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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창>중동의평화분위기-美의존 갈수록 높아진다

중앙일보 1994.09.07 00:00 종합 7면 지면보기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평화 공존 분위기가 中東에서 무르익고 있다. 지난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역사적인 화해에 성공한 이스라엘은 올해 7월에는 요르단과 46년간에 걸친 적대관계를 청산했으며 현재 시리아와도 미국의 중재로 평화회담을 진행중이다. 이스라엘은 모로코와 연락대표부를 교환했고 튀니지와도 이달중 대표부를 개설하기로 했다.오만.카타르.바레인등 걸프만 회교국가들도 이스라엘의 관계개선 우선 순위에 들어가 있다.

지난달에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도 이스라엘과의 관계정상화를 타진했으며 가장 과격한 팔레스타인 회교원리주의 단체였던하마스까지 이스라엘과 처음으로 화해가능성을 시사,달라진 중동의분위기를 실감나게 하고 있다.물론 이런 화해 분위기 밑에는 냉정한 이해관계가 깔려있다.

한때 미국과 러시아의 각축지대였던 중동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밀려난 것이 현재 판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동안 양다리 걸치기를 해온 중동 국가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걸프전이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中東에 군림하게된 미국에 접근하지 않을 수 없고,그 전제조건으로 이스라엘과 먼저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필요가 대두된 것이다.

여기에다 이스라엘은 67년 중동전쟁 때 강제로 빼앗은 점령지역의 반환을 평화협상의 지렛대로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에 시나이반도를,요르단과 PLO에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西岸,그리고 東예루살렘 반환을 조건으로 화해를 끌어냈다. 이스라엘은 가장 껄끄러운 상대인 시리아와도 골란고원에서의 철수를 내걸고 평화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여기에 성공하면 이스라엘은 국경을 접한 4개국과 모두 전쟁상태를 끝내게 된다.

평화에 따른「떡고물」도 만만치 않다.이스라엘은 PLO에 자치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약속했으며 미국은 요르단 후세인국왕에게7억달러에 이르는 외채(주로 군사장비 수입)의 탕감과 경제지원을 선물 보따리로 안겨주었다.그러나 이런 평화분 위기가 앞으로온전히 뿌리내릴지는 불투명하다.

「마호메트의 후예」와「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종교적 갈등에다뿌리깊은 민족감정이 뒤섞인 중동분쟁은 근본적인 치유가 불가능하며,우발적인 사고나 완충기능을 하는 미국의 역할이 흔들릴 경우언제나 재연될 소지를 안고있기 때문이다.

냉전에 빗대「cold peace」라며 중동에 찾아드는 평화 앞에 「차가운」이라는 형용사가 빠짐없이 붙는 것도 이때문이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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