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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암초등 동기동창,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중앙일보 2008.11.28 01:27 종합 25면 지면보기
영남일보가 제일화재를 3대2로 격파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KB국민은행 2008 한국바둑리그는 정규시즌 1위 팀 신성건설과 영남일보의 대결로 판가름나게 됐다. 회사가 위기에 몰린 탓에 챔피언 결정전에 나서는 신성건설 팀은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 숙연한 모습이다. 신성건설은 과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한국리그를 우승으로 장식할 수 있을까. 3번기로 열리는 챔피언 결정전은 다음달 3~4일 1차전, 6~7일 2차전을 두고 1대1이 될 경우 13일 하루에 3차전 다섯 판을 모두 치른다. 마지막 관문 앞에 선 양 팀 감독을 만나봤다. 신성건설의 양재호 감독과 영남일보의 최규병 감독은 충암초등학교 동창생이다.


한국바둑 챔프전 … ‘신성건설 vs 영남일보’ 눈길 끄는 감독 대결

신성건설 감독 양재호 9단 … 우승컵, 너무 절실하다



-결승 소감은.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기에 더욱 우승컵이 절실하다. 우승상금을 타면 선수들과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 관계자들에게 힘내시라고 크게 한턱 내고 싶다.”(우승상금은 2억7000만원, 준우승 1억6000만원)



-신성건설은 내년엔 한국리그를 떠난다는 소문이다.



“신성건설에서 처음 2년은 선수였고 그 후엔 감독이었다. 선수일 때 성적이 신통치 않았음에도 나를 받아준 회사가 고마워 나도 고향(울산) 팀도 마다하고 의리를 지켰는데 이렇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



-영남일보의 최규병 감독과는 어떤 사이인가.



“친구이자 프로세계에선 오랜 라이벌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 지난해 결승에서는 우리 팀이 영남일보에 졌다. 올해는 그 빚도 갚아야 하고…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가 너무 많다.”



-오더는 아직 안 나왔지만 양 팀 전력 평가를 해 본다면.



“영남일보의 강점은 5명의 선수 전력이 거의 엇비슷하다는 점이다. 스타도 없지만 약자도 없다. 또 평균연령 20.3세의 젊은 팀이라 기세를 타면 폭발적이고 기세가 밀리면 쉽게 허물어지는 팀이다. 비교한다면 우리의 박영훈-목진석 두 선수는 이들보다 강하고 중간의 고근태는 이들과 비슷하다. 이정우-윤찬희-박정근 세 선수는 성적 면에선 약간 밀리지만 정규시즌 때 3대2로 이길 때마다 이들이 몫을 해줬다. 우리 팀은 고근태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데 그가 잘해주리라 믿고 있다. 그 경우 우리에 승산이 있다. 오더가 어떻게 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영남일보 감독 최규병 9단…우리가 두터운 반집 우세



-2대0으로 지다가 3대2로 역전승한 제일화재와의 플레이오프는 정말 극적이었다.



“윤준상이 이세돌에게 지고 김지석마저 류동완에게 져 2대0이 됐을 때는 사실 절망적이었다. 허영호가 제일화재 ‘투 톱 ‘의 한 명인 최철한을 잡으면서 희망이 생겼다. 장고 바둑에 능한 김형우가 신예대회 우승자 김승재를 꺾은 것은 이변이라 볼 수 없다. 원래 5대5 승부일 것이다. 2대2가 되자 선배인 홍민표 쪽이 아무래도 부담감이 커진 듯싶다. 불리한 바둑이었는데 강유택이 끈기 있게 따라붙어 역전승을 일궈냈다. 강유택은 새내기지만 침착함에선 누구도 따라가기 힘든 기사다.”



-신성건설과의 결승전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우리 팀은 개인 승수에서 8개 팀 중 최고이고 정규리그에서 처음엔 1승4패로 밀리다가 8연승을 거뒀다. 어느 팀도 흉내내기 힘든 기록이다. 5명이 전부 주장이라고 할 만큼 전력이 탄탄하고 당연히 1등 자격이 있다. 강팀 제일화재를 잡은 만큼 우리가 우승할 것이다. 신성은 제일화재와 팀 컬러가 비슷하다.”



-양재호 감독은 비장한 각오던데.



“친구가 올라와서 고맙다. 신성은 1, 2장이 어디로 나오느냐, 고근태가 어디로 나오느냐가 중요하다. 신성이 믿고 있는 이들 세 선수와 정면대결을 할 것인가, 우회할 것인가 생각하다가 정면대결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외적인 여건으로 우리 팀의 기세가 사그라지지만 않는다면 우리가 우세할 것이다. 바둑 식으로 말한다면 ‘두터운 반집 우세’라고 할 수 있을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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