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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만 확인한 건설사 대주단 협약식

중앙일보 2008.11.19 03:15 종합 4면 지면보기
18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건설사 금융지원 프로그램 설명회’에서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은행연합회 측의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18일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대강당. 은행연합회 주최로 ‘건설사 금융지원 프로그램 설명회’가 열렸다. 금융권의 건설사 지원 계획인 대주단(채권단) 협약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건설업체들의 관심은 높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회가 열리기 한 시간 전부터 입장하기 시작해 30분 만에 300석의 좌석을 꽉 채웠다. 은행연합회 측은 “대주단 협약은 건설사를 살리려는 것이지, 죽이려는 ‘살생부’가 아니다”며 가입 신청을 독려했다. 당초 계획했던 가입 기한도 없애고 ‘신용등급 BBB- 이상’인 지원 기준도 주 채권은행의 판단에 따라 ‘투기등급 이하’로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건설사 살생부 아니다”
은행연합회, 가입 독려
“구조조정 압박용 의심”
가입 의사 밝힌 곳 없어

하지만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들은 “정부의 건설사 구조조정 계획과 맞물린 것 아니냐” “만약 가입신청을 했다가 탈락하면 어떡하냐”며 금융권에 대한 불신을 쏟아냈다.



은행권이 대주단 구성에 착수한 것은 올 4월. 일시적으로 자금난에 처하는 건설사들을 지원할 필요는 있지만 개별 은행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주 채권은행이 대출 지원을 해주더라도 다른 금융사들이 채권을 회수해 가 다시 자금난에 빠지게 되는 악순환을 막자는 것이었다. 대주단의 지원 대상으로 확정되면 모든 금융사로부터 대출 상환을 1년 유예받는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가입에 주저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주 채권은행인 21개사를 대상으로 지원을 권유하고는 있지만 아직 가입 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고 밝혔다. 건설사들이 주저하는 것은 이 협약에 가입하는 것만으로도 ‘자금난에 빠진 기업’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은행과 정부가 지원을 빌미로 구조조정을 압박하거나 경영에 간섭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장덕생 부장은 이날 “대주단의 지원은 정상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절차)이 아니다”며 “대출된 자금의 목적이 뭔지를 확인하겠다는 정도일 뿐 경영권을 간섭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건설사 관계자는 “말로는 간섭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결국 자구책을 강요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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