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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과학, 예술을 만나다

중앙일보 2007.11.05 19:38 경제 3면 지면보기
이이남씨의 '8폭 병풍'. 화폭은 종이대신 박막 화면으로 대체됐다.
영상 예술작가 이이남의 ‘8폭 병풍’에는 흔히 보는 매화·난초·화조도 등이 들어 있다. 하지만 종전에 자주 보던 그런 병풍이 아니다. 전기 스위치를 켜면 병풍에서 가야금 소리가 나오고 화조도에선 나비가 날아다닌다. 다른 화폭에는 꽃잎과 나뭇가지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린다.


LCD로 만든 병풍, 카메라 눈 가진 초상화, 살아있는 입체영상 …
8일부터 서울 양재동서 행사

화폭이 종이가 아니라 TV나 컴퓨터 모니터로 쓰이는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이남은 전자기기와 전통 한국화를 융합해 그림과 소리·애니메이션이 결합된 신개념의 작품을 만들었다.



과학기술부와 문화관광부 공동 주최로 8일부터 나흘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2007 과학과 예술의 만남’ 행사에서는 그의 작품을 비롯해 과학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과 비디오를 결합하거나, 홀로그램의 가상 영상, 레이저, 대형 투명 애드벌룬을 이용한 작품도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과학과 예술이 급속도로 한데 섞이는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김형기의 ''제네브라 벤치의 초상''. 미간의 점은 카메라, 눈동자의 화면은 모니터다.
안광준의 ‘스페이스 플라워 레이저 벌룬(Space Flower Laser Balloon)’은 지름 3m의 거대한 투명 애드벌룬 안에 컬러 레이저 발생기와 작은 애드벌룬들을 서너 개 배치한 작품이다. 그 안에서 컬러 레이저 발생기가 레이저를 애드벌룬에 쏘아 다양한 문양과 형상을 그린다. 김형기의 ‘지네브라 벤치의 초상’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원작에 비디오 카메라와 모니터를 곁들인 것이다. 미간에 작은 구멍을 내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하고, 눈에는 그 카메라가 잡은 관람객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출품한 현미경 사진도 여느 예술 작품 못지않다. ‘사막의 많은 무덤들’에선 금으로 나노(10억분의 1m) 크기의 막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난 작은 반구들이 마치 수많은 무덤처럼 보인다. 실리콘 웨이퍼에서 박막을 형성할 때 1만5000배의 배율로 잡은 영상 ‘선셋 비욘드 디 아이비 월(Sunset beyond the IVY wall)’은 석양을 연상케 한다. 이런 현미경 사진이 8점 출품됐다.



김진태는 홀로그램으로 만든 허상 ‘기억 저장기’를 내놨다. 눈동자가 마치 살아 있는 듯 입체적으로 보이지만 막상 손으로 만지려 하면 잡히지 않는다. 홀로그램이 실물이나 사진을 공중에 입체 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홀로그램 입체 영상은 과학체험전 같은 곳에서 단골로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예술의 소재로 활용했다.



러시아 음향학자가 개발한 ‘테레민’ 악기 공연도 열린다. 음악가 몽라가 연주한다. 테레민은 고주파수를 발생시키는 두 발진기의 작용으로 소리가 변형돼 이채로운 음색을 선사한다. 같은 노래를 연주해도 테레민이 내는 소리는 찌그러지기도 하고, 때로는 아쟁과 같은 소리를 낸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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