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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陸士 일반공개

중앙일보 1996.12.08 00:00 종합 6면 지면보기
1955년 제작된 미국 영화.웨스트 포인트'의 원제(原題)는.회색의 대열(隊列)'이다.미국 육사에서 50년을 근무한 하사관 마티 머의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존 포드가 감독,미남배우타이론 파워가 주연을 맡았다.20세때 육군에 입 대한 머는 웨스트 포인트에 배속돼 체육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사관생도들을 가르쳤다.그중엔 더글러스 맥아더.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같은 명장(名將)들도 들어 있다.마지막 장면 늙은 하사관 머를 위해 사관생도들이 벌이는 열병식(閱兵式)은 잊 혀지지 않는 장면이다.

뉴욕시 동북쪽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웨스트 포인트에서 매주 세차례 벌어지는 열병식은 장관이다.이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든다.웨스트 포인트는 1802년에 개교(開校),역사에 빛나는 숱한 인물들을 배출한 요람이다.존 F 케네디대 통령 재임시절 미국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교육기관을 조사했다.조사결과는 하버드.예일 등 명문대학이 아니라 웨스트 포인트였다.케네디대통령은 그후 웨스트 포인트 정원을 배(倍)로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웨스트 포인트의 교훈은 의무.명예.국가다.그리고 거짓말하지 않고,남을 속이거나 훔치지 않으며,다른 사람의 이같은 행위를 묵과(默過)하지 않음(명예헌장)을 생활신조로 삼는다.

웨스트 포인트 출신은 군인뿐 아니라 정치가.학자.경영인 등으로 미국을 위해 일하고 있다.베트남전쟁후 군인의 인기가 땅에 떨어지자 우수학생들이 웨스트 포인트를 기피했다.그러나 80년대들어 미국사회의 보수화,그리고 시대변화에 따라 엄격함 일변도였던 과거의 교육방침을 지양하고.부드러운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인기를 회복했다.

미국에 웨스트 포인트가 있다면 한국엔 화랑대(花郎臺)가 있다.1946년 5월1일 개교이래 50년동안 육사는 1만5천여 장교를 배출,안보및 국가 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그러나 영광의 역사만은 아니었다.30년이상 한국정치를 좌지우지함으로써 야기된 부작용은 육사의 명예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내년 1월부터 육사는 일반인들을 위한 유료개방을 실시한다.특히 토요일에 실시하는 화랑의식(儀式)과 열병식은 큰 인기를 끌것으로 기대된다.새로운 반세기를 시작한 육사가 국민에 더 가까워지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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