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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통치 벗어난 김정일 … 미사일 동원 ‘벼랑끝 전술’ 재가동

중앙일보 2009.02.16 03:01 종합 5면 지면보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16일 67회 생일을 맞았다. 이번 생일을 맞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 예년보다 더 큰 관심이 쏠리는 것은 대포동 미사일 발사 준비 등 북한의 최근 동향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처음 맞는 생일이어서 그의 건강 문제도 여전히 관심거리다.


건강 회복 시점 맞물려 NLL 폐기선언 포함 초강경 태세
올 들어 현지지도 23회 … 작년 같은 기간 2배
수행원도 2배로 늘려 ‘권력 누수 없음’ 강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새로운 군 지도부를 대동하고 포병사령부 산하 제681군부대의 포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사진 촬영 날짜를 밝히지 않았다. 왼쪽부터 김영춘 신임 인민무력부장, 김명국 작전국장, 김 위원장, 최익규 선전선동부 부부장(뒷줄 민간복장), 현지 지휘관, 김일철 전 인민무력부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생일에 즈음해 공개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상관없이 김 위원장이 당·군·정 전반에 대한 통치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최근 들어 부쩍 활발해진 행보가 그의 건강 회복설을 뒷받침한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김 위원장이 강원도 원산화학공장과 인근의 유리병 공장 등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에는 포병사령부 산하 681군 부대의 포 사격훈련을 참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올 들어 23번째 현지지도였다. 이틀에 한 번꼴로 지방 행차를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숫자다.



이뿐만 아니라 현지지도 때 동행한 것으로 공표되는 수행원의 숫자도 두 배로 늘었다. 건강 이상으로 인한 권력 누수도 전혀 없음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그의 건강 회복은 지난달 25일 왕자루이 중국대외연락부장을 접견한 사실에서 확인됐다. 도수가 높은 북한산 술을 곁들인 5시간 동안의 만남에서 김 위원장은 시종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는 게 중국 측 수행원들을 통해 흘러나온 전언이다. 김 위원장은 본격적인 대외 행보도 재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주주간은 “김 위원장이 양국 수교일인 10월 6일을 전후해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사일 발사 준비와 북한 총참모부의 북방한계선(NLL) 폐기 선언 등 일련의 초강경 태세는 김 위원장의 건강 회복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바마 미 행정부 출범과 기존 대북정책의 재검토 등 주변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벼랑 끝 전술’을 재가동한 것은 다름 아닌 김 위원장의 작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련의 정세는 1993년 클린턴 정부 출범 때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당시 북한은 미 행정부 교체 두 달 만인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감행해 1차 핵 위기를 일으켰다. 5월에는 중거리 노동미사일을 발사했다. 그 후 북·미는 팽팽한 신경전과 협상을 거듭한 끝에 제네바 합의에 이르렀다.



김정일 위원장의 북한은 이번에도 오바마 행정부와의 협상에 앞서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강경수를 둘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와의 본격 협상에 앞서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장거리 미사일 능력이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과시하는 행동을 김 위원장이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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