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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얼어붙는 지구촌 경기 … 용광로가 식는다

중앙일보 2008.10.16 00:15 경제 1면 지면보기
 지구촌 철강업계가 수년간의 호황을 뒤로 하고 침체기로 들어서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만 해도 5∼6%씩 증가하던 세계 조강 생산량은 8월 들어 증가율이 2.9%로 뚝 떨어졌다.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가 몰아친 9월에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이 철강업계의 우려 섞인 예상이다.


‘산업의 쌀’ 철강 수요 급감에 줄줄이 감산
자동차 안 팔리고 건설 등 실물경기 위축 탓
철강 생산증가율 9월엔 마이너스 가능성

금융위기는 실물경제의 핏줄 역할을 하는 자금 흐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그 결과 철강을 필수 자재로 쓰는 자동차·건설업체는 감산을 하거나 문을 닫고 있다.



미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제너럴모터스(GM)는 유럽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부진하자 현지 공장 10곳의 가동을 10∼21일씩 멈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공장은 인력 감축에도 나섰다.



유럽의 볼보와 재규어도 감산계획을 발표했고, 폴크스바겐은 이달 말 스코다 생산라인을 1주일간 멈추기로 했다. 일본 도요타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북미와 유럽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한 데 이어 최근 중국 광저우 공장에서 중소형차 생산량을 10% 줄이기로 했다. 현대차 또한 미국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하자 앨라배마주 공장의 올해 생산량을 연초 30만 대에서 22만 대로 낮춰 잡았다.



철강 수요가 줄어드니 자연 제품 가격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세계 철강 전문잡지인 월드스틸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올 초 1000달러 수준이던 열연강판 가격(1t)이 최근 780달러로 주저앉았다.



중국 철강제품의 가격은 원가 수준으로 급락했다. 7월 중순 6220위안(913달러)이었던 열연강판 가격은 이달 8일 4050위안(665달러)으로 떨어졌다. 베이징 올림픽 전후만 비교해도 하락률이 25%에 이른다. t당 생산원가가 4200∼4600위안인 점을 감안하면 원가도 못 건진다는 말이다.



우리투자증권 이창목 애널리스트는 “전체 철강 소비의 52%를 차지하는 건설부문 수요가 부진한 결과”라며 “중국 내 철강 재고도 최근 2∼3개월 동안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은 감산 추세로 돌아섰다. 허베이스틸과 서우스틸, 산둥스틸이 20% 안팎의 감산 계획을 이미 발표했고, 바오스틸과 사스틸과 같은 대형 업체들도 생산 감축을 준비 중이다.



세계 최대인 아르셀로미탈도 4분기에 15% 감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일철 등 일본의 주요 철강업체도 10∼20%의 감산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이달 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철강협회 총회에서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철강업계가 과잉 설비를 조정해야 한다”며 “철강업계가 지난 몇 년간 초호황을 누렸으나 이제는 경기침체 리스크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냉연업체를 중심으로 감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냉연업체들은 열연강판을 사들여 가공한 다음 자동차나 전자 업체에 공급하는 만큼 시장의 영향을 바로 받는다. 이들은 대부분의 열연강판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어 최근의 엔화가치 급등으로 치명타를 맞고 있다.



현대하이스코는 4분기에 시황을 봐서 2만∼6만t을 감산할 계획이다. 동부제철은 원래 4만t을 감산하려던 계획을 15만t으로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7월부터 스테인리스 스틸을 20%씩 줄여 생산해 왔다. 하지만 열연강판을 비롯한 주력 제품의 감산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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