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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 계기로 본 변호사의 세계

중앙선데이 2008.03.02 00:21 51호 10면 지면보기
로펌 변호사들은 따로 정해진 복장규정은 없지만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짙은 색 정장을 주로 입는다. 변호사들은 바쁜 업무에도 불구하고 피로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최정동 기자]
-변호사를 택한 이유는.

박마리=판사나 검사는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 같았어요. 전문성을 키우기에 변호사가 좋아 보였어요.

차경수=과학고에 공대 출신이어서 친구들 대부분은 법에 관심이 없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이공계 사람이고 엔지니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 자격을 얻었을 뿐이죠.

-로펌에서 일하면 바쁘다고들 하는데.

박진석=하루를 퇴근으로 시작합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오전 1시에 퇴근해 아침 8~9시에 출근하거든요.

조승우=아무래도 연차가 높아지면 업무 효율성이 높아져 더 빨리 일을 끝냅니다. 밤 12시 정도에 퇴근하지만, 중간중간 짬을 내서 영어 공부도 하고 헬스클럽에서 운동도 합니다.

차경수=일이 많을 때는 밤을 새우곤 합니다. 2~3시간 잘 바에야 아예 안 자고 다음날 몰아 자는 게 나아요.

박마리=타임 차지(Time charge·시간당 수임료 청구) 기준으로 월평균 200시간은 넘게 일하는 것 같아요.

조승우=그래도 월 250시간이 최대치인 것 같아요. 한 달에서 휴일을 빼고 25일간 매일 10시간씩 일하는 겁니다. 식사 같은 다른 일 하는 시간은 빼야 하니까,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이지요.

박진석=가끔 줄여 청구할 때도 있습니다. 성과가 없으면서 타임 차지만 많이 하면 무능하게 비칠 수도 있거든요.

박마리=그게 딜레마이지요.

-남들처럼 주 5일 근무는 가능한가요.

조승우=황우석 박사가 말한 ‘월화수목금금금’입니다. (웃음)

차경수=금요일 오후 6시에 고객이 일을 맡기면서 월요일 아침까지 부탁한다고 하면 어
쩔 수 없이 주말에 꼬박 일해야 합니다.

박진석=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쉬는 것 같습니다. 이틀 다 쉬는 분도 있는데, 주중에 정말 밤을 새우다시피 일을 하지요.

박마리=개인마다 스타일이 달라요. 저는 금요일 저녁엔 남들처럼 풀어지고 싶거든요.
대신 주말에 사무실 나가서 일하지요.

-실제 변호사 업무에서 자격증이나 전문성이 많이 필요한가요.

조승우=로펌의 영역이 넓어지다 보니 법률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경우가 생깁니다. 엔지니어링이나 의료 분야와 관련된 특허 분쟁은 변호사가 이해를 못 하면 서비스를 하기가 힘들지요.

박진석=고객 기업들이 관련 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할 것을 많이 요구해요. 모르면 답답해하며 화를 내기도 하죠. 무슨 자격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관련 산업 분야에서의 직장 경력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차경수=신입 변호사 때 로펌에서 가장 강조하는 말이 “고객이 속한 산업 분야를 잘 이해하라”는 것이었어요. 자격증도 중요하지만 IT 업계나 증권·금융 같은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변호사가 생기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봐요.

박마리=회계사 자격증까지는 아니더라도 회계장부를 분석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대학 다닐 때 경제학 등 다양한 수업을 듣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특히 외국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중요해요.

-외국어 능력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차경수=같은 로펌 변호사 세 명이 회의에 들어갔다고 쳐요. 외국인 고객은 법률 실력과 관계없이 영어 잘하는 변호사에게 호감을 보입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면 똑똑해 보이는 거죠. 계속 그 변호사만 찾게 됩니다.

조승우=물론 실력이 없는데 영어만 잘한다고 해서 일을 맡기지는 않아요. 하지만 영어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어서 많은 변호사들이 시간을 쪼개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외국어 말고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박마리=성실성이에요. 로펌 변호사들 능력이 엇비슷하거든요. 2~3시간 더 공들여 보고서를 만드는 것과 그냥 가져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주지요.

