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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28.美 휴스턴市

중앙일보 1995.02.23 00:00 종합 17면 지면보기
70년대 세계경제를 뒤흔든 석유파동 당시 미국 텍사스州 휴스턴시(市)는 오히려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석유가 모자라 모두가 쩔쩔맬 때 이 도시는 풍부한 석유를 이용,호경기를 누렸다.그러나 82년 세계 석유값 급락의 여파는 그대로 인구 1백70만명의 이 도시를 강타했다.

세금감면 기업유치 성공

10년 가까이 누리던 건설경기등 오일붐은 간데없고 거꾸로 시전체가 휘청거렸다.급기야 실업률이 13~14%에 이르는 최악의상황이 이어졌다.

그때서야 시는 전략을 다시 짰다.석유 하나에 의존해 시를 성장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산업다변화」 정책으로 방향을 바꿨다.

시가 장기간에 걸쳐 쏟은 노력은 90년대 들어 결실을 보았다.전체 경제중 에너지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80년대 초반83%에서 92년 60%로 낮췄다.대신 그 공백을 컴퓨터산업.

생물의학.생물공학.항공우주산업등으로 메워가면서 시경기는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시 성장전략중 하나는 세금감면혜택을 통한 기업유치다.예컨대 보잉社같은 항공기 제작회사가 이곳에 공장을 지을 때 시가 받아야할 2백만달러(약 16억원)의 재산세중 절반만 물리는 식이다. 기업은 1백만달러의 거금을 절약할 수 있다.그리고 시는 손해보는 세금을 근로자들이 내는 소득세와 제품에 부과하는 영업세등 각종 세금으로 벌충할 수 있다.

이같은 세금운용방식은「윈윈 시스템」이라 불렸다.시와 기업 모두가 만족하는 세금전략인 셈이다.

시는 세금의 젖줄인 고용창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때문에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느냐에 따라 세금감면의 폭이 결정된다.

시는 새로 들어선 기업의 근로자수에 따라 5~10년사이에서 세금을 차등 감면해준다.다만 깎아주는 세금과 나중에 신규근로자등으로부터 거둬들일 세금과의 수지를 맞춰 세금을 매기므로 애초부터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휴스턴시가 재도약에 성공한 또 하나의 이유는 오일붐때 생겨난많은 숙련공과 값싼 생활비등 이곳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데 있다.또 세계 6대 항구인 휴스턴港과 인근 바다에서 시내중심부까지 이어지는 운하등 사회간접시설을 활용,기업의 물류(物流)수송을 도왔다.

질높은 인력.시설이 곧 이 도시의 성장 잠재력이었던 것이다.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이곳에 집중적으로 몰려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업종에 따라 경기가 좋고 나쁠 때 생기는 추가 고용인력과 실업자처리를 시 자체 인력시장에서 흡수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美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소인 「존슨스페이스 센터」만해도 NASA측이 큰 돈 안들이고 휴스턴에 세울 수 있었다.시는 이 센터외에 여러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존 건물들을 값싸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의료단지인 텍사스 의료센터(TMC)는 오일파동이후 얼어붙은 시경기를 되살리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시에서 80년대 당시의 높은 실업률로 남아도는 인력을 싼 값에 적극 활용함으로써 건설붐을 이끌어낸 것이다.

이 의료단지는 시내 중심가 남서쪽에 각종 병원.학교.연구소등1백개의 건물들로 이뤄져 있다.이곳에선 5만여명의 전문인력이 일하고 있고 하루 10만여명의 환자.가족.의사.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때문에 연간 시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4 0억달러(약 3조2천억원),간접적인 효과까지 치면 1백억달러(약 8조원)에이른다. 휴스턴시는 평원에 위치해있고 일년내내 눈이 오지않는등기후가 좋아 시 성장에 도움을 받았다.그러나 사람들은 『시가 교통.환경.공원문제등에 관심을 쏟지 않았다면 지금의 휴스턴은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좋은 근무환경을 원하는 기업들은이런 문제들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시는 차량의 흐름을 원활히 하도록 HOV(High Occupancy Vehicle)정책을 쓴다.도로 한가운데 만들어진 출.퇴근시간대 카풀전용도로인 셈이다.그리고 어느 도로나 고장난 차량이 서 있으면시에서 바로 치운다.

***환경투자 적극적 시 재정운영 부책임자인 조 와이커스(46)는 『시에서는 교통정체가 없도록 많은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기업이 길거리에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시가 해야할 일이 아니냐고 그는 반문한다.

기업도 시의 정책에 협조적이다.직원이 1백명이상인 기업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버스비를,2명이상 탄 차량에는 유류비의 일부를 지원한다.한 회사는 혼자 타고 오는 자동차에 대해 주차장의 외진 곳에 차를 세워놓도록 하는 불 편함을 주기도 한다.

시발전의 결정적인 요소로 보브 래니어 시장을 빠뜨릴 수 없다.그는 93년11월 선거에서 92%의 유례없는 지지율로 재당선됐다.휴스턴시를 발전시킨 그는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시공무원들은 『그는 도시환경을 가꾸는 일이라면 채권을 발행하거나 빚을 얻어서라도 추진력있게 밀고 나갔다』고말했다.

경찰숫자를 늘려 범죄를 줄이고 도로.상하수도등 사회간접(SOC)을 확충한 것도 그였다.시민들은 공원.산책로는 물론 예술.

스포츠활동 공간들을 마련한 그의 공로를 시장선거때 높은 지지율로 보답했다.특히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은 공원은 기업들이 이 도시를 선택하는데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시민.기업들은 시를 「서비스 기관」으로 만든 그를 치켜세우는데 인색하지 않다.보브 래니어 시장은 지방자치제에서 민선시장의역할과 위상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꼽히고 있다.

[텍사스=金起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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