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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우상 역사왜곡 王朝정치 버팀목-김일성 역사적 평가

중앙일보 1994.07.19 00:00 종합 4면 지면보기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金日成 弔問 주장과 관련해 金日成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요청이 거세게 일고 있다.평가를 어떻게 하건 그는 해방이전사에 대한 독특한 주장과49년에 걸친 한반도 북반부 지배등을 통해 우리 민족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그의 장례식을 계기로 그의 생애와 죄과를 전문가 좌담을 통해 정리해본다.

[편집자註] ▲金소장=金日成이 사망하고나서 우리 사회에서 弔問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또 이제 김일성도 죽었는데 戰犯,민족반역자라는 얘기를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모두 망각 속에 묻어버리고 새로운 시대로 가야 하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좌담회-신정현.최평길.김창순

金은 사망할 때까지도 북침설을 주장한 사람입니다.그러니 그 말을 뒤집으면 남침설도 같이 묻자는 말입니다.역사는 엄연히 존재하는 것인데 과학적인 증거를 규명해야 신뢰구축이 가능합니다.

신뢰구축이 안되면 남북대화를 백번 해도 소용없고, 합의서에 만번 서명하면 무슨 소용입니까.

▲崔교수=대학생들 가운데 내일이라도 자본주의를 파괴하고 스탈린적인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1~3%입니다.美육군사관학교에서도 사회주의가 왜 나쁘냐는 의견이 5%는 나온다고 하니 이들에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 니다.오히려조문 얘기가 나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자유로운 체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申교수=평가라는 것은 어차피 가치를 함유하고 있어 아무리 객관적으로 해도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인물이나 상황 평가는 기본적으로 사실에 근거해야 하는데 그동안 김일성에 대한 많은 분석은 그게 부족했어요.북한이 폐쇄사회인데다 자료 왜곡도 있었습니다.앞으로 더 많은 자료를 입수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따라서 현시점에서 김 일성을 평가하는데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자료나 분석이 이뤄져도 분단사에서 일어난 일은 이데올로기의 편향이 불가피합니다.따라서 그동안 김일성에 대한 평가나 북한체제에 대한 평가가 구속받아온 게 사실입니다.

이런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한계 외에도 통일시대를 여는데 어떤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우리 기조가 북한과 화해.협력의 바탕에 있지 않습니까.그런데 자칫하면 김일성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대결국면을 조장할 수도 있습니다.

▲崔교수=나는 역사의식을 갖고 김일성을 평가하자는 말을 하고싶습니다.시대를 넘어선 평가는 후대에 맡기더라도 현재 상황 속에서의 평가는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金소장=김일성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 왜곡이라고 생각합니다.金日成 전기가 북한에서 처음 나온 것은 52년4월15일 노동신문의『김일성장군 약전』,72년『김일성동지약전』이 있습니다.여기서는 김일성이 중국사람이건,한국사람이건 모두 지휘해중국 동북지방에서 항일투쟁을 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80~82년 중국에서 동북지방 항일투쟁을 정리한『동북항일열전』『불멸의 투사』란 책을 냈는데 여기에는 김일성 얘기가한마디도 없습니다.북한 주장대로 김일성이 그렇게 신출귀몰했다면조금이라도 비치지 않았겠습니까.

중국의 김일성에 대한 평가는 북한 최고지도자로서 현실은 인정하지만 역사왜곡은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이겠죠.

김일성이 살아 있는 동안은 그런 얘기를 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개인저서등 여러 형태로 김일성에 대한 얘기가 나올 겁니다. 일본도 보천보전투등에 대해 정리돼 있습니다.살아있었으니 공격하지 않았던거죠.

▲申교수=나도 30년대 또는 40년대 김일성의 항일운동에 대한 평가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북한은 여기서 정통성이 시작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그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불확실하고 상이한 견해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 中蘇 대결시대에 주체사상을 제기한 것도 평가할 대상입니다.공산대국에 의해 뒷받침된 북한이 55년부터 「주체」란 말을 정책과 이념에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이것을 정권유지 차원에서 제기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으나 북한 체제의 생 존을 유지해온 것도 인정해야 합니다.

70년대 들어 유일독재체제를 강화하면서 레닌주의가 아닌 김일성주의의 독특한 지배체제를 형성해 오늘의 북한사회를 형성하는 주요소가 된 것도 논의해야 할 대상이죠.

▲崔교수=그렇습니다.김일성에게 긍정적인 면이라면 항일운동을 했다는 겁니다.김일성은 소년단.공청에 가입하고 동북항일연군에서최고 2백명을 거느린 지휘관이었습니다.

주체성문제도 나중에 통치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잘못이지만 평할부분입니다.그는 항일투쟁 과정에서 설움을 많이 받았습니다.나중에 중국과 소련의 눈치를 보면서 건국하고,중국파.소련파의 견제를 받으며 등거리외교를 펴면서도 느끼는 것이 많 았을 겁니다.

나는 시간이 갈수록 이 부분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金소장=식민지시대야 독립하기 위해 공산주의운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따라서 식민지시대의 좌우 구분은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그러나 그 뒤의 좌파는 어떻게 평가할건지가 문제입니다.

김일성이 말하는 주체사상,우리식 사회주의란 자본주의를 건너뛰어 근대적 민족국가를 수립하는데 관심을 가진 레닌의 이론을 따른 것입니다.김일성이 창작해 한게 아닙니다.

