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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13억 인구의 패러독스”

중앙일보 2008.12.23 09:34


▲14일 3만 개의 일자리를 모집하는 베이징 취업박람회에 수만 명의 대졸자가 몰렸다. 베이징 로이터=연합뉴스



지금 중국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실업입니다. 세계공장이 흔들리면서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지요. 어디 중국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우리나라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세계 모든 나라가 다 그렇습니다. 국가의 첫 사명이 국민들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것이기에, 실업은 세계경제의 현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실업은 더 지독한 특성을 안고 있습니다.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중국 공산체제가 유지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밥을 먹여줬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아도, 빈부격차가 심화돼도, 부정부패가 심해도 라오바이씽(老百姓)들은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먹는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대규모 실업자가 발생하고, 실업이 장기화 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입니다. 그동안 쌓였던 여러 사회문제가 돌출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내 밥그릇이 지켜주지 못하니까요.



또 다른 특성은 1억3000만명(일부에서는 2억1000만 명이라는 주장도 있음)에 달하는 농민공(농촌출신 노동자)의 존재입니다. 이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에 거주하며 돈 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직장을 잃게 된다면, 더이상 도시로 나오지 않겠지요.



그렇지않아도 농촌에는 1억5000~2억 명의 잉여노동력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할 일없이 술이나 먹고, 놀음이나 하고, 서로 싸우는 젊은 청춘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다는 겁니다. 도시 생활을 맛 본 농민공들이 그들과 함께 어울린다? 사회문제가 아니 발생할 수 없습니다. 농촌지역이 위기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제가 최근 쓴 실업문제 관련 기사입니다.

일부 수정, 다시 정리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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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의 난, 황건적의 난, 이자성의 난…. 중국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대반란들이다. 일어난 시기와 장소는 달랐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유민(遊民)들이 주역이었다는 점이다. 농지를 빼앗기고, 굶주림에 허덕여야 했던 이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게 반란이었다.



유민의 현대적 의미는 '실업자'다. 경제위기 여파로 '세계 공장'이 흔들리면서 중국에 또 다시 유민들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현대 유민들은 농촌과 도시의 거리를 배회하며 고단한 삶의 탈출구를 찾고 있다. 실업 문제는 자칫 중국공산당 일당지배 체제를 위협할 수 있어 지도층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중국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후베이(湖北)성 첸장(潛江)시 근교의 농촌 출신인 리량즈(李良智)씨. 그는 요즘 동생 리량용(李良永)과 '땅 싸움'을 벌이고 있다. 칭다오(靑島)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하던 리량즈가 첸장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달 30일. 공장이 문을 닫자 설을 쇨 겸 조기에 귀향한 것이다.



그는 광둥으로 떠날 때 동생 량용에게 맡겼던 토지를 되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동생은 '이미 경작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돌려주기를 거부해 형제 사이가 틀어졌다. 이들 형제는 지금 시 정부 중재위원회의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실직이 사이좋은 형제를 갈라 놓은 것이다.









첸장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은 한 사례에 불과하다. 중국 농촌 전역에는 지금 리량즈 형제와 같은 크고 작은 분규가 벌어지고 있다.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나갔던 농민공(농촌 출신 임시직 노동자)들이 귀향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13억 농민공 중 이미 1000만명이 직장을 잃었고, 이미 약 780만 명이 귀향 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설 연휴가 실업대란의 고비"라고 말한다. 농촌으로 복귀한 농민공들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열쇠다. 난카이(南開)대학 웬신(袁辛)교수는 "경제상황을 볼 때 귀향한 농민공들은 설 명절 후 도시로 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농촌 실업자가 될 처지"라고 말했다.



도시실업자가 농촌실업자로 바뀌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 지역은 어떤까? 마찬가지다. 도시 지역 역시 넘쳐나는 실업자로 들끓고 있다. 필자가 잘 알고 있는 27살의 베이징과기대학 출신 리텐텐(李田田)씨 얘기다.



