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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 재범 막을 제도적 장치 없어

중앙일보 2008.12.24 03:22 종합 12면 지면보기
 정남규(39)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89년 4월 특수강도죄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범죄 경력의 시발점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선 “15세 때부터 이웃집에 들어가 도둑질을 했다”고 말했다.


범죄의 진화 … 그 끝은 살인 (下) 형기 종료 후 보호관찰제 왜?

96년 6월 그는 강도와 강간미수죄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했다. 이후 99년 절도강간(징역 2년), 2002년 자동차절도(징역 10월) 등으로 ‘만기출소→범행’을 반복했다. 급기야 세 번째 출소 11개월 뒤인 2004년 1월 10세 아동 두 명을 끔찍하게 살해했다. 이때부터 어린이와 여성 13명을 연쇄 살인하고 20명에겐 중상을 입혔다.



연쇄살인범 정두영(40)도 강도살인죄로 12년형을 만기복역하고 나와 다시 특수절도(6월)를 저질렀다. 마지막 출소 후 두 달 만에 연쇄강도살인을 저질렀다. 70년대와 2000년대 대표적 살인마인 김대두와 유영철도 각각 출소 한 달, 13일 만에 연쇄살인에 나섰다.





법무부가 ‘형기 종료 후 보호관찰제’의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이들처럼 흉악범이 연쇄살인범으로 진화하는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현재는 아무리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상습 강도나 방화범, 성범죄자라 해도 형기를 마친 뒤 이들을 감시할 제도가 없다. 30년 전에 비해 살인은 2배, 강도·강간·방화는 4배로 급증한 것도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법무부 허상구 범죄예방기획과장은 “강력범을 분석해 보면 출소 이후 2~3개월이 재범의 유혹이 가장 큰 ‘재범 불안기간’”이라며 “상습 강력범은 출소한 뒤 거주지나 직업, 생활에 대해 집중적인 보호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보호관찰법은 비교적 죄질이 경미한 집행유예나 가석방 조건부 대상자, 가정폭력범, 소년범 등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보호관찰 대상 16만5818명 중 집행유예자는 9만470명, 소년범 3만8515명, 가석방자 7115명, 가정폭력사범 3953명이었다.



법무부가 독일의 ‘행상(行狀)감독제도’를 흉악범 재범관리의 대안으로 보는 건 재범 방지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이다. 독일 형법에 따르면 법원이 행상감독명령을 내리면 대상자는 감독기관의 허가 없이 거주 범위를 이탈할 수 없다. 재범 위험성이 있는 물건의 소지나 약물 복용도 할 수 없다. 특정 집단과의 접촉도 차단된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



독일은 행상감독제도 시행 이후 인구가 우리보다 두 배(8237만 명)인데도 살인 범죄(미수와 낙태 범죄를 포함)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연간 1000명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880명이 살인 범죄만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강간·아동 성추행 등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인원도 8000명 미만으로 우리나라(7485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기 종료 후 보호관찰제가 도입될 경우 범죄자 유형과 특성별로 다양한 재범 방지 수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기획=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상기(연세대 법대 교수) 원장·박형민 부연구위원, 중앙일보 정효식·강인식·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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