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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어떤 태풍인가-사라號보다 더 큰 위력

중앙일보 1995.07.24 00:00 종합 22면 지면보기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 접근하는 태풍은 남해안으로 접어들수록 그 세력이 약화되는 것이 특징이지만 3호태풍인「페이」는 정반대였다. 지난 21일 일본 오키나와(沖繩)섬 부근을 지날 때까지만 해도 페이는 중심기압이 9백70헥토파스칼대를 유지,B급에서C급의 중간정도로 취급받았고 진로가 북서쪽인 일본쪽으로 기울 기미를 보였었다.
하지만 22일부터 태풍 페이는 그 세력이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고 진로 또한 북진을 계속해 우리나라에 직접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상청관계자를 잔뜩 긴장시켰다.
초속 30m였던 중심부근의 최대풍속은 우리나라로 올라오면서 43m로 바뀌었고 중심기압도 9백40헥토파스칼을 기록(중심기압이 낮으면 낮을수록 그 위력은 커짐)했다.
이같은 최대풍속과 중심기압치는 물론 내륙에 상륙하면서 한풀 꺾였지만 수치상으로만 비교해보면 지난 59년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사라호(9백51헥토파스칼)를 능가하고 있는 것은 물론,역대주요 태풍보다도 더 낮은 수치다.
이같은 기압치는 히로시마(廣島)에 투하된 원자폭탄 수천개와 맞먹을 정도의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특히 페이의 진로가 산악지역이 밀집돼있는 지리산.가야산.소백산.태백산맥일대를 경유했던 탓에 집중호우로 인한 타격이 더욱 컸다.
이같이 태풍의 위력이 갈수록 커진 것은 그동안 우리나라에 걸쳐 있었던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남아있던 다습한 저기압대를 흡수하면서 태풍이 갈수록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태풍의 힘을 다소 상쇄시킬 수 있는 건조한 고기압대가 머무를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던 데다,남중국해상에서부터 단독으로 형성돼 올라온 탓에 후지와라효과(서로 다른 태풍이 인접해 있을 경우 서로간의 간섭효과로 힘이 약해지는 현상)도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페이는 우리나라의 첫 상륙지인 고흥반도로 들어온 시간이 마침남부지역의 밀물시간대와 일치하는 바람에 해상에 높은 파도를 일으키는 시의적절함(?)까지 갖추기도 했다.
한편 태풍 페이는 올들어 남중국해상에서 발생한 순서로는 5번째이지만 이중 2개는 금방 소멸돼 일본 기상청은 페이를 3호태풍으로 명명했다.「페이」라는 이름은 괌도에 위치해 있는 미군 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붙였는데 그들이 갖고 있는 8 4개 서구식이름 가운데 순서대로(페이 다음의 태풍은 개리가 됨)정하고 있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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