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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제패한 국산 과학용품

중앙선데이 2007.12.16 11:31
중앙SUNDAY


윤광준의 생활 명품 이야기- 쓰리세븐 손톱깎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대한민국 제품을 아시는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현대의 자동차? 답은 쓰리세븐(777)이란 상표의 손톱깎이다. 매년 1억 개가량 만들어 92개국에 수출하는데 지금까지 수출한 전체 물량이 26억 개에 이른다. 이쯤 되면 지구인 두세 사람 가운데 하나는 쓰리세븐으로 몸단장을 하는 셈이다. 인간은 첨단만으로는 살지 못한다.



손톱깎이 하나로 세계 시장 점유율 43%를 기록한 국산 브랜드. 그 존재를 정작 우리들은 잘 모른다. 작고 하찮은 물건이어서 그럴까. 이 나라에선 크고 거창한 것만이 관심의 대상이게 마련이다. 하지만 거대담론과 거시경제의 바탕을 이루는 근간은 언제나 그렇듯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 남들은 거위 간과 철갑상어 알마저 최고의 상품으로 만들어 판다. 거대해 보이는 업적은 작고 사소한 것이 모여 이루어지며, 완성은 좀스러운 부분의 세련으로 그 격조를 말한다.



손톱깎이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손톱, 발톱을 깎는 방법은 대치의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빨로 물어뜯거나 가위를 사용하는 게 궁여지책이다. 한데 발톱은 어떻게 하지? 군대 시절 발톱이 생살을 파고들어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적이 있다. 별것 아닌 손톱깎이 하나만 있었어도 피고름은 면하지 않았을까. 이후 잦은 여행에서도 이 좀스러운 물건을 챙기지 않아 겪었던 말 못할 에피소드들이 많다.



우리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손톱깎이 가운데 쓰리세븐은 단연 돋보인다. 다른 회사의 제품이 유명무실한 이유이기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제품 역시 쓰리세븐이기 십상이다. 유명한 미국의 트림(TRIM) 손톱깎이는 한때 쓰리세븐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했다. 전문가용 일부 고가 제품을 제외하면 쓰리세븐의 품질은 이미 국제적 검증을 마쳤다.



손톱깎이의 성능은 직접 사용해 봐야 안다. 날이 무르거나 정확하게 교합되지 않으면 깔끔하게 잘리지 않는다. 불량 손톱깎이로 깎은 손톱의 거칢때문에 몇 번이나 줄질을 해야 하는 불편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 기능에 충실한 물건을 만나는 일 또한 생활의 디테일을 메우는 좋은 방법이다. 인간의 감각은 무딘 부분일수록 진한 감동을 잊지 못한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깔끔하게 잘려나가는 손톱은 기분마저 상쾌하게 한다. 손톱깎이의 몸체는 수천 번 눌러도 탄성을 잃으면 안 된다. 또 양날의 이빨은 정확하게 맞물리고 높은 강도를 유지해야 한다. 단순해 보이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쓰리세븐은 독자적인 냉연강판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작은 손톱깎이에 담긴 과학과 다양한 기술은 고성능 절삭도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가끔 기업의 행사 선물로 쓰리세븐의 손톱깎이 세트를 받게 된다. 언제 받아도 요긴한 물건이기에 흘려버리지 않는다. 그렇게 몇 개나 쌓인 손톱깎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시 선물하곤 한다. 작고 사소한 부분마저 챙겨주는 성의는 몇 배나 더 큰 정성으로 되돌아온다. 퍼주면 퍼줄수록 더 고이는 마음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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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준씨는 사진가이자 오디오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체험과 취향에 관한 지식을 새로운 스타일의 예술 에세이로 바꿔 이름난 명품 마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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