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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 ‘강호순 얼굴’ 106만 클릭 … 네티즌 95% “신상 공개 찬성”

중앙일보 2009.02.02 03:07 종합 5면 지면보기
 지난달 31일 경기도 안산 상록경찰서 브리핑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검거한 경기지방경찰청 이명균 강력계장이 작정한 듯 한마디했다. “경찰을 너무 욕하지 말라. 피의자 얼굴을 가리는 건 인권위원회 권고 때문이다.” 강의 얼굴을 가려준 경찰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산하자 “우리도 피의자보다 피해자 인권을 더 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1일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인권위 대변인 격인 윤설아 홍보협력팀 사무관은 “인권위 권고 때문이 아니라 경찰이 단독으로 비공개 원칙을 세운 것”이라고 밝혔다.


“유사 범죄 막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 찬성론 대세
“판결 전엔 무죄 … 피의자 인권 보호해야” 반대론도
인권위 명확한 입장 안 밝혀

하지만 인권위는 여전히 얼굴 공개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아니라는 애매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 사무관은 “현재로서는 인권위 위원 개인의 의견이든 위원회 차원의 의견이든 얼굴 공개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며 “인권위가 11인 위원 전원합의체인 만큼 회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본지가 강의 얼굴 사진을 공개하면서 흉악범 신상 공개를 둘러싼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본지 1월 31일자 4면>



◆사회안전망 vs 피의자 인권=공개 찬성론자들은 반인륜적 범죄자의 인권보단 사회적 안전망이 먼저라는 논리를 폈다. “강호순의 여죄와 사건 전후의 행적에 대한 제보 효과가 있다”(신의기 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는 것이다.



강이 범행을 실토하고 증거도 뚜렷한 만큼 신상 공개가 공익에 부합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성낙인 서울대(법학과) 교수는 “혐의가 명확하고 흉악 범죄인 이번 사건의 경우 피의자의 초상권보단 국민의 알 권리나 언론사 보도 자유가 우선한다”고 말했다. “다만 피의자라고 무분별하게 신상이 공개되면 법이 정한 원칙에 어긋나므로 이번 기회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성 교수의 설명이다.



적정한 공개 잣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호기 연세대(사회학과) 교수는 ‘반인륜·반사회 범죄’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연쇄살인과 아동 성폭력 같은 범죄에서 피의자의 자백과 명확한 증거가 드러났다면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경찰이 1일 ‘흉악범 얼굴 공개에 대한 법률(가칭)’을 만들겠다고 전격적으로 해법을 내놓은 것도 뒤늦게 이 같은 여론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본지가 강의 사진을 공개한 뒤 나타난 파장에서 보듯 경찰의 흉악범 신상 보호에 대해 여론은 곱지 않다. 경찰청 송강호 수사국장이 “경찰도 전향적으로 문제를 생각할 때”라고 말한 것도 이런 부담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원칙과 인권’을 내세워 신상 공개를 여전히 반대하는 쪽도 있다. “법이 정한 원칙이 있다. 흉악범이라고 원칙을 무너뜨리면 끝이 없다(인권실천시민연대 김희수 변호사)”는 주장이 그렇다. 김 변호사는 “이미 강이 검거돼 혐의가 드러난 상황에선 신상 공개 실익이 없다”고 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가해자 얼굴 공개는 사건 본질과 무관한 분풀이나 호기심 충족일 뿐”이라며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제도적·물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 압도적 공개 찬성=조인스닷컴이 실시 중인 인터넷 여론조사에선 1일 6000여 명이 참가해 95%가 ‘찬성’에 표를 던졌다. 네티즌들은 본지의 사진 공개를 놓고 “앞으로 비슷한 범죄를 막는 예방효과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도 충족시킨 보도”라고 평가했다. 한 네티즌은 또 “인권이란 허울로 국민의 눈을 가려서는 안 된다”며 “미래의 예비범죄자들은 이번 공개로 뜨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른 네티즌은 “죄의 유무는 사법부가 판단한다. 경찰이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도 아직은 유죄가 확정된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호순이 아들을 둔 가장이라는 점에서 얼굴 공개를 반대하는 지적이 많았다. “강의 부모와 자식까지 살인마는 아닌데 평생을 꼬리표를 달고 살 가족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렇다.



하지만 역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32명의 목숨을 앗았던 조승희의 총기 난사 사건이 사례로 등장했다. “당시 미국인들은 조의 가족이 느낄 충격을 걱정하고 위로했다. 우리 사회도 그만큼은 성숙했다”는 논리였다.



이에스더·이정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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