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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필' 공연에 대형 스크린 등장

중앙일보 2004.03.09 16:52 Week& 7면 지면보기
록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장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최근 뉴욕 필하모닉의 상주 무대인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홀(2742석)에도 등장했다. 지휘자와 연주자의 모습을 화면에 클로즈업해 친근감을 주기 위해서다. 개.보수 공사 계획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혀 청중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다.


연주자 "클로즈 업 부담"…기획자 "관객 위한 배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 대해 막상 무대 위의 연주자들은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화배우나 스타가 아닌데도 클로즈업하는 것은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 무대 중앙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올려다보면 마치 지휘자가 단원 뒤에 서있는 것 같아 산만하고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한 연주자는 "코에 사마귀라도 있으면 무대에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객석 등받이에 소형 스크린을 설치하거나 극장 바깥에 대형 화면을 설치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연주자들도 있었다. 또 대형 화면을 설치했다가 실패하고 만 피츠버그 심포니와 애틀랜타 심포니의 예를 들먹이기도 했다.



이번 스크린 도입에 앞장선 사람은 컴팩 컴퓨터 회장을 지낸 뉴욕필 이사 벤저민 로젠이다. 그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MTV 세대의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만달러가 넘는 예산을 들였다"며 "아직 스크린의 효과에 대해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심포니 전용홀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 것은 오페라극장에서 자막 스크린을 들여놓은 것에 비길 만한 혁명적인 사건이다. 물론 오케스트라 연주회장에서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밴쿠버 심포니가 지난해 3월 갈라 콘서트에서 처음 시도한 후 그해 9월 세계 최초로 정기 연주회 무대에 대형 화면을 도입한 것. 무대 양쪽에 가로.세로 2.7m짜리 정사각형 스크린을 2대 설치하고 무대 뒤에 4대의 카메라를 고정시켰다.



연주 도중 지휘자와 협연자뿐 아니라 곡중 독주를 맡고 있는 연주자를 클로즈업하는 것은 물론 작곡가의 초상이나 작품에 영감을 준 사람과 도시, 미술 작품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연주 시작 전에는 미리 녹화해둔 협연자 인터뷰를 방영하기도 했다. 카메라와 스크린 장비 구입에 3만달러(약 3500만원)가 들었지만 스크린 도입 이후 밴쿠버 심포니의 티켓 판매가 50%나 증가했다. 물론 화면을 싫어하는 관객을 위해 따로 시리즈 공연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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