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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열리는 다리, 닫히는 편견 '소록도'

중앙일보 2007.09.27 15:13 주말섹션 6면 지면보기
자장면을 시키면 건너편 녹동항에서 5분이면 온다.
섬 모양이 ‘아기 사슴’을 닮아 소록도(小鹿島)라고 불리는 섬. 여의도의 1.5배, 섬 둘레 14km의 자그마한 이 섬에 들어가면 한편으론 놀랍고, 한편으론 불편하다. 섬은 1916년 일제강점기에 한센병 환자들을 집단 수용하면서 문을 닫아걸었다. 거의 날것 그대로인 이곳의 자연은 그 덕분이다. 중앙공원엔 아름드리나무 빽빽하고 바닷가엔 소나무 숲 울창하다. 여기저기 노니는 사슴 떼가 한가롭다. 아름다움 뒤엔 애잔함이 묻어 있다. 공원 기념물들은 이곳의 풍광이 한센병 환자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졌음을 증언한다. 티 없는 해변은 외부인들이 발길을 멀리한 ‘소외의 흔적’이다. 눈부신 자연과 한센인의 고통이 녹아들어 하나 된 섬. 소록도의 특별함이다.



<소록도> 글=이영희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사슴 떼 노는 아름드리 숲



 소록도에는 지금 내년 6월 개통을 목표로 길이 1160m의 연륙교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전남 고흥군 녹동항에서 소록도를 잇는 다리가 열리고 2010년에는 소록도에서 거금도를 잇는 다리가 완공된다.



 5분여밖에 안 되는 뱃길, 섬은 뭍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선착장에 내리니 국립소록도병원을 알리는 푯말이 서 있다. 차를 배에 싣고 들어갈 수 있지만 병원 앞까지만 타고 갈 수 있다. 섬에는 병원과 7개의 마을이 있다. 환자들이나 한센병력자들이 사는 마을에는 요즘도 일반인의 입장이 제한된다. 전염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환자들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막기 위해서다.



 섬 중앙에 2만㎡ 규모의 중앙공원이 있다. 일본풍의 황금편백나무 숲, 향나무와 삼나무, 히말라야 삼목, 팔손이나무, 치자나무 등 육지에서 보기 힘든 나무가 많다. 1936년부터 3년여간 연인원 6만여 명이 동원돼 조성됐다. 일본인 병원장이 환자들을 강제로 부렸다. 문드러진 환자들의 손에 곡괭이를 묶어 만들었다.



 공원 주변엔 사연 많은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죄를 짓거나 도망치려던 환자들을 가둬 놓던 감금실과 시신을 해부하던 검시실, 정관 절제실은 한센인 인권 유린 현장이다. 25세에 ‘단종수술’을 받은 젊은이는 “파멸해가는 수술대 위에서/내 청춘을 통곡하며 누워 있노라/장래 손자를 보겠다던 어머니의 모습/수술대 위에 가물거린다”고 썼다. 일반에 개방된 소록도역사관은 한센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2만㎡ 규모에 황금편백나무·향나무·삼나무·팔손이나무 등 희귀한나무들이 빽빽한 중앙공원(上). 공사 중인 소록대교.
배 타고 금당 8경



 선착장 반대편 해안에는 소나무 숲과 흰모래 고운 해수욕장이 있다. 그리 크지 않지만 가족 단위로 찾기에 좋다. 바다바람 타고 흐르는 솔 향이 은은하다. 섬 주변 해안가를 따라 걷다 보면 낚시 즐기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섬 인근에는 둘러볼 만한 곳이 꽤 있다. 녹동항에서 거북선 관광유람선을 타면 소록도와 주변 섬들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출발한다. 코끼리 바위, 부채바위, 흔들바위 등 금당 8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른 1만4000원, 어린이 7000원.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고흥나로우주센터(http://www.spacegoheung.co.kr/)를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고흥읍에서 녹동항으로 가는 길에 있다.



 병원은 손길이 매우 부족하다. 자원봉사를 겸해 찾는 것도 의미 있겠다.  



TIP



■교통편=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센트럴시티에서 녹동 가는 시외버스가 하루 다섯 번 있다. 승용차로 갈 경우 호남고속도로 주암나들목으로 나간다. 27번 국도를 타고 벌교 방향으로 가다 15번 국도를 타고 고흥읍을 지나면 녹동항이 나온다. 녹동항에서 소록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은 매일 오전 7시에서 오후 6시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http://www.doyangho.net/



■숙박=소록도 안에서는 숙박이 안 되므로 배가 끊기기 전 나와야 한다. 녹동항 인근에 모텔급 숙소가 많다. 숙박 정보는 고흥군 문화관광홈페이지 http://igoheung.go.kr/ 참고.



■맛집=녹동항 수정횟집(061-842-2791)에 가면 회 맛 제대로 볼 수 있다. 모듬회 5만~7만원. 매운탕 2만~3만원. 득량식당(061-842-2082)은 20년 전통의 장어 전문점이다. 장어탕 1인분에 6000원, 구이는 한 판(4~5인분)에 2만 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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