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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미의 열린 마음, 열린 종교] 1. 이슬람 서울 모스크

중앙일보 2004.05.21 17:44 종합 23면 지면보기
종교는 문화다. 신앙을 넘어 한 사회의 정신을 알아보는 잣대이기도 하다. 세계화 시대,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 타종교에 대한 이해는 우리 자신의 경계를 넓히는 일과 연결된다. 작가 김나미씨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의 다양한 종교를 순례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알라는 하느님…이슬람의 본질은 평화

서울에서 외국인을 흔히 볼 수 있는 이태원, 소방서 옆길 언덕을 오르다 보면 왼쪽에 이슬람 성원인 모스크가 있다. 주일이자 예배일인 금요일마다 모스크에는 꾸란(코란) 독송 소리가 울려퍼진다. 한동안 이곳을 찾아 이슬람 신도가 된 것처럼 젖어보았다. '알라'(하느님)라는 이름만 다를 뿐, 기도의 대상은 같다는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서울 이슬람 사원 앞에서 함께한 파룩 준불(左) 이맘 가족. 알라의 뜻대로 사는 이슬람은 ‘평화와 복종’의 종교라고 말했다. 사진= 정대영(에프비젼 대표)

한국에 이슬람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터키군에 의해 처음 전해졌다. 1976년 이태원에 첫 모스크가 생겼고, 현재 부산.광주.전주 등 일곱 곳에 성원이 있다. 70년대 건설 붐을 타고 중동에 갔던 한국인의 일부도 무슬림이 됐다.



서울 모스크의 파룩 준불은 터키 출신으로, 선교를 맡고 있는 이맘이다. 이맘은 '예배 인도자' 를 말한다. 터키 이슬람재단의 후원으로 6년 넘게 매일 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이맘은 이슬람의 성서, 꾸란 얘기부터 꺼냈다.



"꾸란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직접 주신 말씀이에요. 사람이 말을 알아듣도록 예언자를 통해 전했고, 무함마드(마호메트)가 마흔살 되던 610년부터 23년간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 기록한 것이지요."



이슬람을 공부하려고 '한글 꾸란'을 읽고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구약과 비슷한 내용에 놀라곤 한다. 구약의 예언자 중 25명이 꾸란에도 등장하길래 역사적 배경을 먼저 물었다. 그러자 사도 무함마드가 등장한다.



"무함마드는 하느님이 보낸 최후의 사도이자 예언자예요. 그가 오기 전에 아담.아브라함.노아.모세.이삭.요한.예수 등, 예언자는 많았고 무함마드와 예수는 같은 후손으로 태어났으니 자연히 내용 면에서 유사성이 있지요."



파룩 이맘에게 예배는 감사의 시간이다. 아낌없이 주는 하느님, 알라에게 감사하는 일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니냐며 되묻는다. 예배를 마치고 이맘 옆에 나타난 부인을 보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생각났다. 여자의 입장에서 이슬람을 바라볼 때 드는 의문, 즉 여자를 차별하는 듯한 일부다처제와 여자들이 쓰는 머릿수건 히잡에 대해 그가 조목조목 설명했다.



"중동의 관습상 부인을 여럿 둘 수 있었어요. 성경에서도 아브라함에게는 셋, 야곱에겐 넷이나 있었지요. 이슬람에선 하느님께서 허락할 때로 국한하지만 자선의 성격을 띱니다. 여자가 남편을 전쟁에서 잃으면 의지할 곳 없이 살잖아요. 능력 있는 남자가 이런 불쌍한 여자를 거두며 일부다처제가 만들어졌으나 그건 옛날이고 요즘은 대부분 하나죠."



최근 프랑스에서 시작된 히잡 착용 금지가 전 유럽으로 확산, 사회문제가 되자 종교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슬람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히잡 역시 이슬람 이전부터 중동에 내려온 관습입니다. 히잡은 원래 여자들이 자신의 정숙함을 표시하는 상징이었어요. 마리아 어머니(성모마리아)도 썼지 않나요."



'이슬람' 은 '평화와 복종' 을 뜻한다. 알라에 복종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라크라는 전쟁국가를 통해 접하는 이슬람은 '테러'와 연결되며 마치 지구의 평화를 깨뜨리는 듯한 존재로 부각됐다. 반면 내가 만난 무슬림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우리가 이슬람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호칭부터 그렇다. 우리는 이슬람을 중국에 전파되는 과정에서 쓰였던 '회교'라고 부르고, 무함마드교라고 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이슬람이고 무함마드를 믿기보다 알라를 믿는 종교다. 아랍어로 하느님이 '알라'인데 흔히 '알라신'이라 하는 것 역시 잘못됐다.



감탄이 나오는 부분은 하루 다섯 번의 예배다. 주일날 한번 교회 나가기도 힘겨운데…. 한 중동학자는 이슬람 국가의 경제성장 저해 요인을 이 예배에 두지만 그 대신 알라가 무슬림을 축복해 중동땅에 석유를 잔뜩 묻어놓았다는 말까지 했다.



'인샤 알라!' 하느님이 허락하시면, 알라의 뜻대로 알라의 말씀을 전하는 파룩 이맘을 통해 그의 하느님인 알라를 만난다. 알라라는 이름만으로 말과 눈과 몸이 부드러운 사람, 난 조금 더 그의 하느님에 가까워진다. '종교의 나그네'같은 내게 이슬람의 문은 크게 열려 있었다.



앗살라 무알레쿰!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김나미=서울 출생. 홍콩.대만.미국.싱가포르를 거치며 성장했다. 미국 남가주대 동아시아대학원을 졸업하고 1992년 귀국, 동국대 불교대학원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철학과 박사과정(불교전공)을 마쳤다. 현재 서울 한남동에서 요가명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 '그림으로 만나는 달마''환속''파란 눈의 성자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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