"나는 '링공쯔주(零工資族)'다. '0'의 임금을 받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졸업 후 수백 통의 이력서를 뿌렸는데 적당한 일자리가 없어 결국 임금을 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직장을 얻었다. 그나마 일을 배울 수 있음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링공쯔'라는 말은 대졸취업생의 현실이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도시 실업률은 약 4.5%. 그러나 이는 신고를 받은 숫자일 뿐, 이를 믿는 전문가는 없다. 실제 실업률은 15%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최근 '도시지역 실업률이 9.4%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리텐텐과 같은 청년실업이 특히 문제다. 올해 대학에서 쏟아져나오는 예비 취업생은 약 560만 명. 사회과학원은 '이중 150만 명은 구직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도시지역에만 약 1000만 명 이상의 대졸자들이 취업 대기 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졸자 실업률은 약 12%. 공식 실업률의 3배가 넘는다.



문제는 중국 실업문제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사회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도시지역의 한 해 일자리 수요는 연 2000만 개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200만 개를 창출했다. 800만 개가 부족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성장률이 11.9%에 달했던 시절의 얘기다. 내년 성장률이 8%선으로 떨어지면 일자리 창출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동부 공업도시에서 '노동자 시위'는 이제 일상화되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중국 언론에 보도된 시위만 30여 건이 넘는다. 폐업 공장에 모여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생계형 시위가 대부분이다.



중국공산당이 개혁·개방정책 30년만에 최대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중국 지도부 역시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최근 베이징대학을 방문,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1989년 발생한 천안문사태를 기억하는 중국 지도부로서는 청년실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룽룽(李榮融) 국무원 국유자산관리위원회 주임은 150여 개에 달하는 중앙정부 산하 국유기업을 총괄하는 국가급 최고경영자(CEO)다. 그가 최근 국유기업 사장들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였다. 그의 지시는 딱 한 가지. '임금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해고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내년 국유기업 업적평가의 최고 기준은 일자리를 얼마나 늘렸느냐가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요즘 다양한 취업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쓰촨성 청두(成都)시의 '500위안 취업훈련권(就業培訓券)'은 그 중 하나다. 청두시는 도시 지역에서 귀향한 농민공을 대상으로 500위안(약 10만원)에 해당하는 취업훈련권을 배급할 계획이다. 시내에 설립된 직업훈련센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시는 귀향한 농민공들이 현지에서 창업할 경우 창업자금을 전액 지원키로 했다. 산시(陝西)성은 성내 주요 도시에 21개 '농민공 창업 시범단지'를 건설, 귀향 농민들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농민공을 채용하는 단지내 기업에게는 면세해택이 주어진다.



산업정책의 변화도 감지된다. 그동안 저부가가치 단순 임가공 기업은 빨리 없어져야 할 '공공의 적'이었다. 연안지역 공장을 내륙으로 강제 이전시키는가 하면 오염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강제 폐쇄시켰다. 올해 실시된 신노동법으로 기업주들을 옥죄었다. 그러나 임가공 기업은 요즘 언론에서 '일자리 창출형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폐지했던 우대조치도 하나둘 부활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중국 실업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불황의 시대에 실업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회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수출이 1%포인트 하락하면 2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GDP가 1%포인트 떨어지면 80~100만개가 날아간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연 평균 20%에 달하던 수출증가율은 이미 마이너스(11월에 -2.2% 기록)로 추락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약 500만 개의 일자리가 날라간 셈이다.



지금까지 중국 경제의 최고 경쟁력은 '인구(人口)'였다. 13억 인구가 제공하는 거대한 노동력은 중국을 '세계공장'으로 만들고, 중국을 제3위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시기, 인구는 그 자체가 부담이다. 오히려 거대 인구가 위기의 진원지로 변할 수 있다. 중국이 '지독한 13억 인구의 패러독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한우덕 기자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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