고서가 태내환경을 결정적 요인으로 간주한 것은 획기적이라 할만하다.


특히 임신부에 대한 충분한 영양공급, 편안한 마음, 유해물질 차단 등의 전통적 요인들이 유전적 요소와 맞먹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건 동양의 전통적 태교와도 유사해 주목된다.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