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쟁쟁한 인사들의 ‘친목 네트워크’ 소망교회

중앙선데이 2008.01.27 00:18 46호 6면 지면보기
1977년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사는 10명의 교인이 곽선희 목사를 초청해 합동예배를 드린 것이 소망교회의 시작이다. 이듬해부터 교회를 나온 이명박 당선인이 정을 붙이는 데는 포항 출신 고향 선배 두 명의 역할이 컸다. 창립멤버인 이상정(73) 무림교역 회장과 이진우(74) 변호사다. 둘은 포항고 선후배 사이로 소망교회 장로를 지냈다.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포함한 이들 네 명의 ‘포항 출신 장로’는 교회의 터줏대감이다.

전·현직 장관 60명, 예비역 별 합치면 200개 넘어

특히 이진우 변호사는 어려서부터 이상득·이명박 형제와 포항제일교회를 함께 다녀 친했다. 두 형제가 기업인이던 80년대에 이진우 변호사는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회의원(11·13대)을 지냈다. 서울시 공무원이던 이상정 회장은 이동식 화장실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다.

현대건설 사장 시절 교회활동에 참여할 시간이 부족했던 이 당선인은 국회의원이 되면서 교인들과의 접촉이 늘었다. 이 무렵 생긴 게 김재실 전 산은 캐피탈 사장이 주도한 ‘소금회’. 소망 금융인 선교회의 줄임말이다. 이 당선인은 국회 재정경제위원 자격으로 가입했다. 관세청장이던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도 모임에 들어왔다. 홍인기 전 증권거래소 이사장과 이우철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이 멤버다. 한나라당 18대 총선 공천심사위원으로 임명된 이종구 의원도 회원이다.

이 당선인이 활발하게 참여하는 소그룹 중 하나가 일명 ‘파스쿠찌 모임’이다. 1부 예배를 마친 이 당선인이 지인 10여 명과 환담하는 교회 인근 카페의 이름을 딴 모임이다. 이상정 장로와 연세대 전자공학과 명예교수인 박규태 장로, 제일은행 지점장 출신 이장환 장로 등이 자주 참석한다.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추진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등 마음 편하게 고민을 나누는 사이다.

이 당선인이 2부 예배에 참석하는 날엔 ‘하길모’(하늘로 가는 길벗 모임)라는 모임을 종종 찾았다. 삼성·현대·LG 중역 출신 기업인이 중심이 된 모임이다. 당선인은 지난해 8월 한나라당 경선 때까지 이런 자리에 활발히 참석했다.

건설인선교회와 교수선교회 같은 소망교회 내 모임에서 이 당선인은 ‘인기 강사’였다. 그의 간증과 특강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2006년 4월 건설인선교회 특강에서 이 당선인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 범죄가 되듯이 국가나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고 헛돈을 쓰면 도덕적으로 범죄행위”라고 말하는 등 교회 내 공동체를 국가경영철학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삼기도 했다.

이 당선인의 교류가 소망교회 틀에만 얽매인 건 아니었다. 그가 92년 초대회장직을 맡은 세한기독실업인회(CBMC·강남지역 기독 실업인 모임)가 대표적인 경우. 김진홍 목사는 이 모임의 단골 설교자였다.

소모임 차원이 아니더라도 교회 내 인적 교류는 활발했다. 특히 소망교회는 전·현직 장관 60여 명, 예비역·현역 장성의 별 개수를 합치면 200개가 넘을 정도로 지도층 인사가 많이 다닌다.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남편 최영상 고려대 교수, 이 위원장의 동생인 이숙자 전 성신여대 총장이 이 교회 교인이다. 새 정부 첫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이원종 전 충북지사, 이 당선인이 후보 시절 미국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했던 강영우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위원도 이 교회 소속이다.

이 교회 집사인 정몽준 의원이 이 당선인과 한 배를 타자 “틀어졌던 현대가(家)와 이 당선인의 관계가 교회 인연으로 복원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과 곽승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 인수위 자문위원인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 등 이 당선인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이 교회에 즐비하다. 반면 김효석 통합신당 원내대표와 최근 경부운하를 맹비판한 홍재형 의원 등 이 당선인과 정치적 대척점에 선 인사들도 여럿이다.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가수 박지윤씨, 탤런트 차인표·신애라씨 등 소망교회에선 낯익은 얼굴을 많이 볼 수 있다.

150여 명의 전·현직 장로 중에는 의외로 유명인사가 많지 않다. 비교적 알려진 인사로 이효계 숭실대 총장, 정상학 전 대구지방법원 법원장, 김광석 참존화장품 회장, 장춘 전 중부 지방국세청장, 최일영 전 한양대 의대 학장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김선홍 전 기아 회장의 부인 윤옥중씨는 이 교회 최초의 여성 장로로 주목받았다.

소망교회 교인들은 유명인이 교회를 다닌다는 사실에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그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강만수 간사가 10년 동안 눈에 띄지 않는 예배당 2층에서 헌금위원으로 활동해 왔던 사실이 최근에 비로소 알려졌으며, 국회의원 시절 주차봉사를 하던 이 당선인의 경우도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교회 규모가 큰 탓인지 분쟁이 종종 생긴다. 지난해 2월엔 소망교회 장로 4명이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인 인명진 목사를 교회 부지와 관련해 형사고발(불기소 처분)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