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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뛰는방송인>3.EBS 박수용 PD

중앙일보 1996.07.29 00:00 종합 34면 지면보기
「자연다큐멘터리에 미친 사람」.

EBS 교양제작국에서 4년째 자연다큐멘터리만 만들어 오고 있는 박수용(33)PD를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그는 한국 자연다큐멘터리의 희망이라고 할 만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실력파다. 그는 특정지역의 생태를 백화점 식으로 늘어놓는 「지역생태」중심의 자연다큐멘터리에 변화를 몰고온 인물.즉 지역을 초월해 한 생물의 생태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단일생태 다큐멘터리」는 그가 처음 시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자연다큐멘터리의 희망

그는 연출가로서의 기초를 쌓은 뒤 94년 『반디를 보셨나요』(공동제작)로 데뷔한다.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반디의 생태를 담기위해 전국을 누빈 그는 사라져 가는 반디를 통해 환경오염의 심각성도 짚어냈다.잇따라 『까치』를 발표한데 이어 전라도의 한 섬의 생태를 집중 탐구한 『칠발도』로 방송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지난해에는 출세작 『물총새 부부의 여름나기』로 PD연합회 작품상과 방송대상을 거머쥐었다.치밀한 미세촬영 기법과 연출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올초 발표한 『한국의 파충류』도 그가 애정을 갖는 작품.

뱀과 두꺼비 촬영을 위해 그는 강원도 계방산부터 경남 창녕,경기도 양평등 전국을 휘젓고 다녔다.당시 그는 촬영에 몰입한 나머지 구렁이에 물려 독이 있는 이빨이 팔뚝에 박힌줄도 몰랐다가 뒤늦게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선진국의 다큐멘터리들을 보면 하나같이 과학 그 자체지요.그러나 우리 다큐멘터리는 과학만으론 부족합니다.여기에 「정서」가꼭 들어가야 생명력이 생긴다고 봅니다.그런 측면에서 문학을 공부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서울대 영문과 출신의 문학도인 그는 풍부한 감수성 외에 자연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타고난 경쟁력을 덤으로 갖췄다.

그의 고향은 지리산.덕유산.가야산을 지척에 둔 경남거창군가조면마상리.『흙위에서 개미를 관찰하고 개구쟁이 시절 개구리 뒷다리도 구워먹고 뱀도 잡으며 자랐어요.말하자면 과학을 배우기 훨씬 이전에 자연을 대하는 느낌과 방법을 체득한 거 죠.』 개척자답게 국내 자연다큐멘터리에 대한 반성도 날카롭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잘 만든다는 다큐멘터리도 미국.일본등에서 이미 10년전에 다 찍은 것이지요.답습하는 수준이지만 여건만 좋아지면 빠른 시일내에 추월할 자신이 있습니다.』 현재 27부작 자연다큐멘터리 『사라져 가는 한국의 자연』을 제작중인 박PD는 한달의 절반이상을 출장으로 보낸다.솔부엉이.소쩍새.물까마귀.산까치.뻐꾸기를 만나다 보면 밤낮이 뒤바뀌기 일쑤다.통일이 되면 백두산.금강산.묘향산의 자연생 태를 우선 카메라에 담겠다는 박PD.

『우리 자연을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가 찍어낼때 진정으로 앞설수 있다』는 그의 어깨에 우리 자연다큐멘터리의 앞날이 달려 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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