김일성이 소련군과 같이 들어왔을 때 토착세력은 왜 특정인에게黨.軍.政의 모든 권력을 집중시키느냐고 반발했습니다.여기서 주체문제가 논의돼 김일성이 싫어했습니다.나중에 이들은 숙청됐습니다. 마르크스는 한나라를 사회주의로 만든 일이 없어 사상 그자체가 평가기준이 될 겁니다.그러나 김일성은 역사성을 중요시해야합니다.인민민주공화국을 만든다면서 개인독재 가족국가를 만들었습니다.북한지역에서 민족해방을 했다지만「민족감옥」을 만들어놓았다는 말입니다.

***北주민 邪敎집단화 ▲申교수=그렇죠.분단과 6.25전쟁은평가를 받아야 합니다.분단과정에서 김일성이 한 역할과 6.25발발과 관련한 행적,사상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崔교수=3백50만명의 사상자를 내고 1천만 이산가족을 만든戰犯입니다.동서독도 이점은 분명히 했습니다.호네커도 결국 망명했지 않습니까.

또 한가지는 민족운동가 曺晩植,국내파 공산주의자 玄俊極,소련파 허가이,연안파 崔昌益.金枓奉.무정등을 무자비하게 숙청한 것도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좌파 항일운동을 김일성보다 더 대규모로 한 무정등 연안파의 역할을 완전히 삭제한 것도 역사가들이 밝혀내 살려줘야 합니다.

장기집권으로 스탈린적인 개인 우상화.주체사상을 정치수단으로 이용한 것,북한주민을 사교집단의 정신병자처럼 만든 것,장기집권으로 인간의 기본의식수단도 제대로 유지할 수 없게 만든 것도 지적해야죠.

김일성 사망 이후 줄곧 잘 정리된 선전필름만 내보내고,중국을포함해 세계 어느나라 언론에도 취재를 허용하지 않는 것도 20세기의 한 寓話라고 할 수 있어요.

▲申교수=김일성이 남긴 유산은 오늘의 북한을 놓고 평가할 때부정적입니다.유일지배체제에서 가져온 것이라곤 경제적 낙후성,인권의 박탈로 볼수 밖에 없습니다.김일성이 주장한 사회주의 지상낙원 건설이란 이상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사회주의 체제가 전반적인 위기라면 북한이 이를 회피.우회할 수 있겠는가.김일성의 지배가 부정적이고 역사를 거스르는 것이었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金소장=그렇죠.문제는 세계사의 방향이 어디냐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에서 이탈한 것치고 살아남은 게 없습니다.

나도 김일성의 항일투쟁을 갖고 왈가왈부하자는게 아닙니다.그 뒤에 어디로 갔나하는 것입니다.김일성은 평양에 들어와 3년간 소련 이익의 대변자였습니다.이걸 감추기 위해 모두 조작했습니다.흔히들 북한에서 나온 저작집을 믿고 말하는데 그 건 사실과 다릅니다.당시 문서는 모두 변조됐습니다.

옐친대통령이 넘겨준 6.25관련문서 속에 있는 평양주재 스티코프대사의 전문에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도 조문.조의를 요구하며,민족정서를 들먹이는 것은 사치스런 말입니다.평가는 정치적으로 할 게 아니라 정통성의 입장에서 해야 합니다.

▲申교수=김일성에 대한 평가는 정치성을 탈피해 민족사적 입장에서 밝혀야 한다는데 동감합니다.그동안의 평가나 분석이 어느면에서 정치성.이데올로기성을 띤게 많았습니다.한가지 더 지적할 것은 김일성이 반봉건.반제국주의를 내걸고 있으나 40여년의 통치는 또 다른 봉건체제를 만든게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사회주의체제라면 어떻게 장자세습구도가 가능한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崔교수=북한의 왕조정치체제는 20세기의 비극이자 우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길게보면 역사는 인권중심의 자유민주주의체제,경제적 자유와 정치적 자유로 가는 것 아닙니까.그렇게 볼 때 북한은 민족적 비극이자 세계사적 수치,21세기를 바 라보는 우리민족의 불행입니다.

***또다른「봉건」만들어 ▲金소장=김정일이 계승해 어디로 가느냐.레닌 사후의 스탈린과 같습니다.스탈린은 레닌밖에 내세울 게 없었습니다.

죽기 직전 김일성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金聖愛도 데려나오고 카터도 만나고,정상회담도 제의했습니다.이런 변화를 김정일도 부인하지 못합니다.객관적인 정세가 그렇습니다.그대로 해나가되「위대한 전임자」김일성은 계속 앞에 내세울 수밖에 없 습니다.

내부 권력투쟁설이 돌지만 경쟁할 실력자는 다 죽었거나 수감돼버렸습니다.

▲崔교수=현재 체제로 간다는 것은 기득권세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김정일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권력의기반인 친인척과 자기 측근을 업고 그대로 따라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申교수=김정일의 정통성은 김일성의 혁명과업을 이어받는데 있어 노선변경이 있을 수 없습니다.그러나 그대로 가서는 김정일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상징적으로 그 노선을 유지해도 김정일체제가 안고 있는 위기를해결하는 방안을 현실적으로 모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따라서 좀더 실용적.개발독재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리=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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