박진석=제가 볼 때는 사교성도 중요합니다. 고객에게 법률 자문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식 자리에서 농담을 던지며 고객들과 친밀감을 다지는 것도 필요하지요.

-로펌에 들어가서 놀란 점이 있다면.

박진석=e-메일이 엄청나게 많은 데 놀랐습니다. 하루 200개까지 e-메일이 왔다갔다해요.

조승우=항상 바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점심도 1시간 반 정도 먹고 커피까지 마셔요. 물론 바쁜 사람은 끼지 않고 김밥이나 샌드위치로 때워야 하죠.

차경수=로펌마다 문화가 다르겠지만, 특히 기업 자문과 송무(재판 업무)는 많이 달라요. 송무는 파트너 변호사를 법원에서 부장판사님 모시듯 깍듯한데요. 자문 쪽은 어소시에이트(associate·파트너 전 단계) 변호사가 파트너와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분위기지요.

-여자 변호사라서 차별받는 게 있나요.

박마리=로펌 들어와서 한번도 차별받는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여성에게 좋은 직업 같습니다. 여성 변호사의 비율도 높아져 로펌마다 평균 30명씩은 됩니다.

-로펌에도 노조 같은 게 있습니까.

박진석=어소(Asso) 협의회가 있습니다. 파트너에게 전달할 요구사항 같은 것을 정리하는 모임이지요. 그렇지만 노사관계처럼 관리자-피고용자 식의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승우=우리 로펌의 경우는 어소 변호사들끼리 워크숍을 가기도 합니다. 2박3일 정도로요. 로펌에서 비용을 대주지요.

-로펌에 들어오는 구성원들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데.

박마리=요새는 사법연수원에 들어가는 분들부터 많이 다양해졌다고 들었습니다. 공무원 같은 사회 경력자들도 많다고 해요. 다양한 경력의 후배들이 들어오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봅니다.

차경수=제가 연수원 다닐 때만 해도 변리사 출신이 한 명 있든지, 아니면 없든지 했는데요. 요즘은 한 기에 7~8명씩 됩니다. 로스쿨이 출범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봐요. 그나마 빨리 변호사가 돼서 다행이지요. 그런 사람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니까요.(웃음)

조승우=올해 입사한 신입 변호사를 보면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도 있어요. 연수원 성적이 상위권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공부하기가 힘든데, 정말 대단한 분들이지요.

-변호사가 되고 보람을 느낀 순간은.

조승우=맡은 사건에서 승소했을 때 짜릿한 기분이 있는데, 지나고 나면 잊어버려요. 저는 국제중재팀에 들어가 처음 맡은 사건에서 승소를 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법률 시장이 개방되는데.

조승우=젊은 변호사들에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지요. 영어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 같아요.

박진석=반면 로펌에서도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요즘 연수원 한 기수에 20명씩 같은 로펌에 들어옵니다. 모두 파트너가 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있고요. 출입 카드를 댔을 때 문이 열리지 않으면 이게 어떤 의미일까 고민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웃음)

조승우=요즘 들어오는 후배들을 보면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꼭 변호사로 성공하겠다는 것보다 컨설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기도 해요. 저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로펌이 한국사회에서 인재 양성소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박마리·차경수 변호사는 각각 로펌 커플이라고 들었는데.

박마리=같은 로펌이라고 해도 다른 빌딩에서 일해요. 맡은 분야가 달라 자주 보기는 어렵지요.

차경수=그래도 여자는 나쁠 게 없어요. 남편이 상사에게 깨졌다는 사실이 귀에 들어갈 수도 있어요. 수입도 투명하게 공개되고요.(웃음)

박마리=늦게 퇴근하더라도 서로 이해를 해줍니다. 왜 늦는지 아니까요. 또 같이 나눌 수 있는 얘기가 많아서 좋아요.

-복장이 모두 짙은 색 계통의 정장인데.

조승우=복장 규정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죽 잠바 같은 것을 입으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차경수=남자는 입을 수 있는 옷의 폭이 좁은 데 비해 여자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에요.

박마리=그래도 가죽 바지 같은 건 안 돼요. 여자 변호사도 고객을 상대하려면 재킷 정도는 입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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