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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그룹 순익 48% 줄고 … 코스닥은 ‘키코’에 당하고

중앙일보 2008.11.19 00:40 경제 4면 지면보기
거래소

전기전자 순익 96% 뚝

상장사 3분기 실적 살펴보니

성적 좋은 철강·화학도

“내년 어떻게 될지 몰라”




악몽의 서막이 올랐다. 대한민국 최강 기업이 대부분 포함된 거래소 상장사들도 세계 경기 침체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영업이익이 줄었고, 환율 급등으로 상당수 기업이 외환 관련 손실을 내면서 순익은 더 형편없이 줄었다. 3분기 금융업종을 제외한 559개 업체는 1000원어치 물건을 팔아 24원의 순익을 건지는 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7원의 3분의 1이 채 안 된다.



◆정보기술(IT) 직격탄=3분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업종은 전기전자다. 영업이익이 한 해 전보다 59% 줄었고, 순익은 96% 감소했다. 지난해 흑자로 돌아서며 LG그룹의 순익을 536배나 끌어올렸던 LG디스플레이는 영업이익과 순익이 각각 70%와 40% 넘게 쪼그라들었다. LG전자는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3분기 외환 관련 손실만 3500억원 이상을 내면서 순익이 93% 줄었다. 지난해 3분기 2조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조원으로 1년 만에 반 토막이 됐다.



결정타는 LCD가 날렸다. 최대 시장인 미국의 침체로 물건이 안 팔리자 주요 업체가 제 살 깎아 먹기 식으로 제품 값을 내리면서 수익성이 확 나빠졌다. 올해 상반기까지 공급 과잉으로 신음하던 반도체는 세계 경기가 꺾이면서 이번엔 수요 감소의 희생자가 됐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지수 연구위원은 “반도체 업황은 4분기 들어 더 나빠질 것”이라며 “LCD도 내년 상반기까진 사정이 좋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철강·화학 앞으로가 문제=거래소에서 3분기 영업이익·순익이 모두 전년 동기보다 나아진 업종은 철강·화학 딱 두 개다. 특히 철강은 영업이익이 135% 급증했고, 순익도 34% 늘었다. 하지만 이는 원자재와 제품 가격 사이의 시차 효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많다. 우리투자증권 이창목 연구위원은 “원자재 값은 많이 빠졌는데 제품 가격은 아직 별로 내려가지 않은 결과”라며 “내년에는 업체별로 영업이익이 10~50%씩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도 앞으로가 걱정이다.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커졌던 덩치(매출액·영업이익)가 유가 급락으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유업체는 치솟는 원-달러 환율이 부담이다.



◆대기업도 전전긍긍=국내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의 3분기 순익은 한 해 전보다 48% 줄었다. 나머지 업체(78% 감소)보다 낫다곤 하지만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한진그룹은 지난해 3분기 26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던 것이 올해는 1조12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고유가와 경기 둔화로 실적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GS그룹도 영업손실을 내고 순익이 97% 줄었다. 하지만 이는 GS칼텍스가 원유를 들여올 때 한 달 전 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크다.



김선하 기자




코스닥

영업이익 50억 냈지만

순손실 358억 나기도

스타지수 27곳은 흑자




키코(KIKO·통화옵션)가 3분기 코스닥 기업들의 명운을 갈랐다. 장사 잘해서 번 돈을 키코로 까먹은 기업이 속출했다. 키코로 인한 손실 때문에 적자로 전환되고, 부채비율은 다락같이 높아졌다.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악화됐지만 그중에서도 우량 기업은 선전했다.



◆코스닥 기업 잡은 ‘키코’=태산엘시디는 3분기 6446억81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 조사 대상 902개 코스닥 기업 가운데 순손실 규모가 가장 컸다. 태산엘시디는 앞서 9월 키코 등 통화 관련 파생상품 손실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어 심텍(896억3800만원)·에스에이엠티(491억3300만원)·제이브이엠(358억6400만원) 순으로 순손실액이 많았다. 이들은 모두 키코로 손실을 본 기업이다.



약제 자동화기기 업체인 제이브이엠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137억1700만원어치의 제품을 팔아 50억8400만원을 벌어들였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37%다. 1000원 팔아 370원 남기는 장사를 했다는 의미다. 900여 개 코스닥 기업 가운데 수익성이 NHN에 이어 12번째로 좋다. 그런데도 키코 때문에 영업이익의 7배에 가까운 358억64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27%에 불과하던 부채비율은 771%로 높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분기 적자로 전환한 기업은 172개에 달했다. 5개에 한 개꼴이다. 흑자 전환사는 102곳이다. 적자 전환 기업 중에는 역시 키코 피해를 본 곳이 많았다. 적자 규모가 큰 상위 10개사 가운데 7개가 키코 등 통화 관련 파생상품으로 손실을 봤다.



◆양극화는 진행 중=경영 환경이 나쁠 때 기업의 양극화가 두드러진다. 조사 대상 코스닥 기업 가운데 스타지수(코스닥 우량 기업 30개사를 모아 만든 지수) 편입 기업 27개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2600억원)보다 줄어든 148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지만 올 3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코스닥 기업 전체로 3분기 총 1조28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선전한 셈이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스타지수 편입 기업은 평균 13.4%를 기록했다. 코스닥 기업 평균(5.7%)의 2배 이상이다. 스타지수 편입 기업이 1000원 팔아 134원 남는 장사를 할 때 코스닥 기업들은 평균 57원 남기는 장사밖에 못 했다는 의미다.



SK브로드밴드가 코스닥 기업 가운데서는 3분기 가장 많은 매출액(4478억원)을 올렸다. 그러나 실속 면에서는 거래소 시장으로 이전이 예정된 NHN이 앞섰다. NHN은 3분기 1114억원의 영업이익과 83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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